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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헤다 Aug 15. 2022

화 다루기

화를 내봤자 어차피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우리는 언제 화를 낼까? 어떤 일이 내 맘대로 진행되지 않을 때, 내 뜻과는 다른 상황이 벌어질 때 화를 낸다.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은데 화가 나지는 않는다. 

 그런 외부적인 자극이 있을 때 화가 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어떤 상황이 있지 않아도 혼자 생각하면서 상황을 오해할 때 화가 나기도 한다. 보통 인간관계에서 그런 경우가 대부분이다. 내가 의도하지 않은 말을 상대방이 어떤 의도로 받아들이거나 내 인생이 불행하고 부당하고 억울하다고 생각할 때 화가 난다. 다시 정리하자면 상황이 내가 원하지 않게 돌아가거나, 그런 것이라고 생각될 때 우리는 화를 낸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화를 낼까? 화가 나게 된 그 상황들을 내 힘으로 어떻게 조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당연한 말 아닌가? 그 상황들을 통제할 수 있다면 굳이 화를 낼 필요가 없다. 통제해버리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내가 해결하고 그 원인을 없애버리면 된다. 간단하다. 하지만 화를 유발하는 상황들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 말 그대로 해결될 상황이 아니어서 화가 나는 것이다. 그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때로는 상황을 통제하려고 물리적인 시도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렇게 하면 자신이 그 상황과 사람을 통제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경우다. 실제로는 상황을 통제한 게 아니라 화에게 통제를 당하고 있음에도 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일에 직면했을 때 화가 난다는 것은 반대로 화를 내더라도 그 상황을 여전히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그 상황에서 인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럴 것이라고 예상해야 한다. 내가 살아가는 모든 일이 다 내 맘대로, 내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은 것이 당연하다고 받아들여야 한다. 정말 당연한 것임에도 뭔가 잘 풀리지 않으면 곧잘 잊어버린다. 혹은 인정하기 싫어진다. 언제나 어떤 일이든 '충분히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을 미리 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 알아야 할 것은 화라는 녀석은 시간이 지나면 변한다는 것이다. 사라져서 없어지든 좀 순한 녀석으로 변하든 화는 변한다. 그래서 화가 날만한 정확한 상황과 순간이 되면 10초 정도 가만히 있는 연습을 해야 한다. 그게 될까? 당연하게 잘 안된다. 그래서 화를 내야 할 상황일 때 처음 1~2초라도 가만히 있는 연습을 해야 한다. 그리고 점점 그 시간이 길어지도록 연습해야 한다.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좋다. 10초를 20초로, 20초를 30초 이상으로 계속 늘려도 좋다. 누구나 알고 있다. 화가 시간이 지나면 변한다는 것을. 불같이 화를 내고 나서 뒤돌아서면 금세 아쉬워하니 말이다.  


 마지막으로 화를 낸다고 바뀌는 것이 없음을 알아야 한다. 화를 내봤자 어차피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뭔가 속이 풀린다고 말할 수도 있다. 화풀이 차원으로 혼자서 행동하는 것이 전혀 의미가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나름대로 제법 유익하다. 한마디로 화를 내지 말라는 게 아니라 화도 분노도 지혜롭게 표출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렇지만 궁극적으로 화를 지혜롭게 표출하는 것은 없다. 화는 화일뿐 아무런 쓸모가 없다. 화를 아예 소유하지 않는 것이 여러모로 좋다. 정말 화를 내서 뭔가 얻을 수 있는 것이 하나라도 있다면 막지 않겠다. 하지만 그 어느 것도 화로 인해 바뀌는 것은 없다. 아, 한 가지 있다. 내가 손해 본다는 것이 바뀐다. 기분이든 상황에 대한 해결이든, 아니면 나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생기는 것은 바뀐다.


 똑같은 일이어도 어떤 날에는 불같이 화를 내고, 어떤 날에는 전혀 화를 안 내기도 한다. 마치 원래 쿨한 사람이었던 것처럼 말이다. 정신병자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누구나 그런 경험은 있으니까. 그렇다면 왜 같은 일에 반응이 다를까? 그건 화라는 것이 생각의 영역이고, 충분하게 통제가 가능한 영역임을 아주 명확하고 확실하게 증명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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