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청1
어차피 내려올 거 왜 올라가는 거?
그럼 넌 어차피 쌀 거 왜 먹냐
하며, 친구는 나를 앞질러 돌계단을 올랐다.
어느새 뒤처졌다. 친구는 보이지 않았다. 물론 정상은 나무 사이의 틈으로도 나타나지 않았다. 다양하진 않지만 깊게 한 운동으로 왼쪽 무릎에는 연골이 없다. 그래서 등산을 정말 싫어하는데 왜 나는 산 중탁에 이러고 서 있을까 싶었다.
친구가 사라졌으니 기를 쓰고 올라갈 이유는 없었다. 계단 초입의 작은 돌에 앉아 가만히 있어보니 올라가는 사람만큼이나 사람들이 내려왔다.
왜 산을 타는 말은 등산일까. 올라가기만 하면 끝나는 세상이면 힘들어도 쉬지 않고 친구를 따라갔을 텐데. 어느 산을 오르던 결국 내려와야 한다. 생각해 보면 ‘등산하러 가자’가 아니라 ‘하산하러 가자’가 맞는 표현 아닐까.
정상도 결국 과정 중 하나이다. 언제부터 그렇게 결과보다 과정에 의미를 두고 살펴줬던가. 아무리 낮은 관악산이라 하더라도 내려와야만 정상을 찍었다는 사실도 증명되지 않는가.
왜 친구는 저렇게 급하게 올라갈까. 늦게 올라가면 정상의 풍경이 닳기라도 하는 걸까. 어차피 지금부터 하산하면 내가 더 빠르다. 정말 역사를 하노라고 돌멩이 하나 소나기에 쓸려도 내내 어여쁜 게 돌산일 텐데, 그렇기에 산에는 속도제한 표지판도 없다. 물론 그렇기에 친구가 과속을 해도 문제없다. 단지 나는 무릎이 아팠고 정상도 몰라서 고개만 떨구고 걸을 뿐이었다.
정말 나무판자로 된 계단만 보고 올랐다. 지금 밟고 있는 계단과 다음 한 칸만 볼 수밖에 없었다. 내가 뭐 하고 있는 거지란 후회가 땀으로 스며들 때쯤 계단이 사라졌다. 그 앞엔 친구가 앉아 있었다.
여기가 쉬는 포인트니까 물 좀 마시고 잠시 쉬어
한참을 빠르게 달린 이유가 기다리기 위함이었던 건가. 정상을 보고 걸었으면 휴식 포인트까지 못 왔을 테다. 친구도 모르지 않았다. 속도가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오히려 내가 나만 알고 있다고 자만했다. 나도 모르게 친구의 속도를 의식했고 지고 싶지 않았다. 참 못났다.
그렇게 각자의 속도로 정상인 연주대에 도착했다. 늦었다고 변한 건 없었고, 빨랐다고 얻은 것도 없었다. 그저 그렇게 산 중간중간 친구 얼굴을 보며 하산했다.
어차피 내려올 거 왜 올라가는 게 아니라
어차피 올라가니 내려왔다.
아직 경쟁하지 않아도 되는 게 있긴 한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