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브라함의 양보와 롯의 실리주의

더 좋은 것을 양보할 수 있는 마음

by 아마토

아브라함의 이야기는 이제 새로운 갈림길에 도착합니다. 하란을 떠나 약속의 땅 가나안 땅에 정착하면서 아내 사라와 조카 롯을 포함한 대규모 가족 공동체가 됩니다. 그와 조카 롯이 거느린 가축 떼가 어찌나 많았던지, 한정된 땅과 물로는 모두를 감당하기가 어려워졌죠. 창세기 13장 7절은 아브라함과 롯의 목자들 사이에 발생한 분쟁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반(半)유목적 목축 사회에서 씨족의 규모가 토지의 수용력을 초과할 때 발생하는 전형적인 갈등 양상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자원 분배를 둘러싼 분쟁 상황에서 아브라함은 혈족 공동체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선제적인 분리를 제안합니다. "너와 나 사이에, 그리고 내 목자들과 너의 목자들 사이에 다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 네가 왼쪽으로 가면 나는 오른쪽으로 가고, 네가 오른쪽으로 가면 나는 왼쪽으로 가겠다."(창세 13:8-9) 원래 보통 집안의 어른이라면 자신의 권위를 내세우기 쉬웠을 겁니다. 그러나 아브라함은 기득권을 주장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조카에게 먼저 선택권을 주죠. 이는 위계질서보다 공동체의 화합을 우선시하는 아브라함의 리더십을 명확히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땅을 나누는 아브라함과 롯」 1897년 챨스 포스터 作.jpg 「땅을 나누는 아브라함과 롯」 1897년 챨스 포스터 作

롯의 눈에는 푸른 초원과 넉넉한 물이 흐르는 요르단 들판이 들어왔습니다. "롯이 눈을 들어 요르단의 온 들판을 바라보니, … 어디나 물이 넉넉하여 마치 하느님의 동산과 같고 이집트 땅과 같았다."(창세 13:10) 그래서 롯은 망설임 없이 그곳, 소돔 땅을 선택합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선택입니다. 누구라도 척박한 가나안 땅보다는 풍요로운 소돔에서 살고 싶을 테니까요. 하지만 롯은 당장 눈에 보이는 화려함만 좇다가, 정말 중요한 것을 놓치고 맙니다. 그 땅이 얼마나 타락하고 위험한 곳이었는지를 말이죠.


롯의 실리주의적 선택은 결국 그의 삶을 파멸로 이끄는 서곡이 되었습니다. 그는 메소포타미아 연합군과의 전쟁에 휘말려 포로가 되는 수모를 겪습니다.(창세 14장) 그때 아브라함이 달려와 목숨을 걸고 그를 구해냅니다. 하지만 롯의 시련은 여기서 끝나지 않죠. 소돔 땅은 죄가 넘쳐흘러 하늘의 심판을 받게 되고, 모든 것이 파괴되는 끔찍한 재앙을 맞게 되죠. 롯은 이 과정에서 자신의 전 재산과, 과거의 물질적 풍요를 돌아보던 아내마저 잃는 참혹한 상실을 경험합니다(창세 19장). 여기까지가 롯의 이야기입니다.


존 마틴 소돔과 고모라의 파멸1852년, 캔버스에 유채, 라잉 미술관, 영국.jpeg 존 마틴, 소돔과 고모라의 파멸, 1852년

아브라함이 롯에게 더 좋은 것을 먼저 선택하라고 양보했던 그 마음을 다시 생각해 봅니다. 솔직히 요즘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는 이런 양보, '바보 같다'는 소리 듣기 딱 좋죠. 내 몫을 먼저 챙기고, 남보다 더 많이 갖기 위해 경쟁하는 것이 똑똑하고 현명한 일처럼 여겨지니까요.


"자기 자신을 가장 사랑해야 한다"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기도 합니다. 물론 맞는 말이지만, 가끔은 이 말이 자기 자신만 아는 이기적인 마음을 그럴듯하게 포장해주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내 것을 조금 손해 보더라도 다른 사람을 위하는 마음은, 어리석은 것이 아니라 사실 영원한 생명을 얻는 가장 지혜로운 길이라는 것을 우리는 자주 잊곤 합니다.


그리스도인은 이러한 시대정신과 세상의 교묘한 유혹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영적 분별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오래된 영화 <엑소시스트>에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착한 소녀에게 왜 악마가 들어왔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신부의 말에, 다른 신부가 이렇게 답합니다.


"우리를 절망하게 만들려는 거지. 하느님이 우리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믿게 만들려는 거야."


악마의 가장 교묘한 속삭임은 바로 이것일지 모릅니다. 우리를 절망에 빠뜨려 하느님의 사랑을 의심하게 만드는 것. 롯은 모든 것을 잃고 절망에 빠졌지만, 아브라함은 기꺼이 눈앞의 이익을 포기함으로써 하느님과의 관계라는 더 소중한 것을 지켜냈습니다.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포기해야 하는지, 아브라함의 삶이 우리에게 조용히 말을 걸어오는 것 같습니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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