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여행의 정체성에 대해
호주에서의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2024년 1월 1일 자정 즈음 발리에 도착했다. 하늘 위의 비행기 안에서 맞이하는 새해는 처음이었다. 위에서 내려다보니 곳곳에서 불꽃놀이를 하고 있었다. 사실 밤을 잘 새지도 11시 이후로 잘 깨어있지도 못하는 나로서는 새해를 뜬눈으로 맞이한다는 생각은 거의 하지 않는 편인데, 이번에는 반 강제로 깨어서 맞이하게 되었다.
자정이 살짝 넘어서 도착한 발리의 공항은 아주 한적했다. 새해 첫날이니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그 덕에 입국수속은 빨리 끝났고, 나는 미리 예약해 둔 공항 숙소의 캡슐 안에 죽은 듯이 누워있다가 알람소리에 문득 눈을 떴다. 햇살이 전혀 들어오지 않는 캡슐 안이니만큼 시간은 전적으로 핸드폰의 시계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딱히 급할 것은 없었지만 일찍 준비하고 나가야지 싶었다.
발리는 처음인데요
숙소에서 나오자마자 유심카드를 샀다. 태국에 두 달 남짓 있는 기간에도 사지 않았던 유심카드를 이곳에서는 오자마자 산 나의 이상한 심리는 나조차도 전혀 이해할 수 없었지만 뭔가 필요할 것 같았고, 그때의 나를 칭찬해주고 싶다. 교통체증이 심한 발리에서는 바이크를 타고 가는 것이 더 효율적이기도 했지만, 공항 밖으로 나오자마자 한 아저씨의 꼬임에 넘어가 차를 타고 숙소로 왔다. 아무리 다짐을 해도 나는 항상 이런 식이므로 이제 그냥 그러려니 하기로 했다.
여기가 발리인가요 호주인가요?
발리 공항에서 창구에 있는 숙소로 가는 데는 한 시간 조금 넘게 걸렸던 것 같다.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태국과는 또 다른 느낌의 동남아였다. 이게 내가 받은 발리의 첫인상. 도로는 좁고 구불구불하며 뭔가 더 정돈되어 있지 않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숙소가 있는 창구로 들어서니 야외 테라스를 갖춘 카페들과 작은 식당들 그리고 여러 비치웨어를 파는 가게들이 늘어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발리에 왔지만 호주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이렇게 호주 여행을 끝낸 뒤에 다시 시작하는 제2의 호주 여행, 아니 발리여행. 처음이라 모든 게 서툴렀지만 그래서 더 흥미로웠던 약 한 달간의 발리 여행. 지금부터 발리의 창구에서 시작해서, 우붓, 파당바이를 거쳐 롬복에 속한 길리 섬까지 갔다가 다시 창구에 돌아오기까지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더 자세한 여행기는 유튜브 계정 [dahi min]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