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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ha Jun 07. 2022

업무 인수인계? 그건 먹는 건가요?

어쩌다 공무원이 된 당신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

[현직 편] 업무 인수인계? 그건 먹는 건가요?


  드라마에서 대기업 입사한 사람들이 신입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애사심과 동료애를 키우는 모습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또한 근무를 시작하더라도 신규임을 감안해서 책임이 크지 않은 일들을 부여받고, 하나부터 열까지 친절하게 알려주는 선배들에게 차근차근 일을 배워가는 모습을 기대할 수도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건 굉장히 어리벙벙하고 안이한 상상이다. 어서 빨리 그 기대를 접는 것이 좋다.


  물론 공무원 조직에서도 공채를 통해 신규로 입사하는 신규공무원의 경우 신규공무원 교육을 통해 비슷한 것을 진행하기는 한다. 하지만 당신은 그 분야 전문가로, 경력자로 채용되는 것이기에 그냥 바로 업무에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공공기관의 경력이 하나도 없는 당신은, 뭘 하나 구매하려고 하더라도 품의와 결의, 협조를 포함한 결재 순서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예산의 통계목에 따라 어떤 것들이 지출 가능한지 등 아주 기초적인 것부터 막히는 것이 굉장히 많을 것이다. 때문에 아무리 똑똑한 사람이 오더라도 처음 2~3개월은 얼타는 시기를 보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부서의 늘공들은 당신에게 은근한 기대의 시선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전문가니까 뭔가 다르겠지?”하면서 말이다. 또한 혹시나 업무 관련 전화라도 온다 치면, 담당자가 당신이라며 전화를 돌리곤 할 것이다. 그들에게 당신이 업무를 파악했는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아직 공무원증도 나오지 않은 당신은 그저 “네.. 확인하고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라고 힘없이 답할 수밖에 없다.


  일반적인 사기업에서는 선배나 전임자에게 일대일 밀착 강의로 일주일 정도의 업무를 배울 수 있는 시기가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런 것을 기대하지 말자. 뭐가 뭔지 잘 모르는데, 마구 설명을 쏟아내는 전임자에게 “네. 네.”라고 영혼 없이 1~2시간 정도 대답하다 보면 당신의 업무 인수인계가 끝난 것이다. 업무와 관련된 구체적인 매뉴얼이 있다면 전임자에게 세 번 절하고 맛있는 점심과 커피를 사자. 그런 좋은 전임자를 만날 가능성은 거의 0에 수렴한다. 아마도 당신이 업무 인수인계라고 받을 것은 A4용지 한 장에 대강 정리된 업무들과 당면한 업무 파일들을 모아둔 폴더 위치 정도를 알려주는 것이 끝일 가능성이 높다. 최악의 경우 어쩌면 당신은 아예 새로운 분야의 업무를 맡게 되어 전임자가 없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당신이 자리를 배정받고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문서함을 뒤져 당신의 전임자가 어떻게 일을 해왔는지 보는 것이다. 행정기관의 경우 대부분 아주 창의적으로 새로운 일을 하게 되는 경우는 없기 때문에, 기존의 틀을 확인하고, 그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정도의 새로움이면 충분하다. 그리고 기존의 틀을 보기 위해서는 전임자의 계획서나 결과보고서는 아주 큰 도움이 된다.


  둘째로 업무 관련 법령과 지침을 숙지하자. 사실 이게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기본적으로 자기 업무와 관련된 법령과 지침을 숙지하는 것은 물론, 기타 공통되는 지침들도 살펴보면 좋다.

- 국립국어원 공문서 바로 쓰기 교육 (한 번쯤 들어보면 좋다)

- 행정 효율과 협업 촉진에 관한 규정 (공무원이 자주 쓰는 용어들에 대한 정의가 잘 나와있다)

- 예산편성 운영기준 (통계목 별 돈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뭐 그런 내용에 대한 설명이 잘 되어 있다.)

- 소속기관의 사무 전결 규정 (누구까지 결재를 맡아야 하는지 등에 대한 규정이 나와 있다)


  셋째로, 부서에서 가장 친해져야 하는 사람은 바로 회계와 서무 담당자다. 연가나 조퇴, 근무, 지출 등 당신이 궁금한 거의 모든 것들을 그들이 담당한다. 그들은 물거나 해치는 사람들이 아니니, 겁내지 말고 물어보자. 다만, 동일한 내용을 반복해서 물어보는 것은 실례니, 질문했던 것들은 필기 등을 통해 숙지하도록 하자. 아무튼 서무회계와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은 여러모로 도움이 많이 되는데, 그 방법도 매우 쉽다. 무슨 자료를 내라고 할 때 따박따박 바로 작성해서 기한 내에 보내주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쉽게 기뻐하고, 호의적으로 변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당신의 전임자보다 훨씬 도움이 되는 사람은 바로 같은 업무를 하는 타 지자체 공무원들이다. 어쩌면 매번 조금씩 변경되는 지침과 사업 내용들에 대한 최신 사례는 타 지자체 공무원에게서만 들을 수 있다. 물론 조금은 어색하겠지만, 친분이 생긴다면 두고두고 도움이 될 것이다.


#임기제공무원 #인수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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