얄미운 사람들의 성공과 상대적 박탈감
처음에 천지창조와 아담에 관한 얘기를 시작으로
카인과 아벨. 노아. 바벨탑. 아브라함(+이사악)에 대한 얘기를 했습니다.
이번엔 야곱입니다.
야곱. 이름의 어원이 '사기 치는 사람'이라는 의미예요. 쌍둥이 형인 에사우의 발뒤꿈치(아켑)를 잡고 나왔다고 해서 유래된 이름이기도 합니다. 영어로는 제이콥(Jacob)이겠네요.
이름에서 느껴지듯 착한 사람은 아니었어요. 옛날엔 장자(첫째 아들)가 아버지의 유산이나 권력을 물려받았어요. 그런데 야곱은 태어나면서부터 그걸 인정하기 싫었는지 먼저 나오려고 쌍둥이 형 에사우의 발꿈치를 잡았을 정도였으니까요. 성경에도 "형이 동생을 섬긴다"(창세 25,23)라고 나와 있으니 형제 관계가 순탄치 않음은 짐작됩니다.
말이 쌍둥이지 둘은 전혀 달랐어요. 에사우는 들에 나가 사냥하는 것을 좋아할 정도로 힘이 셌죠. 야곱은 온순해서 밖에 나가기보다는 천막에서 살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에사우가 허기진 채 들에서 돌아와 야곱에게 붉은 죽을 달라고 하자 야곱은 대신 "장자권"을 넘기라고 하죠. 앞서 언급했듯 장자권은 첫째 아들의 유산 상속권으로서 당시(기원전 17~19세기)엔 장자가 아버지의 유산을 모두 상속받고 동생들의 삶을 보살폈다고 합니다.
이 부분에서 에사우는 어리석었죠. 장자권을 팔아넘기고 죽을 받았습니다.
이뿐만 아닙니다. 야곱은 나이가 들어 잘 보지도 못하는 아버지 이사악에게 에사우인 척하며 족장의 지위를 포함한 축복을 가로채기까지 합니다.
에사우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어요. 만났으면 야곱은 살아남기 어려웠을 겁니다.
어머니 레베카가 야곱을 외삼촌 라반의 집으로 보냅니다.
여기까지만 얘기해도 야곱은 이전까지 바른생활을 해 하느님에게 선택받았던 노아, 아브라함, 이사악과는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남을 속이거나 훔쳤지. 선행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야곱이 싫었어요.
현실에도 마찬가지죠. 행실이 나쁜 사람이 있는데 공부를 잘한다거나 다른 부분에서 뛰어난 재능이 있다던가. 직장에서 능력은 없는데 인맥이 뛰어나거나 운이 좋아 승승장구한다던가.
나는 열심히 하는데? 그런데 정작 축복은 다른 사람에게 간다?
배가 아파요.
얼마 전 수능시험이 있었죠. 지인 중에 싫어하는 사람이 있어요. 얄미워서 싫어요. 남은 생각 안 하고 너무 대놓고 자기 위주로 생각해서 그런가 봐요. MBTI가 "E"하고 "T"는 확실한 그럼 사람이요. 그런데 자식들은 서울대, 한의예과 같은 좋은 대학에 합격했더라고요. 이런 상대적 박탈감이 생깁니다.
심하면 고립감, 패배감, 그리고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도 있겠죠.
왜 야곱이었을까요. 태어나면서부터 모범적이지 않았는데. 밖으로 나가서 식량을 구해오는 에사우가 더 괜찮은 사람이었을 텐데. 현실에서 이럴 때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마음을 가지죠.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고요? 누구에게나 신은 있어요. 그 신이 누구에게는 하느님이고, 누구에게는 돈이고, 누구에게는 자식이고. 누구에게는 명예로 나타날 뿐.
본질은. 내 삶에 행복을 주느냐. 내가 믿는 신(하느님, 존, 자식, 명예)이 나에게 기쁨을 주느냐.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매우 중요하죠. 그래서 돈을 믿는 종교인들이 많은 이유입니다.
"하늘 아래 모든 것에는 시기가 있고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태어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으며 심을 때가 있고 심긴 것을 뽑을 때가 있다.
죽일 때가 있고 고칠 때가 있으며 부술 때가 있고 지을 때가 있다.
울 때가 있고 웃을 때가 있으며 슬퍼할 때가 있고 기뻐 뛸 때가 있다.
돌을 던질 때가 있고 돌을 모을 때가 있으며 껴안을 때가 있고 떨어질 때가 있다.
찾을 때가 있고 잃을 때가 있으며 간직할 때가 있고 던져 버릴 때가 있다.
찢을 때가 있고 꿰맬 때가 있으며 침묵할 때가 있고 말할 때가 있다.
사랑할 때가 있고 미워할 때가 있으며 전쟁의 때가 있고 평화의 때가 있다." (코헬 3,1-8)
코헬렛 3장 1절에서 8절. 착하지 않은 야곱에게 축복이 가는 이유에 대해 제가 내린 결론입니다.
인생에는 때가 있다. 아픔과 슬픔, 절망스러워도 모든 일에는 정해진 때가 있다. 그때를 기다리며 힘들어도 견디고 웃으며 하루하루 살아가길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