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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ha Jul 06. 2022

업무 핑퐁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어쩌다 임기제 공무원이 된 당신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

업무 핑퐁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누군가는 꼭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 

 그렇지만 그 누군가가 당신이 될 필요는 없다."




행정조직을 잘 모르는 당신.


서무가 문서를 지정해주면, 그냥 원래 내 일인가 보다 하며, 아무것도 모르고 당신에게 지정된 공문을 접수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것은 공공기관 내 미묘한 흐름인 ‘업무 핑퐁’의 관점에서 보자면 절대 하면 안 되는 행위이기도 하다.


공조직의 업무 핑퐁은 매우 치졸하게 진행된다. 직접적으로 얼굴을 맞대고 말다툼이라도 있으면 다행인데, 슬며시 접수문서를 밀어 넣는다거나, 민원 전화를 말도 없이 돌린다거나, 일선 담당자들 선에서 정리가 되지 않으면, 팀장급으로... 과장급으로... 결국 국장급 이상, 심지어는 시장님이 선을 그어주어야 싸움이 끝나곤 한다.


내가, 우리 팀이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도 각양각색이다. 원래 그러니까. 해본 적 없으니까. 너네 팀이 잘하니까. 네 전임자가 했었으니까. 네 업무 중에 비슷한 게 있으니까. 이름이 비슷한 사업을 네가 하고 있으니까. 네가 주로 상대하는 도 부서에서 내려온 공문이니까. 너네 팀에서 관련 공문 접수한 적이 있으니까. 등등


사회가 고도화되면서 기존에 없었던 업무들이 생겨나고, 그것을 누가 처리할 것인가를 가지고 행정조직에서는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이기 마련이다. 결국 이미 기존에 주어진 인력은 제한되어 있고 업무가 증가하는 것은 결국 그 과의 부담이 되기 때문에. 누구나 업무 핑퐁이 나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것을 근절하기는 정말 어렵다.




실제 사례를 하나 살펴보자.


노동안전지킴이라는 사업이 있다. 중대재해 처벌법 등의 시행으로 안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그 규모가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제도의 취지는 매우 좋다. 건설 현장의 위험이나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위험요인을 점검하고,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가치를 실현하며, 동시에 은퇴한 고령자들의 일자리 측면에서도 도움이 된다.


문제는 이것을 어디서 담당하느냐이다. 시민의 안전과 관련된 내용이니 안전 관련 부서나, 건축허가 등 실질적인 사업장과 연관되어 있는 건축부서가 먼저 떠오른다. 또는 일자리 창출의 의미에서 일자리 부서나, 노동자의 권익보호라는 측면에서 노조 관련 부서에서 담당해도 이상하지 않다.


여기에 일을 많이 해도 적게 해도. 아니 일을 하거나 안 하거나 언제나 늘 같은 월급을 받는 공무원 사회의 특징과 일을 더 많이 할수록, 감사에서 지적당할 확률이 높아지는 공무원 사회의 특징이 결합되며, 새로운 업무를 알아서, 나서서, 맡아서 하는 것은 그야말로 어리숙하고 착한 바보 돌쇠가 되는 지름길이다. 이런 지점부터 핑퐁게임이 시작되는 것이다.


어쨌든 공무원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내 업무의 영역이 어디까지인가를 잘 판단해야 한다. 그냥 주는 공문이라고 아무 생각 없이 접수하다가는, 당신의 담당업무와는 별개로 해야만 하는 일들이 늘어나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또한 업무 핑퐁의 단초를 제공했다며 상급자에게 싫은 소리를 듣는 것은 덤.


하지만 우리는 임기제라는 특수한 입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혹시나 연장에, 재임용에 불이익이 있지 않을까. 성과평가에 불이익이 있지 않을까’하며 이 업무 핑퐁의 게임에서 상당한 페널티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가장 좋은 것은 애초에 게임에 참여하지 않는 것. 그 치졸한 싸움에 당신이 끼어들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그런 부분은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 전문가는 생각보다 멀리 있지 않다. 바로 당신의 상급자이자 늘공인 팀/과장이다. 기존에 하지 않던 어떤 업무와 관련된 공문이 내려왔다면 접수하기 전에 먼저 당신의 상급자와 상의하자. 당신과 저쪽 담당자의 싸움이 아니라, 우리 팀과 저쪽 팀의. 우리 과와 저쪽 과의 싸움으로 만들어야 한다.


전쟁에서 승리했다면 ‘당연히 그랬어야지!’하며 같이 축배를 들면 된다. 문제는 우리 편이 졌을 경우. 그 주인 없는 업무를 담당할 사람을 찾아 팀 안에서의 업무분장에 따른 갈등이 시작된다. ‘팀’ 안에서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야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되지 않는 경우들이 많다. (늘공 차석의 업무 떠넘기기 등)


개인적으로 이미 우리 팀에 할당된 업무라고 하더라도 당신이 꼭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나는 못 해’하며 거부하는 것도 능사는 아니다. 그 업무의 성격을 잘 살펴보고,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 만한 업무라면 먼저 픽하자. 그래야 나중에 단순한 업무가 유사하게 내려왔을 때, ‘저번에 제가 어쩔 수 없이 그 업무 맡았잖아요. 이번에는 다른 분이 하시죠’ 등을 시전 할 수 있다. 단순 업무나 성과평가서에 한 줄도 쓰지 못할 만한 잡무는 팀 안의 다른 사람에게 맡기자. 지난 치열한 전투를 기억하는 장수들(팀장, 과장)은 적어도 당신이 업무를 ’더‘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은 덤.


물론 임기제이기 때문에 ‘임용 약정서에 없는 업무’라며 새로운 업무를 거부할 수도 있다. 다만 이것은 정말 최후의 수단으로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그럴 경우 ‘이기적인’ 사람이라며, 전반적인 평가를 깎아 먹을 가능성이 높다.


사실 공조직에 들어온 이상 업무 핑퐁은 언젠가는 겪어야만 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 업무 핑퐁은 논리가 아닌 힘과 정치력, 치졸함의 싸움이기에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저 고래 싸움에 끼어들지 말고 현명하게 대처하길 바란다.


  


기억하자.


우리가 이 분야의 전문가이듯, 업무 핑퐁에도 전문가가 있다. 그 전문가(늘공)를 활용하자.


또한, 누군가는 꼭 해야만 하는 일은 분명히 있다. 그 누군가가 당신이 될 필요는 없다.


#공무원 #임기제공무원 #업무 핑퐁 #직장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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