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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지적 작가 시점 Jun 16. 2022

그러면 나도 11퍼센트만 때릴게요.

상해 11퍼센트 이상 되어야 처벌하는 특이한 베트남 형법 규정

주호치민 총영사관에서 경찰영사로 근무하면서 폭행 피해자로부터 가장 많이 들은 말 중 하나가 "그럼 저도 11프로만 때릴게요."이다.



2015년 8월 파견 나갔을 때, 처음 접한 사건사고가 한국인 폭행 피해사건이었다.

여행객이 전화로 도움을 요청했다.

호찌민 여행자 거리라고 불리는 브이비엔(Bùi Viện)의 한 술집에서 얼굴을 폭행당해 5센티미터 정도가 찢어져서 관할 공안지구대에 와 있는데, 공안이 사건 처리는 안 해주고 속된 말로 실실 쪼개기만 하고 있다는 거다.


베트남 공안이 한국인을 무시하는 게 아닌가 싶어 팜응라오(Phạm Ngũ Lão) 공안지구대를 찾아갔다.

지구대장을 만나 새로 부임한 경찰영사라고 소개하고 사건 진행사항을 물었다.


한국에는 없는 독특한 법 조항을 이야기하며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를 했다.

신체 상해가 11퍼센트에 해당하지 않는 범죄이기 때문에 우리의 경범죄 같은 사안으로 피의자를 검거한다 하더라도 200만 동(한화 10만 원 상당) 정도의 행정벌금(과태료 내지 범칙금)에 처하는 범죄이기 때문에 그렇게 중한 범죄가 아니라는 것이다.

부임 초기로 법률을 확인해 보지 않았기에 일단 알았다고 하고, 민원인에게 상황 설명과 더불어 일단 숙소로 돌아가시도록 했다.


사무실로 돌아와 형법 규정을 찾아보니 정말 그랬다.

특이하게도 폭행에 대하여는 관대하게, 사기 등 재산범죄는 강력하게 처벌하는 규정을 가지고 있었다.

형법 제134조(고의상해죄) 고의로 타인의 건강에 상해 또는 피해를 가하여 그 상해율이 11% 이상 30% 이하의 상해를 야기한 자... 6개월 이상 3년 이하의 징역...


법은 그 시대를 반영하듯이 베트남은 사회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재산에 대하여는 엄격하게 보호하지만, 서로 의견 충돌이 나면 싸울 수도 있는 거지... 하는 분위기(?)가 법에 투영된 것으로 보였다. 그런 이유로 70만 원 상당의 재물 손괴한 한국인이 징역 9개월 형을 받는 경우도 있었다.


결국, 그 사건은 가해 베트남인에게 행정벌금 처분하는 것으로 끝났다.



비슷한 폭행 피해를 당한 한국인들이 공안의 불성실한 태도에 분개하여(?) 총영사관에 도움을 요청했다가 법 규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나서는 허탈해하면서


"그러면 나도 똑같이 11퍼센트 정도만 패도 되는 거죠, 11프로만 때릴게요."


라는 말을 하곤 했다.


이처럼 베트남에서는 폭행 사건에 휘말리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피해를 당해도 상대방에 대한 처벌이 관대할 뿐만 아니라, 손해배상받기도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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