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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ha Jul 12. 2022

사고 치면 정말 하늘이 무너질까?

어쩌다 공무원이 된 당신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


  매우 보수적이고, 정형적인 공직생활을 처음 시작한 당신. 민원인이랑 통화하다가 “너 이름이 뭐야!?”라는 소리라도 들으면, 혹시나 무슨 불이익이라도 있을까 움츠려 들기 마련이다. 비단 이런 통상적인 민원 응대뿐 아니라, 아직 공직사회를 잘 모르는 당신은 “혹시나 실수로 사고를 치면 어떡하지?”, “감사받는 게 그렇게 힘들다던데...”하며 걱정하게 된다.


  정말 내가 저질러버린 사고로 인하여 하늘이 무너질까? 과연 하늘이 무너진다면 대체 얼마나, 어떻게 무너진다는 말일까? 당장 지금 눈을 감고, 하늘이 무너지는 광경을 상상해봐라. 어떤 장면이 상상되는가? 아무리 상상력을 발휘해 본다고 한들 잘 그려지지 않는 것이 정상이다.


  조직이라는 것도 사실 비슷하다. 일개 주무관 한 명의 실수로 인하여, 하늘이 무너지거나 조직의 존폐가 갈릴만한 큰 사고는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 큰 사고를 방지하기 위하여, 조직에서는 절차적 안전장치들을 요소요소마다 정교하게 만들어놨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랜 시간 그 제도를 다듬어온 것이 바로 공공기관들이다. 즉, 당신이 하늘이 무너지는 장면을 상상하지 못하는 것처럼, 당신의 실수로 인하여 조직이 무너질 일은 없다. 공무원의 장점이 “웬만해서 안 잘림”이고, 가장 큰 단점이 “저 xx도 안 잘림”임을 기억하자. 어지간한 실수로 신분상 불이익을 받아야만 했다면, 모르긴 몰라도 지금 당장 짐을 싸서 나가야 하는 C급 공직자들도 많을 것이다. (아마도 높은 확률로 당신은 직접 그“C급”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아무튼, 당신이 무엇인가 사고를 쳤을 때. 실수를 했을 때. 어떤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빠른 보고”다. 비단 공직사회뿐 아니라, 어떠한 경우에도 적용되는 진리다.


  정식 결재문서가 아니어도 좋고, 메모보고 따위를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 당장 상급자에게 문제점을 이야기하고 상담을 받아라. 아직 공직사회에 익숙하지 못한 당신보다는 훨씬 많은 경험들과 조직 내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기에, 당신보다 좋은 해결 방법을 찾아 줄 수 있다. 어쩌면 혼자 한 달 동안 고민했던 내용이 과장의 전화 한 통화에 해결되어 버릴 수 도 있다. 팀․과장의 역할은 앉아서 웹 서핑하다가 올라오는 결재 버튼만 클릭하는 것이 아니다. 검토자와 전결권자로서, 직원들의 업무상 고민을 해결해주라고 많은 돈을 받는 것이다.


  물론 음주운전․성매매 혹은 횡령 등과 같은 사고들은 당연히 구제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청탁처럼 돈을 받거나, 횡령하거나, 음주운전․성매매 등의 큰 사고가 아니라면 당신이 빠르게 보고만 했다면 의외로 쉽게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덧붙여, 기회가 된다면 장관급(혹은 광역자치단체급) 표창을 하나 챙겨두자. 6급 이하의 주무관의 경우 공무원 징계령에 따라 표창으로 징계를 감경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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