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 첫째 날
Wizz Air를 타는 바람에 새벽같이 비엔나를 출발해서 포르토에 아침 이른 시간에 내렸다.
포르투 시내로 와서 문어밥 가게를 들리고, 파란 타일의 도시를 구경한 다음 저녁 해거름에 모로 공원(Jardin do Morro와 길 건너편 언덕 위 성당에서 내 생각으로 포르투 최고의 야경을 감상한 다음 그냥 호텔로 가기 아쉬워 저 불 켜진 야경 한가운데로 들어가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 안으로 들어간다.
첫 번째 시작점은 포르투 대성당.
어느 도시를 가든 대성당, 광장, 시청이 모여있는 곳이 시작점이자 마지막 종착점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내가 포르투에 대해 뭘 안다고 밤에 야경을 본다는 이유로 그렇게 골목골목 돌아다녔나 싶다. 그냥 그러고 싶었을 뿐.
밤의 안전에 대해서는 아무런 사전 지식이 없었음에도 말이다. 지금 같으면 과연 그럴 수 있었을까 싶다.
포르투 대성당.
작은 도시임에도 성당은 웅장하고 화려한 장식으로 빛난다.
늘 생각하는 것이지만 저 성당을 짓기 위해 얼마나 많은 민초들의 피와 땀이 있었을까 싶으면 그들의 희생과 헌신에 고개가 숙여진다.
이름을 확인하지 못한 동상이다.
오른손으로 먼 곳을 가리키며 무언가 지시하고 있는 모습이고, 그 아래 여인상은 깃발을 들고 왼손을 어딘가 가리키며 전진하라는 명령을 내리는 모습.
포르투갈이니 만치 그 옛날 대항해 시대의 어느 장면을 묘사한 것이 아닐까 싶다.
포르투스러운 맥도널드.
유럽의 건물들에 붙어 있는 가게 간판을 보면 참 그 건물의 전체적인 느낌과 잘 어울리게 단다 싶고, 또 화려하지도 않고 정갈하고 깔끔하다.
옛 것을 지키는 그 마음. 자본주의마저도 유럽에서는 새로움 보다는 과거 역사와 조화를 선택한 것일 것이다.
우리나라, 일본의 간판을 보면 너무 대조된다. 형형색색에 복잡함. 나 여기 있다는 것을 서로 다투며 뽐내듯이 간판뿐만 아니라 각 층 유리에도 광고판, 길을 걷다 보면 가게 앞에 입간판.
사람들의 눈이 가는 모든 곳에 간판. 한마디로 어지럽다.
반면 유럽은 간판들을 보면 편안하다. 과하지 않고 넘침이 없다.
강변으로 내려왔다.
저 멀리 언덕 위로 모로 공원과 성당의 언덕이 보인다.
아까 와는 시점이 정반대다.
보름달 같은 달이 동그라니 밝다.
그 아래로 강변에 사람들이 많다. 다들 나처럼 밤의 경치를 보러 나온 것 같다.
조용하면서도 동적이다.
어느 펍(pub) 앞에 있는 조각 분수다.
유람선도 있나 본데 어차피 여정이 짧아서 유람선 탈 생각을 못했다.
강의 유람선은 헝가리 다뉴브 강에서 탄 것이 유일하다. 글을 쓰다 보니 헝가리 부다강 유람선에서 본 국회의사당의 강렬한 조명이 생각난다.
어느 문 닫은 가게 안이다.
타일 냄비받침을 포함 기념품을 파는 곳인가 보다.
어디든 저런 가게들은 문을 닫은 후에도 조명을 켜두고 퇴근해서 그런지 직접 기념품을 구매하지는 않아도 소소하게 보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가게 안 기념품 사진을 찍으면 나름 사진빨(?)이 잘 받는다.
포르투, 포르투갈 전체는 하늘색 타일이 유명하다.
그 유명함의 혼을 담아 접시를 많이 만드나 보다.
접시 같은 건 내 취향이 아님에도 보면 장식품으로서도 나름 꽤 괜찮다 싶다.
이제 호텔로 가는 길에 있는 골목골목을 걷는다. 대충 방향만 정하고는 무작정 걷는다. 건물 생김 하나하나. 가끔씩 지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감상하면서.
걷다 보니 어딘가 중심가 같은 느낌의 도로를 만난다. 크레인이 있는 걸 보면 저 고풍스러운 건물을 복원 중이거나 그 옆에 그들과 어울릴 만한 현대 건물들을 짓고 있나 보다.
해리포터의 모티브가 되었다는 렐루 서점 근처인데, 렐루 서점의 문 인지는 정확지 않다. 타임지 같은 타이포그래피 아래 노벨상을 장식하고 무엇이 노벨을 만드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마치 노벨을 만드는 건 시간이라고 답을 주는 건가 싶다.
렐루 서점이다.
다음 날 아침 문 여는 시간에 가려했으나 조금 늦게 갔더니 줄이 줄이. 결국 밖에서 슬쩍 보고는 인터넷 찾아보고 왔다.
자세히 보면 가운데 계단, 양쪽으로 양 머리처럼 동그란 계단이 있다.
해리포터 소설을 좋아한다면 좋은 관광 코스가 될 듯하다.
중심가인데 무슨 행사를 하고 있는 것인가 보다.
다시 돌아 포르투 대성당.
처음과 끝을 성당과 함께 한 두어 시간의 포르투 야경투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