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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ha Aug 31. 2022

성과평가로 마상을 입은 당신에게

어쩌다 공무원이 된 당신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

  매년 성과평가 시즌이 도래하면, 우리도 인간이기에 자신의 성과평가 등급에 매우 민감할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S등급을 받아 기뻐할 수도 있겠지만, 또 누군가는 생각했던 것보다 등급이 나오지 않아서 마음의 상처를 입곤 한다. 도대체 이놈의 평가는 어떻게 진행되고, 어떤 기준으로 하는 걸까?


  우선 임기제 공무원의 성과평가는 절대평가가 아닌 상대평가란 점을 인지하고 시작하자. 표준안에 따르면 10명 중 2명은 S등급, 3명이 A, 4명이 B등급을 받아야 하며, 1명은 C를 받아야만 한다. 때문에 핵심은 "내가 일을 얼마나 잘했는가?"가 기준이 아니라, "내가 “남보다” 일을 얼마나 잘했는가"가 기준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공공기관의 성과는 민간기업처럼 한 사람의 성과가 금전적으로 계산되지 않기에, 누가 얼마나 더 일을 잘했는지를 단순비교할 수 없다. 민원대에서 등본 발급 업무를 맡고 있는 A 씨와, 환경팀에서 현수막을 떼는 B 씨의 성과를 어떻게 비교할 것인가? A 씨가 연간 2,000통의 등본을 발급해주고, B 씨는 현수막을 500개 제거했다고 하면, A 씨가 더 우수한 성과를 보인 것일까?


  이러한 부분은 임기제 공무원의 경우 더욱 두드러진다. 보건소에서 코로나19 PCR 검사를 담당하는 임기제 공무원이 1년간 수천 명의 콧구멍을 쑤신 것과, 영상 분야 임기제가 홍보영상을 수십 개 만들어낸 것. 그리고 기업유치 분야의 임기제 공무원이 2개의 기업을 유치한 것을 가지고 누가 더 우수한 성과를 달성했는지 비교할 수 있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각자의 업무의 양은 참고사항이 될 수밖에 없다. 내 당면 업무량이 엄청나게 많아서 당초 계획의 3~4배를 해치웠다고 하더라도, 그건 자신의 업무를 한 것일 뿐이지 다른 사람보다 더 잘했다는 근거가 될 수 없는 것이다. 즉, 내게 주어진 일만 잘하는 것으로 S등급을 기대하였다면 그것은 잘못되었음을 알아야 한다.


  높은 등급을 원한다면 우선 임기제 공무원의 성과평가 시스템에 대해 조금 이해가 필요할 것 같다. 보통 임기제 공무원의 성과평가는 부서장이 1차 평가를 진행하고, 최종적으로 성과평가 위원회에서 최종 등급을 확정하게 된다. 1차로 이루어지는 부서장의 평가는 대부분 100점을 주기에 거의 큰 차이가 없다. 다만 부서 내 같은 직급이 있을 경우 점수를 달리 주어야만 하기에, 같은 과에 8급이 3명 있다면 100점, 99점, 98점. 이런 순으로 부여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물론 가끔 100점, 90점, 80점 등으로 이상하게 점수를 주는 부서장도 있다. 이런 부서장을 만난다면 성과평가는 망하기 마련...)


  중요한 것은 성과평가 위원회다. 성과평가위원으로는 보통 각 실국의 국장님들로 구성되는데, 여기서 소위 파워게임이 이루어진다. S등급을 줄 수 있는 인원은 제한되어 있기에, 각 국장님들이 서로 자신의 국에 근무하는 임기제에게 더 많이 S등급을 주기 위하여 힘을 겨루는 자리라고 이해하면 좋다. 때문에 우리는 국장님들이 “우리 국에 A 씨는 S등급을 줘야 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한 명분을 만들어 줘야 한다. 그래서 자신의 업무를 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표창을 받았다거나, 외부 기관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거나, 근속연수가 오래되었다거나 하는 다른 사람과 비교했을 때 비교우위적 실적들이 필요하다.


  “A 씨가 이번에 대통령 표창을 받았는데 당연히 S등급 줘야지”

  “도에서 하는 ○○○평가에서 최우수상 받은 것 있지? 그거 A 씨가 한 거야”

  “사장님 관심 사항인 ○○정책 담당이 A 씨인데... “

  ”A 씨가 우리 시에서 벌써 10년이 넘었어. , 그 친구는 1년밖에 안됐잖아. 당연히 A 씨를 S 줘야지”

 하는 식으로 말이다.


  물론 모든 지자체에서 위와 같이 굴러가지는 않을 것이다. 인원이 워낙 소수인 경우에는 S등급이 아예 없는 경우도 있고, 어떤 지자체에서는 공평하게(?) 그냥 순번대로 S등급을 받기도 한다. 또한 무엇을 해도 표가 날 수 없는 일들을 하기에, 성과평가 자체에 불리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자신이 맡은 업무와 성과목표는 완벽하게 수행하면서, 위와 같은 ‘명분’을 만드는 노력을 해보자. 친절 공무원도 좋고, 청렴표어 같은 것들도 좋다. 아마도 조금은 더 높은 성과등급을 받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무튼 결론은 당신이 맡은 업무를 못해서 낮은 평가를 받은 것이 아니다. 그저 다른 동료가 올해 나보다 뛰어난 무엇인가 실적을 가지고 있었을 뿐이다. 그냥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속 편하다.


  덧붙여 간혹 자신이 기대한 것보다 낮은 등급이 나와서 이의 신청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이의 신청이 제도적으로 가능한 것으로 되어 있으나, 이의 신청으로 공개되는 정보는 1차 부서장의 평가까지 만이다. 실제로 2차 평가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은 알기 어려우며, 성과등급이 바뀔 가능성은 낮다. 오히려 “시끄러운 공무원”으로 찍히는 등 괜한 긁어 부스럼이 될 가능성도 있다. 개인적으로 이의 신청은 C등급을 받은 경우가 아니라면 굳이 추천하고 싶지 않다.


#임기제공무원 #성과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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