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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그날

43. 오늘 20210715

by 지금은 Dec 01. 2024

본격적인 여름입니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현상이지만 열대야가 지속되는 기간은 괴롭습니다. 창문을 활짝 열었습니다, 선풍기를 틀어도 잠시뿐입니다. 계속되는 운동에 바람은 시원함을 잊었습니다. 에어컨을 틀면 좋겠지만 요금 폭탄이 염려됩니다. 이럴 때는 움직이지 않는 것이 최상입니다. 잠시 겨울을 빌려 쓰면 어떻겠냐고 눈을 감고 명상에 잠깁니다. 열이 내리고 마음속으로 몸이 식어가기를 기다립니다. 명상이 잘못되었나 봅니다. 어릴 때 찬 샘에서 등목 하던 모습을 떠올립니다.


‘으아’


너무 차가워서 내뱉던 신음입니다. 순간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조금만 차가우면 좋겠습니다. 원하면 이루어진다더니 여보 하는 말소리와 함께 아내가 들어섰습니다. 장바구니에서 ‘아이스바’ 하나를 건넵니다. 오백 원의 기쁨입니다.


몸이 뜨겁다 보니 별별 생각을 다 합니다. 의대생들이 해부학 실습을 위해 시체를 대할 때 가장 많이 갖게 되는 느낌이 차가움이라고 합니다. 시체를 가까이하는 것은 좋을 리 없습니다. 내 생각도 다르지 않습니다. 가족이나 친지 중 세상을 달리 한 사람과 이별할 때 손에 전달되는 느낌입니다. 냉기와 함께 딱딱함이 전달됩니다. 동물의 사체도 마찬가지입니다.


바꿔 말하면 따스함은 살아있다는 증거입니다. 잠시 더위가 입에서 떨어져 나가자, 생각 바뀌었습니다.


‘차가움이 있으니 뜨거움도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뭐 그리 아는 게 많다고 음양의 원리를 머릿속에 떠올립니다. 처음 맞는 여름도 아니고 열대야도 그렇습니다. 백 년의 사분이 삼이나 살았는데도 면역은커녕 더위에 대한 공포는 더 커진 듯합니다. 옛날에 비해 사람들의 의식주에 대한 질이 눈에 띄게 높아졌지만 반대로 고통을 이겨내는 힘은 줄었나 봅니다. 여름에는 더 얇은 옷 시원한 음식을 찾고 겨울에는 더 포근한 옷과 따스한 음식을 원합니다.


지금 나는 얇은 옷을 입고 있습니다. ‘아이스바’와 입맞춤 중입니다. 하지만 더위는 마음으로 다스리는 것입니다. ‘이열치열(以熱治熱)’이라는 말도 있지만 더위에 더위를 더하면……. 아무래도 무더위는 짜증 나게 합니다. 에이, 밤에는 미지근한 물에 샤워하고 ‘멘델스존의 한여름 밤의 꿈’이나 감상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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