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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아 Jan 13. 2023

별도 보이고 피도 보이고

자만의 끝

요즘 나는 고3으로 돌아간 건가 싶다.

잠을 안 자고 있다. 요새... ㅎㅎㅎ

어제도 열심히 일 하던 중 별도 보고 피도 보는 사건이 생기고 말았으니.


나도 모르게 잠이 와서 깜빡 졸 때는 원래

괘종시계의 시계추처럼 좌우로 까딱까딱 조는 스타일인데

어제는 앞뒤로 졸아버린 거다.

아니 왜??

머리가 붙어 있는 내 목한테 물어봐야지 왜 그랬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학생 때 지하철을 타면 적절한 흔들림에 치익 치익하는 적당한 백색소음으로 어찌나 잠이 잘 오던지, 생각도 않다가 자게 되는 잠은 또 왜 그리도 꿀잠인지 까딱까딱 제일 구석 쇠기둥 자리에 앉아 좌우로 졸다가 쇠기둥에 머리를 댕~~ 하고 부딪힌 적도 있고,

어른 돼서 맘에 드는 남친과 노래도 부르고 술도 마실 수 있는 노래방에서 술에 살짝 취해 옆으로 졸다가 남친 어깨에 기댄 적도 있고,

아무튼 옆으로 까딱 졸아야 귀엽고 가냘픈 척이 가능한데

어젯밤에는 보는 사람 없다고 우람하게 앞뒤로 헤드뱅잉을 신나게 했나보다.


그때 어깨를 내 머리에 고이 내주던 남친은 빌려준 어깨에 대한 보상이라도 받으려는지

요새는 귀 파줄게~ 하고 말하면 자기 머리를 내 허벅다리에 그렇게 파고들어 눕는다.

역시 세상에 공짜는 없다.

이제 그 값은 다 치른 것 같은데.



뭐 어찌 되었든

좌우든 앞뒤든 그냥 졸기만 하면 상관이 없었을 텐데

졸다 깨다 반복하다가...


그만


쾅~!!!!!!!!!!



난... 누가 내 뒤에서 내 뒤통수를 오지게 때린 줄 알았다. ㅜ.ㅜ


새벽이라서 그럴 리 없으니 그냥 넘어갔지 만일 대낮이었다면 "누구야~!!!" 하고 소리를 지를 뻔했다.



이마가 너무 아팠다. 번쩍~! 하고 별도 핑그르르.  

반짝반짝 작은 별 온 가족이 종갓집 행사로 모인 명절인 것 같았다.


얼마나 아팠는지 잠이 확 깨고 정신도 번쩍 든 김에 겸사겸사
다시 일에 몰두하고 있는데...


그러고 몇 분 있다 이마를 잠깐 짚었는데... 뭔가 촉촉 끈적 느낌이 이상하다.

그리고 보이는 손등에 피 한 방울...


머리를 책상에 너무 세게 박아서 급기야 피를 보고 만 것이다...

이게

이럴 일인가 싶다.





고등학교 다닐 때 고 3에게 선생님들은 으름장 놓듯 "4당 5락" 이라는 말을 자주 했었다. "지금, 잠이 오냐?" 라는 말과 함께. 요즘 고등학생 아이들도 쓰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4시간 자면 대학에 붙고 5시간 자면 대학에 떨어진다는, 결국 잠을 줄여 공부를 열심히 해야지 자고 싶은 잠 다 자가면서 대학에 붙을 생각일랑은 꿈도 꾸지 말아라 하는 그런 말이 될 수 있겠다.


잠을 안 자고 공부를 해야 합격하는 것인데 공부는 모르겠고 우선 잠이라도 안 자면 목표하는 바에 조금이라도 가까워지지 않을까 싶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하나같이 "4당 5락" 이라는, 오락만 생각나는 그 네 글자를 시뻘건 매직으로 큼지막하게 써서 책상 앞에 붙여 두었지만 천하장사도 눈꺼풀만은 이길 수가 없다고 하던가. "4당 5락" 도 이내 곧 시들해져 수험생들은 까딱까딱 졸기 마련이었다.


그래서 학생들은 더 강한 대책을 마련했다.


앉아 있으면 졸린다고 아예 의자를 치우고 서서 공부하기.

눈두덩이 화끈하라고 물파스 바르기.

눈을 감을 수 없게 성냥개비를 눈꺼풀에 받쳐 올려 두기.


급기야는 졸면 죽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임해야겠다며 책상 앞에 칼까지 두어 마음을 다잡고 공부하는 다소 우습기도 하고 살벌하기까지 한 장면도 연출하곤 했다. 앞에 칼이 있는데 행여나 졸면 다칠 수 있으니 무서운 마음을 갖고 공부하면 졸음 따위 물리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누군가가 시작했던 것 같다.




난 그때 그런 장면들을 보고 더욱 강력한 생각을 했다.



칼이 너무 작은데?

정육점에서 쓸법한 무시무시한 식칼을 두면 더욱 경각심이 생겨서 잠이 확 달아나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이지만 나름 논리적인 상상을...





그런데...!!!


만약에 어젯밤 그 상황이었다면,

앞에 혹시 어마무시한 사이즈의 칼을 두고 일을 했다면!!

하지만 너무 피곤하여 앞에 뭐가 있든 말든 잠시 쾅하고 졸며 머리가 떨어졌다면....!!!



으...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너무 나를 맹신하고 자만하며 사는 것도
다시 돌이켜 생각해 봐야 할 일인 것 같다.



그나저나

밴드가 어딨더라...

너무 아프다... 흑흑...


이건 뭐 만날 시트콤도 아니고... ㅠ.ㅠ



https://youtu.be/bk-82ebJyZ0

별이 많이 보였다. 그리고 막 팽글팽글 돌았다. ㅜ.ㅜ






**돈 몇 푼 더 벌어보겠다고 자본주의에 굴복하고 말았던 작년 여름에, 손등에 묻은 한 방울의 피를 보며 스스로도 어처구니가 없어 작성해 둔 글입니다. 요새는 졸리면 버티지 않고 알람 맞춰 놓고 잡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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