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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아 Dec 23. 2022

날 좋아하지 마세요

불행해지니까요... <이별하고픈 아보카도>




안녕하세요. 나는 아보카도라고 해요. 요새 내가 전 세계적으로 매우 인기라죠? 나를 가지고 과카몰리(Guacamole)를 만들어 부리토나 타코, 나초 칩 등에 곁들여 먹는 걸 참 좋아하더라구요. 버터처럼 부드러워 빵에 펴 발라 먹을 수 있어서 '숲 속의 버터'라는 별명도 갖게 됐구요. 포만감은 높이고 식욕은 감소시키기 때문에 '음식량을 줄이지 않고도' 체중을 감소시킬 수 있다며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은 환호를 하더라구요. 발암물질을 억제시켜서 항암효과도 뛰어나고 보습효과도 우수하고... 좋은 점이 많다며 어디서든 나를 환영해 주지요.





그래서 당신은?


아보카도인 저를 좋아하세요?


이젠... 좋아하지 마세요...


전 당신보다 물을 더 좋아하거든요. 그것도 아주 많이요. 바나나를 키우려면 한 개당 150L의 물이 필요한데 저는 두 배도 훨씬 넘는 320L가 필요해요. 미안해요. 목이 말라서... 오렌지 22L에 비해 현저하게 많기 때문에 우리를 재배하는 농장 주변 지역사회는 물 부족을 겪는대요... 그리고 날 좋아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너무 나를 찾아서 내가 돈이 된다 싶었는지 남미에 농장이 대거 들어섰는데, 우리 때문에 산림이 마구잡이로 훼손되고 있대요... 매년 멕시코에서 사라지는 숲 면적의 30~40%가량이 아보카도 농장으로 바뀌고 있대요. 산속에 살던 동물들은 삶의 터전을 잃어버리는 일이니 어찌 되겠나요... 미안해져요... 동물 친구들에게...



이렇게 물을 많이 먹는 나를 사람들이 수확해 가면 내가 있던 자리는 황폐해져요... 내가 서 있던 땅의 물을... 내가 있는 힘껏 빨아먹어버렸거든요... 그래서 그 자리는 사막이 돼요. 아무것도 살 수 없죠...


그래도 내가 좋은가요?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어요. 멕시코의 미초아칸 주에서 일어난 일이에요. 솔직히 한 번이 아니라 늘 있는 일이죠. 내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있게 되니 마약카르텔에서 날 눈여겨보더라구요. 돈이 되니까요. 날 팔아서 그 돈으로 뭘 하려는 꿍꿍이가 있겠죠.. 못 믿겠나요? 근거할 기사가 필요한가요?



멕시코 마약 카르텔과의 전쟁, 피의 아보카도 (177회_2020.07.04.방송) - YouTube




마약은 당연히 좋지 않은 것이라 정부가 규제를 많이 해왔어요. 그래서 다른 방법을 찾으려고 마약범죄를 일삼는 일당들은 아보카도 농장을 눈여겨보죠. 합법적으로 돈을 벌 수 있으니까요. 그들이 스스로 재배하냐구요? 그럼 아무 문제없지요... 그렇지 않아요. 농장 주변을 맴돌며 아보카도 농장주인에게 보호를 해준다는 명목으로 상납금을 요구하죠. 안 주면 안 되냐구요? 안 주면 총으로 위협해 갈취나 납치를 일삼기 때문에 안 줄 수는 없어요. 실제로 농장 일가족이 살해당한 적도 있어요...



멕시코의 빈곤한 농부들은 미국이나 중국으로 아보카도를 팔아서 가난함을 벗어나고자 했지만 꿈은 사라져요. 이렇게 매번 그들에게 당할 수만은 없어서 동네사람들은 모여 회의를 했어요. 경찰들은 그 시간에 뭘 하냐구요? 물론 경찰들이 나서서 마약카르텔을 진압하려 시도를 했지요. 하지만 속수무책이었어요. 경찰들이 계속 죽어나가니 이제는 섣불리 경찰들도 도와줄 생각을 못 해요. 실제로 경찰과 카르텔이 시가전을 벌이다가 범죄집단에게 완패하고 그들의 요구사항을 들어줘버리면서 멕시코 대통령 로페스 오브라도르는 "불은 불로써 끌 수 없다. 더 큰 유혈사태를 막고자 함이었다" 라며 사실상 카르텔을 꺾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말았어요.



우리는 회의를 거쳐 우리 스스로를 지킬 자경단을 만들어요. 평화적 방법인 대화로는 어림도 없어요. 총을 준비해요. 그리고 시간을 정해요. A팀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B팀은 저녁부터 아침까지 시간을 나누어 우리 스스로를 지키기로 해요. 듬직한 총을 들고 서있지만 무서움은 가시지 않아요. 그들은 대낮에 경찰도 쏴버리는 무지막지한 카르텔이니까요.



어김없이 그들이 나타나요. 시작도 그들이 먼저 해요. 같이 총을 쏘아요. 하지만 번번이 픽픽 쓰러지는 건 총연습이라곤 할 수 없었던 우리 쪽이죠.. 그리고는 유유히 수확해 놓은 아보카도를 들고 불을 지르고 떠나요... 상납금을 내지 않았으니 당연하다는 표정과 함께 말이죠...



아보카도... 이래도 맛있나요? 계속 먹고 싶은가요? 나 없이도 잘 지내왔잖아요... 이젠 날 잊어줘요. 내가 없던 그때로 돌아가요. 우리... 완전한 이별은 너무 슬프니 난 가끔 한 번씩만 찾아올게요. 다른 종의 식물친구들이 자랄 때 중간에 한 그루씩만 있을게요. 그럼 됐죠? 이젠... 날 잊어줘요...

애원해도 안 될 사람들 꼭 있죠?
그럼 이 방법을 쓸 수밖에...
아보카도 한 알은 약 300kcal로 밥 한 공기와 맞먹어요. 아무리 유익한 영양소가 많다고 해도 고칼로리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죠. 많이 먹으면 비만이 된다는 얘기예요. 하루 섭취 권장량은 대개 1/5개이니 알고 계세요... 추수철에 도로변에 툭툭 떨어진 아보카도가 지천이라 길가의 주인 없는 개들이 먹이 대신 아보카도를 먹어댔는데 그다음은 어떻게 됐는지 아세요? 모두 피둥피둥 살이 찐 비만개가 되었답니다. 그러니 이제 제발 날 좀 그만 찾아요. 알았지요?



부탁이에요...
더 이상은 사막화되는 걸 보고 있을 수만은 없어요.
더 이상은 나 때문에 사람이 죽는 걸 볼 수가 없어요.
더 이상은 내 몸값이 마약카르텔에게 들어가 나쁘게 쓰이는 걸 볼 수가 없어요.
이제 더 이상 날 찾지 말아요...



https://youtu.be/9tk6j8PUzD4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이
막강한 힘을 발휘하길 기대하며
우리 지구가 건강해지길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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