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 마을, 무스띠에 생 마리(Moustiers Sainte Marie)
베흐동 계곡의 에메랄드 빛 호수를 뒤로 하고 근처 마을에 들렀다. 딱히 무엇을 기대하지 않은 채 베흐동 계곡에서 니스로 돌아가는 길에 있는 남프랑스 마을이라 ‘호기심 천국’이라 하나라도 더 보려고 하는 욕심이 가득 찬 나이기에 잠깐 차를 세웠다.
그냥 남프랑스 마을 하나의 정취를 느끼려면 들러도 좋으나, 별과 노트르담 성당이 있는 것 말고는 이렇다 할 특징이 없어 보였다. 적어도 내 눈에는 말이다. 그런데 대한항공 웹사이트에서 가장 예쁜 마을 중 하나로 추천되기도 했고, 프랑스 정부가 선정한 예쁜 소도시에 뽑히기도 한 이력을 갖고 있다고 한다.
이 마을은 손으로 꽉 잡으면 금방 으스러질 것 같이 구멍이 숭숭 뚫린 암석과 계곡으로 기억될 만한 곳이다.
그리고 마을 한가운데서 보면 마을을 감싸고 있는 높다란 두 암석 봉우리 사이에 긴 와이어에 별이 매달려 있다.
이 중세 프로방스 도시는 특별한 볼거리보다는 마을에 얽힌 전설, 높다란 바위 위에 지어진 성당으로 유명하다.
별에 대한 전설을 간단히 소개한다. 중세 십자군 전쟁 때 포로로 잡혔던 한 기사가 무사히 살아서 무시띠에 생마리로 돌아가게 되면 성모 마리아를 위해 봉헌하겠노라 약속했고, 실제로 기적적으로 무사히 살아 돌아온 후에 자신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별을 달았다고 한다.
별과 함께 이 마을은 높다란 암벽 위 성당이 유명하다. 노트르담 드 보부아르 성당. 더운 여름에는 총 262개의 돌계단을 올라야 하니 물을 준비하는 것은 필수.
계단을 오르다 보면, 3단으로 된 탑들이 군데군데 서 있고 그 탑의 꼭대기 기단에는 예수의 고난이 그려져 있다. 십자가를 진 채 골고다 언덕을 오르는 예수의 모습 등이다. 성당을 오르면서 골고다 언덕을 오른 예수의 고난과 심정을 한번 생각해 보라는 배려인가 싶다.
노트르담 드 보부아르는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과는 달리 소박하다. 난 개인적으로는 화려한 성당보다는 소박하고 검소한 성당에 더 마음이 간다. 화려하고 웅장한 성당은 그 자체로 당시에는 종교의 권위와 지금은 문화유산으로 의미가 있지만, 한편으로는 몇백 년에 걸쳐 건축 양식이 바뀌면서 혼재될 정도의 시간 동안 착취된 민초들의 피와 땀을 생각하면 중세의 종교가 그 민초들에게는 어떤 의미였을까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소박하고 검소한 교회는 그 민초들의 삶을 어루만져 주는 종교 본연의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에 이르면 마음이 조금이나마 편해진다.
돌탑을 쌓는 건 동양이나 서양이나 인간 세상의 공통된 문화인가 싶다.
더운 날이었지만 성당에서 마을 전체를 조망해 본다. 스페인풍의 지붕 같지만 훨씬 더 붉은 감이 덜해 눈에 편한 지붕들의 엮음엮음이 눈에 들어온다. 말 그대로 평온해 보이는 중세도시다.
다시 마을로 내려와 거리 사이를 누벼본다. 목적도 없고 방향도 없다. 그냥 눈에 보이는 것을 따라 걷는다.
파스텔톤의 건물이 주는 시각적 안정감이 심적 안정으로 이어지지는 매력이 있다.
마을을 거닐다 보면 유독 도자기를 파는 가게가 많다는 생각이 든다. 심지어 가게 안내판마저도 도자기다.
여기에는 또 역사적으로 이유가 있다고 한다. 그 옛날 태양왕 루이 14세가 전쟁 물자를 조달하기 위해 자신의 그릇들을 녹여서 썼고, 금은으로 만든 그릇들 대신에 무스티에 생마리의 도자기를 사용했다고 한다. 그때 이후로 무스띠에 생 마리는 프랑스 전역에 도자기로 유명세를 떨치게 되었고, 그 명성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그다지 볼 것도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유명 관광지는 아니지만, 렌트를 해서 프로방스를, 베흐동 계곡을 갈 계획이 있다면 잠깐 짬을 내어 들러 발음하기도 어려워 기억도 하기 힘든 남프랑스 어느 마을 하나를 더 돌았다는 기억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