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시가지에서 총격전이 벌어졌다. 태우가 다수의 무리를 상대로 무모해 보이는 싸움을 하고 있었다. 현장을 지나던 사람들이 혼비백산 흩어졌고, 홀로 된 태우는 허물어져 가는 벽 뒤에서 위태롭게 그들과 맞섰다.
정체를 알 수 없었던 다수의 무리는 자동소총으로 무장하고 있었고, 살의를 숨기지 않았다. 마치 먹이를 발견한 포식자들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태우를 압박해 왔다.
사방에서 들리던 총성이 멈췄다.
그 순간, 벽에 의지해 기회를 엿보던 태우의 핸드건이 침묵을 깨고 불을 뿜었다. 한 발의 실탄이 적진의 방어선을 뚫고 무리 중에 한 사람을 쓰러뜨렸다. 종이장처럼 힘없이 쓰러진 동료를 본 포식자들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어디선가 들리는 유탄발사기 소리.
태우가 반사적으로 몸을 날렸고, 커다란 폭음과 함께 산산조각 나버린 벽은 허공의 먼지가 되어 일대를 뒤덮었다. 안개처럼 시야를 가린 먼지 속에서 순식간에 날아든 단검이, 유탄발사기를 들고 있던 무리 중, 한 사람의 목을 파고들었고, 그가 쓰러지며 사출 된 유탄이 동료들을 피격했다.
탄알이 없었는지, 손에 들고 있던 핸드건을 버린 태우가 허리에 차고 있던 정글도를 꺼내 들었다. 태우는 고양이처럼 몸을 낮추고 적진 안으로 깊이 파고들었다. 총보다 빠르게 태우의 칼날이 상대방을 하나씩 쓰러뜨리기 시작했다.
더 이상 싸울 상대가 없는 것을 확인한 태우가, 칼 끝의 긴장을 풀고 돌아서는데, 갑자기 나타난 여자에게 놀라 다시 칼끝을 세웠다. 여자는 비무장 상태였다.
"너 누구야?"
"잠깐만요! 놀라게 해서 미안해요."
태우는 그녀의 어깨를 잡고 눌러 앉혔다.
"여기가 어딘지 알고... 죽고 싶어서 왔어?"
"저는 수아라고 합니다. 민서... 찾으셔야죠..."
"누구?... 민서..."
태우의 행동이 오래된 컴에 생긴 버퍼링 같았고,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폐허가 되다시피 했던 시가지가 어느새 사라지고, 세상이 하얗게 변해 버렸다.
그의 꿈속은 겨울이었다.
땅과 나무, 세상의 모든 것들이 하얀 눈으로 덮여 버렸고, 아무도 없을 것 같은 그곳에 누군가의 발자국이 찍혀있었다. 수아는 그 발자국을 따라 눈길을 걸었다. 소복하게 눈이 쌓인 커다란 전나무 밑에 나무로 만든 벤치가 있었고, 태우가 앉아 있었다.
태우는 얼어버린 물고기처럼 몸이 굳어진 채 움직이지 않았고, 그의 다리는 차가운 눈 속에 묻혀 있었다.
"도와드리고 싶어요."
수아의 말은 봄날처럼 따뜻했지만, 태우는 반응이 싸늘했다.
수아가 그에게 다가가려 하자, 매서운 눈보라가 수아를 밀어냈다.
그가 눈앞에서 사라졌다.
수아는 그를 따라갈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의 세상은 아직 추운 겨울이었기에...
12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