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고사직이후 그리고 나는 한층 더 성장하고 자랐다.]

11번째 이야기-권고사직 이후 조기 재취업수당신청과 책 한 권 소개합니다

by 윤슬





드디어 새 직장에 들어간 지 1년이 지났다. 기획실에 가서 재직증명서 1부를 신청했다. 고용노동부 1350에 전화를 하니 안내문을 문자로 보내 주었고 준비할 서류는 재직증명서 or 근로계약서였다. 재취업수당 신청을 인터넷으로 했다. 계좌번호는 옛날 최초로 실업급여받던 통장으로 입금이 된다고 하였다.

(좌:카톡으로 보내준 고용노동부신청정보/우:인터넷으로 순서대로 4번의 화면이 바뀌면서 나온 입력창)

모든 일을 처리하고서도 기분이 이상했다. 이렇게 빨리 시간이 지나가다니. 그토록 내 인생에서 힘들었던 일이 잊혀 갔다. 아무리 힘든 일이었을지라도.




새로 들어간 직장에서 1년이 지났다. 이제야 전체적인 흐름이 보이기 시작하고 사람들의 됨됨이도 알게 되었다. 직장에서 마음을 나눌 사람이 있다고 생각했던 옛날 생각이 점점 없어져 갔다. 이전 직장에서 받은 상처로 인해 아무도 믿기 힘들었고 마음에 있는 얘기를 하지 않았다.


내가 새직장에 입사할 때 입사동기는 3명이었다. 원무과에 근무하는 사회초년생 1명, 온갖 직책을 다 맡아보고서 이제 조그만 상담실장으로 오신 1명, 그리고 나였다. 지금까지 3명이서 앉아 같이 식사를 한 적은 없지만 우리는 서로를 지켜보면서 말없이 격려하며 1년이라는 시간을 견뎌왔다.


"실장님 우리 1년 기념으로 식사 한 번 어때요?"


퇴근시간 무렵 우리 둘은 문자를 주고받으면서 시간을 조율했다. 드디어 월요일 약속 시간이 되었다. 우리는 근처 깔끔한 순두부찌개 정식집에 마주 앉았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면서 실장님께서 들어 오시자 마자,


"우리 자리 옮기자. 이 자리는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 보이는 자리예요."


"실장님 이렇게 나와서 까지 사람들 눈치 봐야 해요?"


우리는 미색의 부드럽고도 달콤하기까지 한 순두부찌개를 먹으며 웃었다. 그리고 두부푸팅까지 비우고 난 뒤 근처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겼다.

(좌:순두부찌개 사진/우:두부푸딩 진짜로 내 입맛에 딱 맞았다. 팥소는 없어도 될 듯 ㅎㅎ)


"우리 이제 얼마나 더 직장을 다닐지 모르겠지만 나는 마지막 직장이라 생각하고 일해요. 앞으로 5년이면 65살 정도 되는데 그때까지 생각하고 있어. 과장님도 마지막 직장이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서 일하는 거 알고 있어요. 1년을 이렇게 보냈으니 우리 앞으로 1년도 잘 견뎌보자.

과장님. 너무 눈치 보지 말고 일했으면 좋겠어요. 어떨 때는 보면 안쓰럽고 이젠 1년이 되었으니 당당하게 일하세요. 부장님 눈치도 너무 보지 말고. 그 자리가 지금은 안 보여도 그 자리에 가보면 또 어려움이 많이 있을 거예요. 챙길 일들도 많고요. 제가 보기에 요즘 부장님은 너무 정신없이 바쁘신 거 같아요. 그리고 부장이라는 자리는 인력을 구하는 자리예요. 지금 여러 군데 빈자리에 사람 구하느라 정신도 없을 겁니다. 그러니 지금 부서 잘 챙기면서 일해요. 있는 동안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거는 얼마든지 도와줄게요."


마음이 먹먹해져 왔다. 그녀의 조용하면서도 단호한 말투가 내 가슴으로 스며왔다. 앞으로 일은 아무도 알 수도 없다. 직장생활이 거듭될수록 영원한 아군도 적군도 없다는 것을 느낀다. 새로운 직장에 주사위가 던져진 지 1년. 어떤 일도 거저 주어지는 법은 없다. 혹독한 대가뒤에 온 직장에서 1년을 최선을 다해 달렸다. 후회 없이 말이다.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지만 조기 재취업 수당금이 나오면 나는 따로 보관할 예정이다. 이 돈은 직장에서 가장 쓴 맛을 보면서 받아낸 피 묻은 돈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한층 더 성장하고 자랐다.





(P.S)

이것으로 권고사직 당해 본 적 있으세요 매거진을 북으로 엮으려 합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시고 격려해 주셔서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앞으로 직장이야기도 더 써보려 합니다. 현재진행형이다 보니 인간관계에 대해서 가장 할 말이 많으나 글을 쓰기가 참 조심스럽습니다. 여러분의 직장에서 가정에서 여러 관계 속에서 건투를 기원드립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마지막으로 책 한 권 소개하면서 진짜로 마칠게요. 30대 초반에 읽은 책인데 지금은 절판에 절판을 거쳐 완전 다른 이름으로 신간이 나왔네요. 저는 이때부터 프로방스 노래를 부르면서 꼭 휴가를 받으면 이 프로방스에서 1월에서 12월 중 제일 좋은 시기에 최소 2주 정도는 보내리라 다짐했었습니다. 가장 가고 싶은 휴양지 회상하면서 권고사직 이야기가 산으로 갔습니다. 그래도 예전의 책도 다시 찾고 즐겁네요.^^)

(좌:프로방스의 1년 젤 처음 소개된 책/우:30대 초반에 다시 펴내서 읽게 된 나의 프로방스)
(좌:다시 펴낸 프로방스책의 제목이 완전 다르다./우:목차를 보면 구미가 당기지 않는가. 꼭 가고 말리라 엑스 프로방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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