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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헤다 Jun 03. 2022

같은 일도 다르게

그래서 어르신들이 뷔페식당에서 한 접시에 가득 담으시는구나

  똑같은 일을 경험해도 그걸 받아들이는 것에 따라 다르다.


  내가 여유 있게 운전할 때에는 정신없이 위험하게 끼어들면서 운전하는 차를 보면 '미쳤다' 싶지만, 정작 내가 엄청나게 급한 상황일 때에는 내가 바로 그 '미쳤다 싶은' 당사자가 되기도 한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눈도 어릴 때엔 신나는 일이고, 사랑에 빠졌을 땐 낭만적인 일이지만 군대에 있을 땐 하늘에서 떨어지는 쓰레기 더미 같았다. 똑같은 눈이지만 누려야 할 입장과 치워야 할 입장에 따라서 이렇게 달라진다.

  그래서 삶은, 세상은, 환경은 내가 바라보고 받아들이기 나름이다.


  뷔페식당에 가면 어르신들의 음식 담는 모양새가 제일 불편했다. 말 그대로 뷔페식당은 먹고 싶은 것만 골라서 먹고, 여러 번 계속해서 먹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 아니던가? 그런데 접시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여러 음식을 꾹꾹 눌러 담는 모습은 새삼 불편하고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일단 음식이 섞이면 맛도 별로다. 여러 번 자주 먹을 수 있는데 왜 굳이?

  하지만 그런 나의 생각은 내가 나이가 들어가면서 바뀌기 시작했다.


  어르신들이 그렇게 한 번에 많이 담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쩌면 ‘한방에’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그저 한 번에 끝내고 싶어서다. 다리도 아프고, 여러 가지 고르는 것도 정신없고, 많은 사람들, 특히 동작 빠르게 움직이는 사람들 사이로 다니는 것도 불편하다. 더구나 여러 번 반복해서 최대한 많이 먹는 것도 목표가 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그만큼 소화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물론 다수는 아니지만 어르신임에도 뷔페 마니아가 분명하게 존재하지만 말이다.


  아직 뷔페에 가서 한 번만 먹지는 않지만 - 그러기엔 나의 식욕과 식탐은 슬프게도 나의 몸상태를 고려해주지 않는다 - 나이가 들면서 오가는 횟수와 접시 개수가 점점 줄어든다. 나이가 들면서 점점 내가 들고 와서 먹는 음식보다 잘 차려진 상이나 누가 가져다주는 게 좋다.


  내 기준, 내 생각이 항상 바르고 옳고 현명하고 제일 나을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셈이다. 나에게 가장 최선이 누군가에겐 최악이 될 수도 있고, 나에게 별 의미가 없는 것도 누군가에겐 인생 최고의 것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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