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Works》 오해

by 정오월


잿빛, 쥐색. 피하고 싶은 것들로 만들어진 이름이네요.

흐린 하늘, 콘크리트 도시, 차가운 금속. 삭막함이 떠오릅니다.

무소속, 중립, 특성 없음. 이도 저도 아닌 상태죠.

회색과 연관되는 이미지들입니다.

그리고 그 이미지들을 종합하고 관통해서

가라앉고 우울한 감정을 회색으로 표현하곤 합니다.


자연의 생명력이 느껴지는 초록과 정반대로 여겨지는 색.

다채로운 색들이 섞여버려서 모두 사라진 상태의 색.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상 어디에나 있는 색.


회색은, 좀 억울하겠습니다.



34cm X 30cm 크기 중 일부분

니트 원단으로 만든 패브릭 얀 / 코바늘 짧은뜨기





나에게 회색은 안심되는 색입니다.

무엇이든 회색을 고르면 후회할 일이 없죠.

분홍색을 좋아하지만 운동화는 회색이 예뻐 보입니다.

분홍색보다는 덜 하지만 회색도 예쁜 색이고요.

무엇이든 회색인 것이 좋다는 동생에게

예쁜 색보다는 무난한 색을 선택하는구나, 했더니

그게 아니라 예뻐서 좋아하는 거거든, 합니다.

누군가에겐 회색이 제일 예쁜 색입니다.


나에게 회색은 또 다르게 안심되는 색입니다.

시뻘겋게 솟구치는 분노도 시커먼 어둠 속 같은 불안도

꺼뜨리고 밝히고 나면 회색이 되니까요.

미지근한 물속에 가라앉아 있듯이

웃음도 울음도 나지 않는 회색 같은 마음일 때,

나는 편안합니다.


나만 그렇게 느끼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일상에서 마주치는 사람들, 머무는 공간, 거리에서도

회색이 자주 많이 보이니 말입니다.


회색에 대한 오해가 조금이나마 풀렸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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