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유럽여행이고 뭐고 가만히 누워있고 싶은 사람인데
나의 강제 여행이 시작되었다. 그동안 내 글을 읽어왔던 분이라면 익히 알 비자문제. 나는 포르투갈 남편을 뒀지만 비자를 신청조차 하지 못하고 한국으로 간다. 포르투갈에서의 3개월을 지냈으므로 유럽연합이 아닌 나라에서 3개월을 채우고 돌아와야 한다. 그놈에 쉥겐. 그 덕분인지 때문인지 떠나게 된 여행이다.
이 김에 프랑스에 있는 친구에게 들렀다가 나갈 요량이었다. 전부터 계속 미뤄왔던 약속을 지키려 포르투에서 프랑스 리옹으로 들어가는 비행기를 예매했고, 며칠 있다 리옹에서 방콕으로 나가는 비행기도 함께 예매했다. 나의 계획은 이러했다. 집에서 새벽 버스를 타고 포르투 공항으로 가서 리옹에 도착한 후, 리옹에서 버스를 타고 친구가 살고 있는 그르노블이라는 도시에 가는 것. 그리고 그곳에서 3일 밤을 지내고 태국으로 떠나는 것.
삶은 알 수 없는 일들의 연속이 듯 계획한 것이 모두 틀어져버렸지만. 그래도 나는 리옹에 가야 했다. 태국으로 가는 비행기는 환불이 안 되는 조건이었기 때문이다. 계획이 모두 틀어져 버렸다는 것이 무슨 말인가 하면 여러 번에 나눠서 설명해야 편하겠다.
첫째. 우리 마을에서 포르투로 가는 새벽 버스를 탈 생각이었는데, 그 버스는 직행이 아니라 중간에 한 번 갈아타야 한단다. 유독 내가 타야 하는 그 시간 버스만 그렇다고 한다. 물론 잘 연결이 되어있는 시스템이겠지만 유럽의 현실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의구심을 갖기 마련이다. 혹시나 버스가 조금이라도 늦어진다면? 두 번째 버스를 잘 타고 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그 두 번째 버스를 잘 맞춰 타야만 비행기 시각에 늦지 않게 공항에 도착할 수 있는 터였다. 고민을 하다가 나는 전날 포르투 시내로 가서 하룻밤을 자고 비행기를 타러 가기로 했다. 이렇게 나의 여행이 하루 추가 되었다.
둘째. 프랑스에 사는 지인에게 떠나기 며칠 전에 연락이 왔다. 사정이 생겨서 만나지 못할 것 같다고 말이다. 충분히 그럴만한 사정이었기에 나는 리옹에서 묵을 숙소를 급히 예약했다. 이렇게 3일의 여행이 더 추가되었다.
백수가 된 남편을 둔 나는 금전적인 여유도 없었기에 단순히 유럽을 나가는 길에 친구를 만나 그 집에 묵으면서 조용히 시간을 보내다 갈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어쩔 수 없는 여행이 시작된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짠내 나는 여행. 포르투는 그렇다 쳐도 프랑스는 어쩐담. 짧게 생각될 수도 있는 며칠이지만 눈앞이 아찔했다.
[포르투갈 일상 유튜브 - dahi m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