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혁 Jan 03. 2024

차가운 마음

11

2년 전)


시가지에 총격전이 벌어다. 태우가 다수의 무리를 상대로 무모해 보이는 싸움을 하고 있었는데, 이들의 적의가 두려웠던 사람들은 혼비백산 현장에서 벗어났고, 홀로 된 태우는 허물어져 가는 벽 뒤에서 위태롭게 그들과 맞서고 있었다.

정체를 알 수 없었던 다수의 무리는 자동소총으로 무장고, 의를 숨기지 않았기에, 마치 사냥감을 발견한 포식자들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사방에서 들리던 총성이 멈췄다.

그 순간, 벽에 의지해 기회를 엿보던 태우의 핸드건이 침묵을 깨 불을 뿜었다. 한 발의 실탄이 적진의 방어선을 뚫고 무리 중에 한 사람을 쓰러뜨렸. 종이처럼 힘없이 쓰러진 동료를 본 포식자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어디선가 들리는 유탄발사기 소리.

태우가 반사적으로 몸을 날렸고, 커다란 폭음 함께 산산조각 나버린 벽은 의 먼지가 되어 일대를 뒤덮었다. 안개처럼 시야를 가린 먼지 속에서 순식간에 날아든 단검이, 유탄발사기를 들고 있던 무리 중, 한 사람의 목을 파고들었고, 그가 쓰러지사출 된 유탄이 동료들 피격했다.

탄알이 없었는지, 손에 들고 있던 핸드건을 버린 태우가 허리에 차고 있던 정글도를 꺼내 들었고, 숨어 있는 적을 찾아 적진으로 깊숙이 파고들었다. 갑자기 나타난 태우를 보고 놀란 상대가 총을 겨누려고 했지만, 이미 태우의 칼날에 목려, 아무런 소리도 내지 못하고 자리에 주저앉았다.

더 이상 싸울 상대가  것을 확인한 태우가, 칼 끝 긴장을 거두려 했는데, 뒤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놀라 칼을 앞세워 빠르게 돌아섰다. 눈앞의 상대는 비무장한 여자였다.


"너 누구야?"

"잠깐만요! 놀라게 해서 미안해요."


태우는 그녀의 어깨를 잡고 눌러 앉혔다.


"여기가 어딘지 알고... 죽고 싶어서 왔어?"

"저는 수아라고 합니다. 민서... 찾으셔야죠..."

"누구?... 민서..."


태우의 행동이 오래된 컴에 생긴 버퍼링 같았고,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폐허가 되다시피 했던 총격전의 현장이 어느새 사라지고, 세상하얗게 변해 버렸다.

그의 꿈속은 겨울이었다.

땅과 나무, 세상의 모든 것들이 하얀 눈으로 덮여 버렸고, 아무도 없을 것 같은 그곳에 누군가 발자국이 찍혀있었다. 수아는 그 발자국을 따라 눈길을 걸었다. 소복하게 눈이 쌓인 커다란 전나무 밑에 나무로 만든 벤치 있고, 태우가 앉아 있었다.

태우는 얼어버린 물고기처럼 몸이 굳어 움직이지 않았고, 그의 다리는 차가운 눈 속에 묻혀 있었다.


"도와드리고 싶어요."


수아의 말은 봄날처럼 따뜻했지만, 태우는 반응이 싸늘했다.

수아가 그에게 다가가려 하자, 매서운 눈보라가 수아를 밀어냈다. 

그가 눈앞에서 사라졌다.

수아는 그를 따라갈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의 세상은 아직 추운 겨울이었기에, 따뜻한 봄이 소식을

기다려야 할 것 같았다.



12에서 계속


이전 10화 머리카락 보인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