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는 공중
4월이다.
이 브런치를 시작하고 연재를 수요일로 정했는데 그게 4월 16일이 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준비되어 있는 글을 미루고 오늘의 글을 쓴다. 오늘은 오늘이기에. 4월의 기억이기에.
11년이나 흘렀다. 11년 전 제주도에서 언니와 뉴스를 보며 이게 사실이 맞는지를 질문하던 그날로부터. 수많은 아이들의 목숨이 사라졌고 국가는, 어른들은 이를 지켜보았다.
11년 전, 나도 어린 청년이었지. 지금의 나는 그때와 다른 청년이 되었는가를 생각하면 잘 모르겠다. 지금의 나는 세상의 변화를 이루었는지를 생각하면 그 조차도 어떤 명백한 답을 내리기 어렵다. 언제나 제자리 같은 느낌이 드니까. 아무리 소리 내려고 해도, 아무리 움직이려 해도 계속 막히는 벽에 의해서 무기력해지니까. 변하지 않는 현실 때문에 좌절하고 실망하고 무기력해지니까.
그러다 작년 4월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4월은, 이 1년은, 이 앞으로의 수많은 날들은 누군가가 갖지 못한, 누군가의 날이 될 수 있던 날이다.
그런 날들을 그저 흘려보내서야 될까.
하루하루 소중하지 않은 하루가 없다. 매일매일 무기력과 나약으로 가득 찬 어두운 하늘 속으로 빨려드는 것 같지만 그 어둠은 언젠가 밝아질 날들이다. 봄이 오는 길목에 꽃이 피고, 그 꽃들을 시샘하여 눈보라가 쳐서 꽃이 다 떨어질 거라고 생각한 와중에도 꽃이 남아 있는 것처럼, 모든 것은 지나가고 아름다운 시간은 언젠가 돌아온다. 과거와 같은 시간은 아니더라도 다른 모습으로. 색다르게 그만의 아름다움을 가진 채로.
그러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주입하는 시간들은 나를 아프게 할 뿐, 어두운 공중은 언젠가 빛나는 공중이 되고 우리는 발아래 내려온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다. 아니면 어둠이 걷히지 않는 하늘이라면 아름다운 별들 속을 헤엄치고 있을 수도.
아픈 4월을 기약하며 다시 열심히 살아갈 생각을 하다니. 인간이란 얼마나 모순적이며 나약하고, 그렇기에 사랑할 수밖에 없는 걸까. 기억하자는 마음을 계속 다진다. 수많은 아픔을 지닌 4월을. 11년뿐만이 아닌 77년 전의 4월 까지도. 지금은 편히 쉴 수 있기를 바라며. 그리고 삶의 희망을 이어받아 나가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