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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무스와 쿠키

쿠키를 먹으려고 후무스를 먹었습니다만

by Dahi

채식을 하던 남편에게 종종 후무스를 만들어주곤 했다.

나를 위해 만들었던 적은 없었다. 이제는 나를 위해서도 무언가를 준비하고 애정을 쏟고 싶어졌다.

병아리콩을 사다가 밤새 불려놓았다. 그리고 소금과 마늘을 넣고 푹 끓였다.

자주 만들어먹다 보니 맞춰진 입맛.

나는 마늘도 익혀서 갈아 넣는다. 생마늘을 갈아 넣는 것보다 톡 쏘는 맛이 덜하다.

남편을 위해서는 콩피도 제거를 했지만, 사실 먹는 게 더 건강할 것 같다.

귀찮음이 한 몫한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게 집에 있는 재료들은 몽땅 모아서 다 갈아 만들었다.

사 먹는 것처럼 아주 곱진 않아도, 오랜만에 한 것치고는 괜찮게 나왔다.

아니, 사실 줄곧 이랬던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냉장고 행.


남은 재료를 다 후무스에 쏟아 넣었던 것처럼 나의 남은 힘을 모두 아침 러닝에 쏟아부었다.

신기한 것은 모든 힘을 쏟아부어서 힘이 빠질 것 같지만, 아침에 뛰고 나면 내가 부은 에너지의 배는 더 생기는 것 같다.

말로 주고 되로 받는 격. 오늘은 인터벌이었다. 처음 10분은 가볍게 뛰고, 중간에 뛰고 쉬고를 반복했다.

그리고 10분을 뛰어 집으로 돌아오니 30분 가까이 되었다.


냉장고를 여니 고이 넣어둔 후무스가 보인다. 식탁 위에 있는 토마토를 썰고, 후무스를 올리고, 양배추도 한 움큼 올렸다.

그리고 또 보자, 뭐가 있더라.

아 고구마!

구운 고구마는 우리 집에서 빠지지 않는 메뉴.

내가 오랜 고구마 킬러이기도 하지만, 작년에 수확한 고구마가 아직도 한 박스나 남아있어 열심히 먹어야 한단다.



따뜻한 블랙커피를 만들어 옆에 두고 아침을 먹었다.

분명 평소보다 많이 먹은 것 같은데도 뭔가 달달한 게 떙겨 쿠키를 열었다.

건강하게 먹었으니 이 정도는 괜찮지.

아직 만들어놓은 후무스가 많아 며칠은 고구마와 후무스의 경쟁 파티가 되겠다.

누가 이기려나. 아니, 둘 다 지는 경기도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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