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지 않으면,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내 안에 천재가 있다. 머릿속에서 엄청난 게 떠오르고 온갖 악기와 갖가지 표현들이 돌아다닌다. 엄청난 규모의 오케스트라가 동시에 연주하는 것들이 모두 떠오른다. 그래서 난 아주 가끔씩 곡을 쓰기도 한다(물론 나만 알고 아무도 모른다.) 또 다른 천재도 있다. 정말 멋지고 감동적인 데다가 완전 재미있게 청중들을 들었다 놨다 할 정도의 천재적인 스토리들이 머릿속에 가득 차 있다. 책으로 써도 좋을 것 같고, 아예 드라마나 영화를 만들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첫 번째는 작, 편곡의 천재적 능력이고, 두 번째는 스토리텔링과 기획의 천재적인 능력이다. 누가 인정해 주던 그렇지 않던 난 그 두 가지에 대해서 천재성이 있다. 아니, 사실은 세상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인정해 주지 않지만 나 혼자 스스로만은 그렇다고 여기면서 살고 있다.
문제는 무엇일까? 그런 천재적인 생각들이 머릿속에 가득하지만 그것을 효율적으로, 더 나아가 아주 좋은 콘텐츠로 적절하게 구현해 낼 수 있는 능력이 내게 없다는 것이다. 상상력은 천재 일지 몰라도 - 타인이 인정하지 않고 설령 혼자만의 천재 일지 몰라도, 그 상상들을 실제로 이루어내는 능력은 없다는 것이다.
그런 차이가 생기는 이유가 뭘까? 내가 그저 똘아이인 건가?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 차이가 생기는 분명한 이유를 알았다. 바로 "교육의 부재", "배움의 부재"다. 더 나아가 "훈련의 부재"다. 내가 자라온 환경을 탓하는 것도, 게으름을 탓하는 것도, 재력이 없음을 탓하는 것도 상관없다. 탓하는 것은 자유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상상했던 능력과 상관없이 현실에서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는 어쨌든 "배움의 부족"이다.
난 그것을 구현하거나 실현할 만큼 충분히 배우거나 노력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것을 보여줄 수 있는 능력이 없어서 정작 내가 천재성을 가졌다는 것을 증명할 길이 없고 단지 우길뿐이다.
아주 흔하게 우리는 그런 모습을 보여준다. 스포츠 경기를 보면서 플레이를 질책한다.
"아, 저기서 저러면 안 되지!! 뭐 하고 있는 거야!!"
"왜 저렇게 플레이를 하지? 나 같으면…" 이렇게 말이다.
참으로 웃긴 모습 아닌가? 정작 직접 할 능력도 안되면서 입 플레이는 엄청난 고수처럼 한다. 이런 모습도 우리는 스스로 보여준다. 아주 멋진 피아노 연주를 하는 공연을 보면서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나도 어렸을 적에 피아노를 했었는데, 계속했으면 나도 저 정도 할 수 있을걸?"
100% 착각이다. '그렇게 할 수 없었다'가 아니다. 그냥 '그렇게 하지 않았다.' 교육의 부재를 가지고 있으면서 그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전형적인 모습이다.
얼마 전부터 이 사실에 대해서 아주 완벽하고 절실하게 깨닫고 난 이후, 극심한 우울함과 스트레스 속으로 나 자신을 밀어 넣기 시작했다. 그리고 점점 자신감이 떨어졌다. 뭘 해도 안될 거 같고, 내 머릿속에서 맴도는 것은 그저 내가 해낼 수 없는 그냥 허황된 허상 같은 것이라고 생각되어서 더 슬퍼졌다. 그러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핑계를 대는 것이 나를 성장시키지 않는다. 성장은 직접 뛰어들 때에만 가능하다. '나도 영어 공부를 하면 잘할 수 있을 텐데'라는 생각이 영어 실력을 늘게 하지 않는다. 뭐든지 직접 뛰어들어서 땀을 흘리고 시간을 들여야만 가능하다. 그 어떤 영역이든 시간을 들이고 공을 들이고 땀을 흘리고 노력해야 비로소 어느 정도 가능해진다.
"저는 영어 문법은 정말 잘하는데 이상하게도 말이 잘 안돼요."
아니다. 스피킹 교육의 부재일 뿐이다. 잘 안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정도로 하지 않은 것이다.
지금 글을 이렇게 쓰고 있지만, 글쓰기도 그랬다. 처음 책을 내겠다고 하면서 다짐했던 것이 있다.
"올해 안에 책을 내야지!!"
그리고 '매일 글 한편씩을 쓰겠다.' '일주일에 책을 두 권씩 읽겠다.'는 나름의 목표를 가지고 시작했지만 어느 순간 글을 쓰는 것도, 책을 읽는 것도 점점 지쳐가고 느려지고, 내려놓을 확률을 높이고 있었다. 이대로는 당연하게 아무것도 이루어낼 수 없다. 머릿속 상상으로는 이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 있다. 아무런 노력과 배움과 애씀을 갖지 않고 이미 저자 사인회를 하고 앉아 있고, 여기저기 불려 다니면서 강연을 하고 있다. 상상으로는 뭐든 못할까?
확신하건대 지금 이 상태로는 그 어느 것도 이루어낼 수 없다. 그저 상상만 하다가 무너진 것으로 끝나는 셈이다. 그래서 어떤 일에 도전하고 이루어내려면 그만큼 투자해야 한다. 글쓰기를 배우기 위해서는 책도 사서 보고, 더 노력하고, 강의를 듣기 위해서 유료 강의도 쫓아다니고 유튜브도 찾아서 봐야 한다.
열 살이 된 둘째가 노트북을 펼쳐 들고 한컴타자연습을 한다. 게임처럼 느껴져서 그런가 보다. 그래서 '자리 익히기' 보다 게임으로 하는 타자연습을 더 선호한다. 하지만 자리 익히기를 건너뛴 타자게임은 만만치 않다. 그래서 금세 게임오버가 된다. 내게 해보라고 권해서 한번 보여줬다. 딸아이 입장에서 볼 때 엄청난 타자 속도를 말이다. 딸아이가 묻는다.
"아빠는 왜 그렇게 잘해??" 그래서 정확하게 알려줬다.
"손가락 자리 익히기를 엄청나게 많이 하고, 아주 오래오래 타자연습을 엄청 많이 했거든. 타자가 빨라진 건 아마도 매일매일 연습해서 몇 개월은 지나야 조금씩 빨라질걸?"
"그렇게 오래 해야 해?"
"응, 배우지 않으면,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