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꽤 신나는 일이잖아?
일상으로 돌아온 지 며칠이 지나고, 발리에서 만났던 친구들이 롬복으로 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전보다 더 많아진 저녁 모임. 이틀에 한번 꼴로 친구들을 만나 저녁을 먹었다. 그들과 저녁을 먹으면 밥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이야기가 길어지면 장소를 옮겨 가볍게 한잔씩 걸치곤 했다. 그렇게 한 달 정도 되어 갔을까?
어느 금요일, 친구들이 이제 곧 떠나는 날이 다가오고 있었고, 암묵적으로 오늘은 놀아야 해!라는 분위기였다. 우리는 저녁을 먹고 시크릿바에 갔다. 이제 더 이상 시크릿바가 아니게 된 시크릿바. 어떻게 찾았는지 신기할 정도로 숨어있는 곳이었다. 주로 반주를 즐기는 나로서는 손에 꼽힐 정도로 와보는 바였다. 어두운 조명 아래에 잔잔한 음악. 우리의 마음을 한 번에 사로잡았다. 그래서 그 후로 몇 번이나 더 찾은 곳이다. 칵테일을 주문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또 자리를 옮겼다.
12시를 향해가는 시계 앞에서 나는 점점 녹초가 되었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낮에는 아무런 하는 일도 없이 돌아다니지만, 아침 5시에는 일어나는 그야말로 아침형 인간. 그 말인즉슨 저녁 9시 즈음부터 취침모드에 들어간다. 12시까지 밖을 돌아다니는 것은 그야말로 드문 일이었지만, 친구들과 함께라면 이상할 정도로 에너지가 솟았다. 마지막일 줄 알았던 바에서 모두가 갑자기 비치클럽에 가자고 입을 모았다. 비치클럽? 삼십 인생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을뿐더러, 클럽도 딱 두 번. 가보기로 했다.
오토바이를 타고 자주 가던 탄중안 해변 근처로 갔다. 캄캄한 어둠이 감싸고 있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깨어나는 기분이 들었다. 초행길인 우리는 앞서가는 친구의 불빛만을 의지한 채 따라갔다. 저 멀리서 음악 소리가 들려오고 반짝이는 불빛들이 우리를 반겼다. 작은 문을 들어가니 입장료를 내고 손목에 작은 띠를 둘러주었다. 여전히 따뜻한 모래사장 위를 성큼성큼 걸었다.
별 다른 것은 없었다. 해변가에 커다란 노래를 틀어놓고 반짝이는 조명 아래에서 춤을 추는 것. 나는 반짝이는 조명보다 그 조명에 비친 검은 바다가 좋았다. 잠시 친구들을 뒤로한 채 바다로 들어가 발을 담갔다. 낮이었다면 더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하늘을 올려다보고, 밤도 좋구나 했다. 머리 위로 밝게 빛나는 달을 보았다. 한 친구가 나를 따라와 함께 바다를 거닐었다.
이곳에서 만난 호주 친구, 아니 스리랑카 친구 Nav. 마음이 선해서인지 미소가 예쁜 친구이다. 미소가 예뻐서 마음이 선 해 보였던 것일 수도 있다. 나보다 다섯 살이 어리지만 항상 나를 챙겨주는 고마운 친구. 오토바이 운전을 못하는 나에게 오토바이 기사가 되어주기도 하고, 저녁밥 친구가 되어주기도 하고, 매일 아침이면 바쁜 시간을 쪼개어 나와 커피를 사러가 준다. 그래서 더 마음이 쓰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곳에 반년 가량을 머물렀는지도 모르겠다. 그 예쁜 미소가 보고 싶어서.
이날도 피곤해하는 나를 보고 이 친구는 먼저 돌아가자고 말해주었다. 돌아가는 길은 올 때보다 더 어두웠지만 아무도 없는 도로를 달리며 내가 이곳에 있다는 사실이 새삼 신기했다. 그리고 새삼 행복한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