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면 모든 걸 좋아한 나 자신이었을까
인도네시아, 숨바와를 떠나기 전날, Shelly의 가족들은 내가 마지막 밤을 그들과 함께 보냈으면 한다고 했다. 호텔을 체크아웃하고 나는 그들의 집으로 갔다. 우리는 시장에 가서 이것저것 구경도 하고, 저녁거리를 사서 돌아오는 길에는 마차를 탔다. Shelly의 엄마를 나는 Ibu라고 불렀다. Ibu는 인도네시아어로 엄마라는 뜻이다. Ibu는 걸어서도 가기 충분한 거리지만 나에게 뭔가를 더 해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따그닥 거리며 달리는 마차 위에서 우리는 서로를 마주 보고 앉았다. 나는 아침부터 가끔씩 울컥이는 마음을 안으로 삭히고 있었다. 짧은 시간이지만 나를 가족으로 받아들여준 가족들. 이런 기분을 느껴본 적이 언제인지 아늑할 정도라 처음엔 겁이 났다. 이제 그 겁이 슬픔으로 바뀌고 있었다.
모두가 둘러앉아 저녁을 먹고, 친구들과도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다. 롬복, 마타람의 대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Shelly도 내일 나와 함께 떠나기로 했다. 밤은 아쉽게도 빨리 깊어져갔다. Tole는 나에게 내일 먹을 간식을 사러 가자고 했다. 그의 오토바이 뒤에 앉아 우리는 슈퍼마켓으로 향했다. 그는 이것저것 챙겨 넣어줬다. 가는 길에 먹고도 넘칠 정도였다. 그건 간식이 아니라, 마음을 대신 담아주는 거겠지 싶어서 자꾸만 눈물이 나오려 했다. 그렇게 나는 모두에게 넘치는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내가 한 것은 그저 그곳에 있었을 뿐인데 말이다. 식당에서 일하는 Tole의 아내는 내일 먹으라며 아직 따뜻한 미고랭과 나시고랭을 안겨주었다. 나는 낯선 섬에서 그렇게 따뜻한 밤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