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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아 Feb 18. 2023

수학 시험지를 보며 살만한 세상을 외치다

조금 지났지만 "우영우"

2022년 7월, 초등 5학년인 딸아이가 이제 곧 다가올 여름방학을 앞두고 얼굴에 미소가 방울방울 담겼다. 미소만으론 성에 안 차고 뿌듯한 표정도 감출 수가 없었는지 내게 자랑을 하기 시작했다. 


"엄마~ 수학 단원평가 봤는데~ 우리 반에서 나 혼자 100점 맞았어~^^"


"으응?? 진짜?"


"학원 다니는 친구들 많지 않아? 걔네들은 왜?"



'우리 딸 열심히 했구나~' 하고 칭찬을 먼저 해줬어야 했지만 궁금함을 못 견뎌 산통깨는 질문에 딸아이는 시크하게 "몰라~ 실수했나 봐~ 한 개 틀렸대~"라고 답을 했다.


그리고 담임선생님이 채점하시는 걸 보게 되었는데 자신의 시험지를 들고 다른 친구들 채점할 때 답지로 썼다며 입은 귀에 걸리고 눈은 초승달이 되었다. 결혼 전까지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쳐 보았기에 모범답안과도 같은 시험지는 어떤 의미인지 너무 잘 아는 터였다. 아이의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나도 덩달아 같이 뿌듯해졌다. 



우리 아이들은 학원에 다니지 않는다. 

초등 1학년 때 학교에서 운영하는 돌봄 교실 추첨에서 떨어진 아이들은 대기만 1년이라는 지역아동센터에 운 좋게 대기 없이 들어갈 수 있었고 센터에 가서 영어, 수학을 조금씩 미리 배우는 것이 다였다. 나는 일을 한다는 핑계로 아이들 공부를 돌봐 주지 않은지 꽤 되었는데 이런 흡족할 만한 결과물을 가지고 왔다는 이 순간이 참 뿌듯했다. 평소는 엄마 노릇도 잘 해내지 못하면서 이런 기쁜 일에는 엄마라는 본성이 튀어나와 천방지축으로 기분이 참 좋았다. 이게 뭐라고 참 살 맛이 났다.



학교에서 가져온 단원평가지^^



어디 보자~ 내가 아이들을 가르칠 때 비교해서 10년도 훨씬 더 지났으니 얼마나 학습 수준이 변했는가 문제를 살펴보다가 분수들의 분모가 모두 다름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는 피식 웃음이 났다. 

예전 학원에서 분수의 덧셈을 처음 접한 아이들이 저들 편한 대로 마구잡이로 계산한 것이 떠올라서였다.


라고 계산해 놓은 것이다. 

얼핏 보고 맞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실 텐데 저 상황에서 분모끼리 더하고 분자끼리 더하면 오답이다.    

저 식은 분모가 다르기 때문에 분모를 공통분모 6으로 맞춰 주어야 한다. 

그러니까 분모 3과 2는 각각 6으로 바꾸어 통분을 하면 다음과 같다.



이렇게 수학이란 과목을 공부할 때도 분모가 다르면 같아지게 맞춰주는, 출발점을 맞춰 주고 풀이와 답을 이끌어내는데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우리네 인생살이는 어떤가 하는 생각이 든다.


과연 우리 인생은 출발선이 같은가 하는 생각 말이다.




작년 2022년에는 지금의 "더 글로리"만큼이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대세였다. 


아쉽게도 난 1화부터 보지 못해서 종방이 되면 1화부터 정주행을 할 생각이었으나 지인들이 모두 우영우를 본다며 나랑 놀아주지 않아서 나도 어쩔 수 없이 오래간만에 TV를 틀어 우영우를 보게 되었다. 우영우와 동기인 여자변호사는 우영우를 챙겨주고 싶어 하고 또 다른 사람들에게 우영우가 남들과 다르지 않음을 인식시키려 애쓰는 반면, 우영우를 적으로 생각하는 남자변호사는 우영우가 부정취업을 했다며 매우 분노하는 모습을 보였다.



출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ENA



그리고 우영우의 아버지는 로펌 대표인 대학 후배에게 이런 말을 한다.

"이 세상은 영우한테 기회를 주지 않아. 서울대 수석 졸업, 변호사 시험 만점을 받아도 면접조차 볼 기회가 없었다. 나 그냥 나쁜 아빠 할래. 어떤 원망을 들어도 내 몫이다. 내 딸 이용할 생각인 나쁜 후배와 결탁을 해서라도 난 영우한테 기회를 주겠다" 


며 자폐인이라는 이유로 기회조차 없던 딸을 위한 아픈 마음을 드러냈다.

부정취업을 운운하는 악역 담당 남자 변호사는 우영우에게 왜 모두가 배려를 해야 하는지, 자폐라는 이유로 자신이 공격조차 하지 못하는 것에 분노를 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장애를 가진 이유로 차별을 받는 것은 사회의 당연한 반응으로 생각하는, 마음 아프지만 보통의 감정들을 대변하고 있다. 하지만 비장애인의 잣대를 그들에게 똑같이 적용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 묻고 싶다. 극중 주인공 우영우는 실력이 월등하고 비장애인보다 더 우위를 점하는 실정이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     


하지만 자신의 처지를 잘 알고 그 상황을 깨고 나와 한 번 제대로 살아보려고 애면글면 노력하는 많은 우영우의 상황을 외면한다면 이 사회는 어찌 될까.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사회의 약자로 남아 부적응의 연속으로 이어진다면?
가장 힘이 센 사자가 힘이 약한 사자들과 모두 싸워 이겨 결국 강한 사자만 살아남는 밀림과 다를 게 무언가?



코너가 없는 직선거리의 단거리 육상에서는 모두 같은 출발선에 있는 것이 당연하지만

장거리 육상에서는 타원형의 트랙을 돌 때 바깥쪽 트랙에 서 있는 선수가 일정 거리를 더 먼저 앞에 자리한다. 

이것을 불공평이라고 말할 수 있나? 



출처. ilovepc.co.kr




출처. 드미트리 블로그




팔씨름을 할 때 어른은 아이의 손목을 잡고 시작한다.

이건 불공평일까?




아버님~ 이건 공평이 아니라 반칙입니다. 출처. 셔터스톡




다시 딸아이 시험지를 주욱 훑어본다.
분모들이 죄다 각각 다르다. 
우선 출발점부터 모두 맞춰 준 후 풀어야 할 문제들이다.



우리 사회도 기본적인 출발선부터 맞춰놓고 시작한다면 세상은 좀 더 살만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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