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만난 친구가 호텔을 산단다
7년 전 알게 된 J. 퍼스 시내에서 가장 저렴했던 호스텔 중 하나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퍼스 시내의 작은 호텔을 매입할 거라고 한다. 7년이라는 시간 동안 부단히 도 일했구나 싶다. 돌아보면 짧은 듯 금방 흘러간 것 같지만 사실 나에게도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지금 여자친구는 그때 그 사람이 아니야
나는 여자친구는 잘 지내고 있는지 물었다. J는 담담히 네가 알던 그 친구가 아니라고 이야기했다. 그에게도 많은 일이 있었던 것이다. 내가 친구의 요가원에서 요가수업을 하기 전까지 일주일의 시간이 있었고, 매일 아침 공원에 가서 수업 연습을 했다. 그리고 이후에는 J와 커피를 한잔하거나 혼자 퍼스 시내를 구경하러 다녔다.
어색하면서도 익숙한 퍼스에서 시간을 보내며 어느 정도 나만의 루틴이 생겼고, 그렇게 몇 번의 요가 수업을 해내며 연말을 맞이했다. 수업이 끝나는 일정에 맞춰 요가원 친구가 예약해 주었던 숙소도 체크아웃할 때가 되었으나 언제나 대책 없는 나의 여행 스타일은 이번에도 진가를 발휘했다.
남은 시간 동안은 호스텔에 묵어야지 싶어서 알아본 숙소들은 거의 예약이 다 차 있어서 한 곳에 계속 머무를 수 없었다. 그렇게 나에게 주어진 열흘동안 나는 숙소를 다섯 번 옮겨야 했다. 여전히 호스텔도 운영하고 있던 J는 이번 기회에 퍼스 호스텔 리뷰를 해달라고 했다. 그거라도 도움이 된다면 즐겁게 옮겨 다닐 수 있겠다 싶기도 했다.
그래도 이틀에 한번 숙소를 옮기는 건 너무 힘든 일이었다. 좋은 점을 굳이 꼽자면 앞서 말한 호스텔 리뷰를 해줄 수 있다는 것과 호스텔에서는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이었다. 각 호스텔마다의 장단점이 있었고, 막바지에 묵은 호스텔은 J의 숙소 근처에 있는 곳들이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왔고, J와 그의 여자친구는 크리스마스이브에 나를 초대해 주었다. 그렇게 그들의 집을 여러 차례 오가며 그들의 삶을 엿볼 수 있었다. 이번에 호텔을 산다고 해도 사람 사는 건 다 똑같구나 싶기도 했다. 아니 어쩌면 나는 나의 삶의 방식이 나에게 더 맞겠다 싶었다. 부러운 점이라면 호주에 산다는 점. 그것뿐이었으려나.
7년 전 워홀을 할 때도 나는 호주에서 살고 싶었다.
날씨와 경제적인 부분 등도 큰 몫을 했다. 호스텔에서 만난 대부분의 친구들은 워홀로 호주에 와서 계속 비자를 연장하며 일을 하고 있는 친구들이었다. 그 친구들을 보며 나도 그때는 저렇게 빛났겠구나 생각했다. 나의 작은 선택들이 모여서 7년 후 나는 그곳에 다시 서 있다. 사실 부러울 것은 없다. 내가 그것을 선택하면 될 뿐이었다.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지금. 나의 선택이고, 나에게는 어떤 것이든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 그걸 깨달은 이후부터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그걸 지지해 주는 남편을 만났다. 내가 치앙마이에서 두 달가량을 지낼 수 있었던 것, 그리고 이렇게 호주로 올 수 있었던 것도 모두 나의 뒤에서 든든히 나를 믿고 바라봐주는 남편 덕이다.
7년 전의 나는 나를 위해 무언가를 선택한다기보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 혹은 이래야 된다는 사회의 암묵적인 룰에 더 영향을 받았던 것 같다. 하지만 퍼스에 다시 온 사람은 그때의 내가 아니었다. 나는 이제 나를 위해 그리고 나와 남편, 우리를 위해 선택을 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
앞으로 나는 우리를 위해 무얼 선택하게 될까
혹은 무얼 선택하고 싶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