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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지적 작가 시점 Aug 17. 2022

베트남에서는 단순 재물손괴죄도 실형입니다.

호찌민시 인민법원에서 모두 실형이 선고되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우리 대한민국 국민에게 최대한 관대한 처분을 바랍니다.

(90도 폴더 인사...)


호치민 총영사관 경찰영사인 나의 선처 요청에도 불구하고 실형이 선고되었다!



재외국민도 해외생활 중 범죄를 저질러 주재국의 재판을 받고 형사 처벌되곤 한다.

경찰영사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가 이러한 재외국민의 재판 진행 상황을 확인하는 것이다.


베트남은 판례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특정 유형의 범죄에 대해서 형을 얼마나 받느냐고 물어보면, 선례에 비추어 안내할 수밖에 없다.

비슷한 유형의 재물손괴 사건에 대한 재판 2건이 있었다.



2016년 1월. 택시기사와 시비가 되어 택시에서 내린 직후 홧김에 길가에 있던 콘크리트 봉을 들어 택시 앞 유리를 내리쳐 깨뜨리고,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아 택시 지붕 위에 올라가 수차례 뛰어 차체까지 손괴하였다.


총 피해액 1,400만 동(한화 70만 원 상당), 변호인은 선임하지 않았고, 피해자와 합의는 못한 상태... 당시 바로 체포되어 구속되었고 6개월 후 호찌민시 인민법원에서 재판을 받아 징역 9개월을 선고받았다.

2020년 기준 베트남의 1인당 GDP는 2,639달러, 우리나라는 31,880달러 임을 감안하면, 재물손괴액 1,400만 동은 월급의 2.5배에 달하는 금액이니 우리 체감 상으로는 900만 원 상당 재물손괴라고 할 수 있다.



2015년 초. 홧김에 지인의 차량 앞유리를 오토바이 헬멧으로 내리쳐 깨뜨리고, 사이드미러를 부러뜨려 손괴하였다.


총 피해액 1,400만 동(한화 70만 원 상당), 현장에서 바로 잘못을 인정하고 스스로 공안에 신고하여 조사를 받았다. 추후 피해자에게 손해 배상까지 하여 원만히 합의되었고, 피해자 또한 처벌을 원하지 않았다.


1심 재판 결과는 징역 6월.

항소심에서는 변호인을 선임하여 대응하였다.

나는 항소심 참관 차 호찌민시 인민법원에 참석하여 사전에 재판장에게 영사로서 발언 기회를 달라고 요청하였다. 피고인의 최후 변론 직전, 재판장이 나를 찾았다.

호찌민시 인민법원 - 내부는 촬영이 금지되어 있다.


- 주호치민 대한민국 총영사관 경찰영사 나왔습니까?


- (오른손을 들고) 네, 재판장님 여기 있습니다.

- (일어나서 90도 폴더 인사,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숙이고 잠시 멈추었다가 천천히 고개를 들고...) 존경하는 재판장님! 먼저 한국인을 대표하여 한국인이 베트남법을 위반하여 재판에 회부된 점을 사과드립니다.

- 피고는 범죄사실 일체를 자백하고, 반성하고 있습니다.

- 피해자에게 배상하여 원만히 합의되었고, 피해자 또한 처벌을 원치 않고 있습니다.

- 피고는 현재 베트남인 부인과 살고 있고, 이번이 초범이며 그 후 어떠한 베트남 법을 위반한 사실이 없습니다.

- 따라서,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최대한 관대한 처분을 바랍니다.

(다시 90도 폴더 인사)


라고 변호인에 준하는 발언으로 선처를 요청했음에도... 결국 징역 3개월을 선고받았다.

다행히 법정구속은 면하였으나, 며칠 후 교도소에 입소하여 3개월 만기 출소하였다.


두 가지 사례 모두 한국에서는 벌금형 처분 등 다소 경미한 범죄로 취급되나, 모두 실형이 선고되었다.

일련의 사건 처리 양상을 보면 사회주의 국가인 베트남은 폭행에는 관대하고, 재산 범죄에는 엄격하다.

폭행의 경우, 신체 상해 11퍼센트 이상의 경우에만 형사처벌, 그 이하는 우리나라의 과태료에 해당하는 행정 벌금 처분이다.


이렇듯 실형 선고 등 엄중하게 다루어지는 점을 감안하여 베트남에서는 재산 관련 범죄에 연루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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