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누구를 위한 삶인가?

우선순위 결정장애

by 돈시맘 Feb 28. 2025
아래로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찾아오는 끔찍한 악몽과 자괴감. 한때는 천국이었던 회사가 이제는 지옥이 되어버렸다. 매달 통장에 찍히는 숫자만이 내 영혼을 달래는 유일한 위로가 된다. 30일의 새로운 생명력이 주어진다. 나에게 새로운 숨을 살 수 있는 산소통 같은 월급.


나는 한때 열정이 넘치는 일의 신이었다. 회사로 향하는 발걸음은 언제나 설렘으로 가득했고, 매 순간의 성취감은 내 삶을 빛나게 했다. 야근도, 주말 근무도, 심지어 휴가 중의 업무까지도 즐거웠다. 회사를 향한 지독한 짝사랑이었다고나 할까. 나는 그 사랑에 모든 것을 바쳤다.


하지만 지금, 그 찬란했던 순간들은 모두 잿더미가 되어버렸다.


설레었던 출근길은, 지옥을 향하는 길이 되어버렸다. 사무실 문을 열 때마다 숨이 막힌다. 하루하루 버티는 나의 마음은 점점 비참해진다. 지금 이 불행한 삶에서 벗어나야 하는데, 알면서도 시도를 못 하고 있다.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 내 행동. 퇴사 말고는 이 지긋지긋한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 더 이상 다른 방법이 없다. 다시 돌이키기에는 너무나 멀리 왔기에 다시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 용기가 안 난다. 용기도 없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 실패에 대한 두려움, 막역한 미래에 대한 불길한 걱정, 이 모든 것을 또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매일 아침, 거울 속 내 모습은 점점 더 초라해진다. 끔찍하다. 오늘은 또 어떤 일들을 당할지. 어떤 감정 소모를 해야 하는지 불안 불안하다. 하루가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하루의 에너지를 이미 다 소비해 버린 것 같다. 날 괴롭히는 그들은 웃으면서 즐거운 회사 생활을 하는데 난 왜 혼자 또 괴로워하면서 감정노동에서 벗어나지를 못하는 것인가.


누구를 위한 일인지, 무엇을 위해 이렇게 참아 가면서 일을 하는지, 왜 내가 이 일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누구보다도 내 일을 사랑했고 그 누구보다도 일에 대한 대단한 열정을 가졌던 나였는데.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는 길이 설레고 흥분되었고 하루하루가 새로운 도전이었다. 근데 지금은 그 누구보다도 내 일이 싫다. 다 엎어 버리고 싶고, 자괴감도 든다. 어디서부터 모든 일이 꼬여버렸는지 생각을 해봐도 모르겠다. 잘못된 길을 걸어온 지 너무나 오래되었다. 지금 불행한 삶이 당연하고 익숙해져서 내가 행복하지 않다는 것도 모르는 것 같다.  


돌이켜보면 나는 늘 타인의 인정을 갈구하며 살아왔다. 나는 인정 중독자였다. 나 자신이 아닌 남을 위해 지금까지 열심히 살았다. 남에게 인정받기 위해, 칭찬받기 위해 사는 게 옳은 일이라고 착각하고 살았다. 학생 시절은 선생님께 칭찬받고, 좋아하시는 부모님을 위해서, 회사에서는 상사의 말 한마디에 천국과 지옥을 오고 갔으며, 회사의 인정을 받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잘했어. 수고했어” 이 한마디를 듣기 위해 내 삶은 없었고, 오직 일에 집중하는 삶을 살았던 나. 나 자신으로부터 주는 칭찬보다, 남의 해주는 칭찬이 나에게 동기부여가 되었다. 당연히 모든 것은 내가 스스로 좋아서 한 결정들이다.


내가 정말 내일을 사랑해서 그렇게 열심히 일을 했는지, 아니면 남에게 인정받고 싶어서 아등바등했는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남의 칭찬을 통해 얻어왔던 일에 대한 열정과 성취감은 어느 순간부터 사라지기 시작했고, 큰 공허함과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는 큰 물음표.


과연 누구를 위한 삶을 나는 살아왔는가?

이것이 과연 삶이라 할 수 있을까?


이런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불만이 가득한 내 마음 때문에 괴롭다. 지금, 이 상태가 오래간다면 정말 못 버틸 것 같다. 그만두고 싶다. 탈출구를 향해서 달려가고 싶다. 근데 기운이 없다. 저 멀리 보이는 탈출구가 계속 희미해져 보인다. 그 길에 계속 장애물이 놓아지면서 탈출구로 향하는 나의 발걸음을 잡는다.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 나는 안다. 누구를 위해 일을 해야 하는지 난 안다. 남이 아닌 나를 위한 인생을 살아야 하는 것을 알면서도 월급의 늪 그리고 돈의 노예가 되어서 탈출구가 내 눈앞에서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기만 한다.


나는 언제쯤, 이 굴레를 벗어던지고 진정한 나의 삶을 살 수 있을까?


당신은 지금 누구를 위해 살고 있습니까?


이전 06화 뭐야! 또 내 책임이라고?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