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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hi Jan 31. 2024

[호주/퍼스] 7년 만에 호주에 간 이유

7년 동안 메일로 이어진 인연

치앙마이에서의 예상치 못한 두 달의 시간을 보내면서 생각했다. 크리스마스와 새해는 어디에서 보내야 할까. 물론 익숙한 곳에서 익숙한 사람들과 보내는 것도 좋지만 뭔가 크리스마스답지 않다고 생각하던 차에 호주 퍼스에 갈 기회가 생겼다. 치앙마이에서 다니던 요가원에서 만난 호주 친구가 자기 요가원에 와서 며칠 동안 수업을 해볼 생각이 없냐고 물었고, 나는 흔쾌히 오케이 했다. 그렇게 나는 7년 만에 다시 호주에 가게 되었다.


그것도 나의 호주 첫 도시였던 퍼스. 나는 7년 전 퍼스를 떠나면서, 이곳은 내 생애 다시는 올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절대, 절대라는 것은 없다는 것. 친구의 사정으로 12월 6일이었던 비행기를 12월 15일로 미루면서 크리스마스는 호주에서 보내기로 작정을 했다. 그리고 그 길로 7년 전 알게 된 호주친구에게 연락을 했다.


너 아직도 퍼스에 있니?

사실 7년 전, 퍼스에는 한 달가량밖에 머물지 못했다. 오랜 여행 끝에 10만 원만 들고 도착한 퍼스는 일을 구하기도 방을 빌려 지내기도 벅찬 도시였다. 그 후로 바로 시드니로 옮겼기 때문에 퍼스에 대한 디테일한 기억은 많이 남아있지 않고, 나에게 퍼스는 그 친구였다. 그 친구를 만나게 된 것은 내가 묵었던 호스텔.


퍼스 시내에서 가장 저렴한 호스텔 중 하나였다. 더웠던 치앙마이의 여름 날씨에 익숙해져 있던 나는 겨울 재킷이라고는 전혀 없었고, 그렇게 날아간 남반구의 호주는 쌀쌀한 겨울이었다. 새벽 추운 공기를 뚫고 도착한 호스텔에 앉아서 직원이 도착하기만을 기다렸다. 리셉션의 문이 열리고 그 안에 서있던 친구. 바로 그였다. 그의 이름은 제임스(이하 J). 길쭉한 키에 파란 눈, 특별할 것 없는 첫인상이었다.


사람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일까. 그렇게 며칠 묵을 숙소에서 체크인을 하고 나에게 남은 돈은 40달러 남짓. 그 친구에게 다시 가서 어디 가면 싼 겨울 옷을 살 수 있는지 물었다. 그리고 J는 시내의 가게를 언급했던 것 같고, 동시에 입고 있던 후드티를 벗으며 오늘 처음 입은 옷이니 입고 가라고 주었다. 그 순간 그 친구의 행동이 그를 특별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너 오늘 우리랑 저녁에 놀러 갈래?


그 길로 시내에 나갔지만 내가 옷을 사 왔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돌아온 나에게 J는 오늘 저녁에 놀러 갈 거냐고 물었다. 나는 J에게 돈이 없어서 가지 못한다고 말했고, 그는 괜찮다며 일이 끝난 뒤에 함께 가자고 했다. 나는 호스텔 친구들이 다 같이 모여 어디론가 놀러 가는 건가 싶어서 알겠다고 일단 마무리를 지었다.


그렇게 저녁이 되고 J의 차를 그의 여자친구와 노스브리지 쪽의 당구장에 도착했다. 사실 그의 차를 탈 때부터도 이게 맞는 건가 어디론가 납치되는 건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그가 호스텔 직원이라는 사실만이 나를 안도하게 해 주었던 것 같다(지금 생각하면 너무나도 순진무구한 생각이지만) 서론이 길었지만 그날을 기점으로 J는 매일 저녁에 일이 끝난 뒤에 이곳저곳 나를 구경시켜 주었고, 그의 여자친구와 둘이 만나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사실 내가 여기 주인이야


그리고 알게 된 사실은 J가 내가 묵고 있던 호스텔의 주인이었고, 몇 개의 셰어하우스를 더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의 첫인상으로 보아 40은 족히 되어 보이는 얼굴이었고, 그런가 보다 싶었다. 나는 그 이후 시드니로 옮긴 뒤에도 그와 간간이 메일을 주고받았고, 7년이라는 시간 동안 가늘지만 길게 인연을 이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 다시 퍼스로 간다는 이야기를 하던 중, 나는 그가 내 생각만큼 나이가 많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 너보다 1살 많아

굉장한 충격이었다. 내가 만 26이었던 그때, 그는 27이었던 것이다. 그런 그를 40대로 생각하다니. 그래서인지 그때부터 나는 그를 대할 때 조심스러웠던 것 같다. 어른을 대하는 것처럼. 그의 실제나이를 알아버린 지금도 사실 쉽게 편해지긴 쉽지 않았다. 7년을 돌아 우리는 2023년 12월 15일 퍼스 공항에서 다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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