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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헤다 Aug 25. 2022

핑계를 뒤집는 주문

"~때문에?", "~덕분에"

 얼마 전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뉴스에서 빗속을 뚫고 걸음을 재촉하는 사람들을 보여준다. 그리고 인터뷰를 하는 어떤 사람이 이런 말을 한다. 

 "비 때문에 아무래도 회사에 지각할 것 같아요." 

 그 인터뷰를 보면서 첫 번째 들었던 생각은 출근에 대한 열정이었다. 저렇게 기상이변 수준으로 비가 오는데 출근을 한다는 것이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들었던 생각은 지각을 하는 사람도 있는데 지각하지 않고 출근한 사람은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싶었다. 기상이변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지각하지 않고 출근한 사람의 비결은 무엇일까? 그 사람은 그런 어려움도 피해 가는 그런 행운이 가득한 사람일까?  


 우리는 아주 흔하게 "~때문에"라는 말을 잘 사용한다. 어떤 사람을 지칭해서 "누구 때문에"로 말하기도 하고 어떤 사물이나 환경을 지칭해서 "무엇 때문에"라고 말하기도 한다. 말 그대로 책임에 대한 정확한 소재를 말하는 것이다. 다른 표현으로 한다면 내 행동과 결과에 대한 어떤 핑계를 말하는 것이다. 자기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일까? 잘못까지는 아니더라도 스스로 원하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듯싶다. 그렇다면 실제로 과연 그럴까? 


 앞서 말한 대로 동일한 상황에서 그렇지 않은 사람은 분명하게 존재한다. 지각하지 않은 사람은 운이 좋거나 뭔가 특별한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다. 축지법을 익힌 것도 아니고, 운전할 때 차들이 알아서 비켜주는 것도 아니다. 그 사람만 전용으로 이용하는 도로가 있거나, 버스나 지하철이 그 사람 앞에서 착착 멈춰 선 것도 아니다. 단순하게 비가 많이 와서 늦었다는 것은 그저 핑계일 뿐이다. 정확하게는 자신이 준비성이 없고 다른 누군가보다 좀 더 게으르다는 것을 감추기 위한 핑계다. 차가 막혀서 늦었다는 말도 우리는 비슷한 상황에서 한다. 정말 그럴까? 충분하게 그런 경우가 있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처럼 시간에 대해서 많은 정보를 얻고 어느 수준 이상으로 통제가 가능한 시대에서 그런 말들은 진짜로 핑계에 불과하다. 여러 환경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미리 확인하고 준비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미리 일기예보를 확인하고, 다른 날보다 좀 더 일찍 움직인다. 우리는 교통체증이 극심한 시간과 그 경로들을 충분하게 알 수 있다. 요즘은 예상 경로와 도착시간을 검색 한 번에 쉽게 알아낼 수 있다. 설령 교통체증으로 시간을 맞추지 못했던 경험이 있다면 당연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된다. 지하철은 막히는 일이 없다. 또한 지하철뿐 아니라 웬만한 대중교통은 시간을 거의 비슷하게 맞추면서 운영된다. 심지어 내가 타야 할 지하철과 버스의 도착시간까지 실시간으로 알려준다.  


 "~때문에"를 살짝만 바꾸어도 삶은 바뀐다.

 "~때문에""~덕분에"로 바꾸어보자. "비 때문에 늦었다"는 말보다 "비 덕분에 좀 더 일찍 움직였다"의 태도가 되어야 한다. 비 덕을 본다는 표현이 잘 와닿지 않는다면 "일기예보 덕분에 좀 더 서두를 수 있었다"라는 방향으로 바꾸어야 한다.  

 "차가 막힌 것 때문에 늦었다"라는 말이 계속 내 삶에서 나온다면, "지하철 덕분에 시간을 맞출 수 있었다"라는 것으로 바꾸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항상 차가 막히는 덕분에 오늘은 1시간 일찍 나와서 여유 있게 올 수 있었어"라는 방향으로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영역이 관용어구 하나만 바꾸어도 긍정적이고 나에게 에너지를 주는 것으로 바꿀 수 있지 않은가? 


 오래 전의 일이다. 아내는 임신 개월 수가 더해질수록 더 힘들어했다. 첫째 아이를 임신하고 나서 몸이 불어난 아내는 삶의 모든 영역이 불편하고 힘들었다. 무거워진 몸을 소파에 의지하고 배를 톡톡 두들기면서 아내는 뱃속의 아기에게 말했다. 

 "이 녀석아, 엄마가 너 때문에 이렇게 힘들단다."

 물론 그 말을 나쁜 의도로 한건 아니다. 하지만 난 같은 말도 한번 바꿔보길 권했다.

 "이렇게 말을 한번 바꿔봐. 이 녀석아, 엄마가 니 덕분에 이렇게 애쓴단다."

 생각도 그렇게 바꾸면 좋다. 누구 때문에 힘든 것보다 누구 덕분에 내가 애를 쓰는 것으로 말이다. 누군가를 위해서 힘든 것 말이다. 


 인생에는 꼬이는 일들도 많고 내 맘대로 되지 않는 일들이 더 많다. 그게 정상이다. 그럴 때마다 핑계를 만들기는 쉽다. 그리고 만들 수 있는 핑계도 끝없이 많다. 그러나 인생을 핑곗거리가 가득한 것으로 가득 채울 텐가? 그보다는 그 어떤 일이든 내가 애쓰고 성장하는 일로 여긴다면 "어떤 일 때문에"가 아니라 그 골치 아픈 "어떤 일 덕분에" 인생은 더 가치 있고 빛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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