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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꼰대다.

나잇값 하자

by 돈시맘

우리 팀은 여러 세대가 어우러진 작은 사회다. 나는 그 안에서 중간 세대에 속한다. 세대 간의 불화와 문제점이 존재하는 직장. 나보다 나이가 10살 이상 차이 나는 젊은 동료, 나보다 나이 많으신 분들도 있고, 심지어 20살 이상이나 차이 나는 연로한 분들도 있다. 여러 사람들이 모여서 이루어진 공동체. 시대도 다르고, 살아온 환경도 다르고,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도 틀린다. 직업이 같다는 것 말고는 공통점이 하나도 없는 사람들이 모여서 같이 일을 한다. 같이 일하면서 서로에게 배울 점도 있지만 결이 다른 사람들과 하루에 8시간 이상씩 시간을 같이 보내는 것은 아직도 쉽지 않다.


어느덧 나도 업계 경력 10년이 넘었다. 패기 있고 열정이 많았던 신입에서 이제는 나름의 여유를 갖춘 경력자가 되었다. 업계에서 조금씩 이름도 알려지기 시작했다. 어느새 시간이 이렇게 빨리 지나갔는지 신기하다. 난 아직도 내 신입시절의 기억이 생생한데 그 시절 꼰대들 때문에 웃픈 에피소드도 많았고. 근데 내 모습에서 그들의 그림자를 발견하곤 한다. 내가 직접 꼰대 짓을 하기 시작하다니.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그때 꼰대들의 행동들이 점점 이해되기도 한다.


“나 때는 말이지 “ “내가 할 때는 말이야… “라는 말을 참 많이 들었었는데. 어느새 내가 그 말을 똑같이 하고 있다. 나이 든 동료를 보면서 마음에 안 들고 흉을 보았던 짓들을 내 모습에서도 슬슬 보이기 시작하다니. 정신이 번쩍 든다. 나이가 들면 자동적으로 꼰대가 되는 것인지 내 신입시절을 회상해 본다.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 하고는 세상이 참 많이 변했다. 그때 그 시절에는 상상도 못 하는 일들이 지금은 회사에서 생기곤 한다. 그런 일들을 보면서 참 신기하다. 요즘 시대 젊은 사람들은 정말 나 때랑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회사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은 찾아보기 어렵고, 주어진 업무만 정확히 수행하면, 퇴근 시간과 휴가도 분명하게 지킨다. 월급과 일하는 양은 비례했는데 지금은 워라밸을 중시하며 월급에 대한 관심도 떨어진다. 그들은 내가 중심이 돼서 회사 생활을 한다. 자기 행복에 더 무게를 둔다. 난 그들과 달리 돈을 더 많이 벌고 싶었고 보너스를 바라보면서 일 년을 열심히 달렸다. 그때에는 어딘가에 미쳐있었던 것 같았다. 월급명세서에 찍힌 숫자가 나의 성공과 행복의 수치라고 굳게 믿었다. 오직 일이 중심이 되는 세상에서 살았기에 젊은이들이 부럽다. 자신 있게 당당하게 자기들이 권리를 요구한다. 나는 왜 그러지 못했을까? 그때는 회사 분위기가 달랐다고 변명해도 되겠지만 내가 내 목소리를 못 내었다는 게 내가 내 주장을 제대로 펼치지 못했다는 게 참 아쉽다. 그 당당함을 난 배울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어느새 꼰대짓을 자연스럽게 욕하면서 배우는 나이가 되어버리다니. 나이가 들으면 자연스럽게 나잇값을 할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정작, 난 변화를 거부하고 내가 해왔던 방식으로 일을 하고 살기를 원했다.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 그리고 모든 연령대 사람과 소통하는 태도.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좋은 점들을 배우려고 노력하는 자세야말로 진정한 `나잇값´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이가 들면서 더더욱 새로움을 접하는 배움은 역시 나 자신을 새롭게 판단하게 해 주고 나를 즐겁게 만들어준다.


꼰대가 되지 않으려면 결국 끊임없이 배우고 변화하는 수밖에 없다.


오늘부터 나잇값 하는 어른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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