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침에 뛰게 된 이유
왜인지 모르지만 나는 일찍 일어난다. 하는 일 없이도 아침 여섯 시가 되면 눈이 떠진다.
남들은 일찍 일어나고 싶다고 하지만 나는 차라리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고 싶다.
밤 10시쯤이 되면 스르륵 침대로 기어들어가는 나를 만난다.
삼십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줄곧 이래 왔다.
친구들과 술을 마시러 가는 날은 정말 작정하고 나가곤 했으며 지금도 특별한 일이 있지 않는 한 저녁 약속을 잘 잡지 않는다.
아침 일찍 일어나면 뭘 하냐고 사람들이 묻곤 한다.
아침에 딱히 할 건 없다. 전에 직장에 다닐 때는 출근 전에 강아지 산책을 나갔다 오곤 했지만, 이제 내 곁에는 강아지도, 직장도 없다.
나를 기다리는 이도, 내가 해야 하는 일도 없다.
그러다 내가 찾은 일이 해돋이를 보러 나가는 것. 섬에 있을 때의 일이었다.
나는 매일의 해돋이에 매료되었던 적이 있었다. 중독과도 같았다.
매일 아침 해돋이를 보러 20분 정도를 달려 바닷가로 나갔다.
그렇게 나는 아침에, 아니 새벽녘에 동네를 뛰기 시작했고, 이제는 굳이 해돋이를 보지 않아도 달리게 되었다.
지금 내가 지내는 부모님 댁에 온 지는 한 달이 조금 넘었다. 전까지는 이곳저곳 여행을 다녔다.
아침의 해돋이가 예쁜 곳을 찾아 여행했다. 하지만 이곳은 빌딩 숲.
아무리 둘러봐도 해가 뜨는 것을 볼 수가 없다. 서서히 날이 밝아올 뿐.
나는 이유를 찾아야 했다. 뛰어야 하는 이유.
일출이 없다면, 아침밥.
그게 나의 이유가 되어주었다.
오늘도 가볍게 달렸다. 3km 정도를 뛰니 20분이면 집에 돌아온다.
생각해 보면 정말 짧은 시간이다. 뛸 때는 그렇게 길게 느껴지더니.
나가지 않으면 누워서 핸드폰만 보고 보내버릴 시간.
집에 돌아와 씻고 오늘도 커피 물을 올렸다.
빵이 한 조각 남아있고, 아빠가 사 온 과일도 남아있다.
빵 위에 크림치즈를 바르고 블루베리 잼을 올렸다. 그리고 그 위로 듬성듬성 리코타치즈를 부셔서 올렸다.
딸기와 바나나 그리고 견과류와 건과일.
요거트가 식빵으로 변했다 뿐이지 어제와 메뉴는 비슷하다.
나는 그 위에 후추와 소금, 꿀을 뿌렸다.
내가 좋아하는 조합이다.
촉촉하고 쫀득한 빵 위에 크게 올려진 과일의 단맛과 소금의 짭짤함 그리고 후추의 매콤함으로 기분이 좋아진다.
내일 아침은 뭘 먹을까 생각하다가, 후무스를 만들어야지 싶다.
아니, 뛰어야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