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생 기획자의 개발 공부, 굳이 해야만 했던 이유

눈 떠보니 내가 기획자?

by 방그리
“와, 과장님. 저는 개발자들이랑 미팅만 하면 무슨 소리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네요…”


IT 회사에서 일한 지 약 10년.


하지만 그동안 기술은 겉핥기 수준이고 홍보, 마케팅, 영업 업무만 맡아왔습니다. 전공도 인문학보다 더 기술과 거리가 먼 예체능계.


(예체능 중에서도 개발이랑은 안드로메다만큼 거리가 있는 음악 전공. 하지만 설명이 복잡하니, 여기서는 그냥 문과생이라고 하겠습니다. 그게 더 많은 분들과 공통 언어로 통하니까요.)


개발자와의 소통이라곤 “이거 잘 안된다는데요” “이거 언제까지 돼요?” 수준이었던 제가, 어느 날 갑자기 IT 회사에서 ‘기획자’라는 역할을 맡게 됐습니다.


개선 아이디어를 제시하기만 하면 될 줄 알았던 무지한 중생에게 개발자와의 소통은 꽤나 신선한 충격이었어요.


일단 함께 참석해 보라고 한 첫 미팅에서 프론트, 백엔드, API… 더하여 우리 회사에서만 사용하는 용어의 향연. 앞의 단어들은 어디서 들어라도 봤지, 회사 자체 용어는 당연 알아들었을 리 없고요.


영원히 끝나지 않을 주문 같은 단어들이 쏟아졌고, 저는 그냥 귀로 듣고만 있을 뿐 영혼은 저 멀리에.


미팅은 전임자이신 과장님이 차근차근 진행해 주셨고, 저는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그냥 웃고 있었습니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면서요.. 비대면 온라인 미팅이었지만요..)


사실 가벼운 마음으로, 회사일은 중학교 졸업할 능력만 되면 금방 배운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업무였는데요.


어느 정도 공부를 통해 개발자와 같은 언어로 대화할 정도가 되지 않으면 “버튼 하나 추가해 주세요”도 못하는 바보 기획자가 되더라고요.


‘기획자는 기획만? 개발자가 책임져주겠지‘ 이제 그런 생각 안 합니다.


‘기획자는 전체 그림을 보는 역할이니까, 기술적인 건 개발자가 챙겨주겠지.‘

‘나는 마케터 출신이니까, 내가 잘하는 걸 하면 되지.‘

초반부에는 이런 생각을 간혹 하기도 했습니다만, 이건 정말 몇 달 안 됐을 때까지 통하는 변명이었습니다.


개발자와 소통이 막히면 프로젝트 기간이 늘어날 수 있습니다.

기획과 결과물이 어긋나면 전체 재작업이 필요하게 됩니다.

개발자가 낭비한 시간만큼, 결과물 퀄리티도 낮아집니다.


그 과정에서 가장 크게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

바로 기획자 본인이에요.


모든 시선이 기획자에게 쏠릴 때, “잘 몰라서요”는 절대 면책이 되지 않더라고요. 이걸 계속 넘어지며 경험하고 하나씩 상처가 아문 자리에 딱지가 생기며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하나씩 배워보기로 했습니다.


어렵고 생소한 용어가 들릴 때마다 구글링 하고, 챗GPT한테 쪽지 시험 보듯 질문하고, 모르는 걸 솔직하게 물어볼 수 있는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나만의 개발 용어 노트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엔드포인트가 뭐야?”

“어떤 API가 어떤 기능을 하는 거야?”

“이 기능은 어떤 파트에서 담당하는 거야?”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하나씩 찾아가면서,

업무에 대한 애정이 조금씩 더 생기고, 재미도 얻기 시작했습니다.



이 시리즈에서 나누고 싶은 것들


제가 하고 싶은 건 단순합니다.


저처럼 개발 지식이 0 이었던 찐-예체능 출신 문과 감성 직장인이,

기획자 역할을 맡으면서 하나씩 부딪히고 배운 내용들을 아주 쉽게 풀어 공유하려 합니다.


IT 제품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프론트엔드? 백엔드?

API와 DB의 핵심 개념

개발자와의 협업에서 진짜 중요한 포인트들


이건 어떤 교과서가 아니라, 현장에서 멘붕했던 경험을 토대로 쌓은 생존기록이에요.


마무리하며


사실 아직도 개발자들과의 대화가 완전히 편한 건 아닙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있어요.


이전보다 훨씬 나아지고 있다는 느낌.


이 시리즈가, 저처럼 뒤늦게 기획자가 되었거나

개발자와의 협업이 어렵게 느껴지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든든한 길잡이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혼자 공부하긴 막막하니까요.

함께 공부하면서 성장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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