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대디로 산다는 것(11)

아이 앞머리 잘라주기

by 시우

앞머리가 금세 자라서 눈을 찌르는지 눈을 자꾸 비비는 게 좋아 보이지가 않다 요즘 날씨가 바람도 많이 불고 꽃가루가 날리는 계절이라 아이 눈에도 좋지 않을 것 같고 내가 옆에서 보기에도 수시로 눈을 비비는 아이가 스트레스받는 게 느껴져 앞머리를 한 번 잘라주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을 한다

한 달에 한번 내 머리를 자르러 가면서 아이를 데려가면 단골 미용실에서 간간히 딸랑구의 앞머리를 잘라주셨었는데 5년 동안 다녔던 미용실의 디자이너분이 그만두셨다는 소식을 듣는다 다른 곳으로 이직을 하셨다는 듯했다 이 기회에 아이 앞머리 정도는 내가 깎아보자 싶어서 미용 동영상을 보며 이미지 트레이닝을 해본다. 충분히 분무기로 앞머리를 적시고 반듯하게 빗질을 하고 왼손 검지와 중지 사이에 자를 머리카락을 넣어 잡고 자를고 싶은 만큼 반듯이 가위질을 한다 보기에는 굉장히 쉬어 보이는데 후기를 읽어보면 대부분은 실패한다고 그냥 미용실 가라는 이야기가 쓰여 있다


"공주님이 용서해 주겠지..."


30분 정도의 이미지 트레이닝이 끝나고 공주님을 부른다 앞머리를 자르고 씻겨줘야겠다 싶어 욕실로 부르고 목에 수건을 둘러준다


"아빠 뭐하세요?"


"아 앞머리 좀 잘라 주게요 눈 안 불 편 해요?"


"조금요?"


눈을 감으라고 하고 앞머리에 분무기를 뿌린다 적당히 적셔진 앞머리를 빗질을 하고 손가락으로 잡고 가위 질을 시작한다 사각사각 소리가 화장실에 울려 퍼지며 바닥에 머리카락들이 뿌려진다, 자른 부분을 조금 남기고 오른쪽으로 살짝 더 빗질을 한다 왼쪽에 잘린 부분만큼 만 자르면 되니까 어렵지는 않다 자르고 또 오른쪽으로 옮겨서 빗질을 하고 4번에서 5번 정도 하니 깔끔하게 정리가 된다


"이 정도면 조금 삐뚤 해도 처음 해본 것치곤 잘했네요."


"거울 보여주세요."


아이를 들어 올려 화장실 거울을 보여준다 제법 깔끔하게 잘렸다 전에 엄마가 처음 잘라줬을 때는 삐뚤삐뚤해서 펑펑 울었었는데 나도 보고 웃고 아내도 웃고 이번에는 그래도 만족스러운 편이신지 공주가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린다


처음 해본 것 치곤 잘한 것 같다(?!)


"다음번에는 더 잘해줄게요 또 오세요 아빠 미용실이었습니다 서비스로 목욕이 있어요."


"또 씻어요??"


"몸은 매일 씻어야죠!"


바닥에 흩어진 머리카락을 주어 변기에 버리고 아이 옷을 벗겨 구석구석 씻긴다 머리를 감기고 최근에 구입한 어린이용 린스를 발라주고 다시 헹궈준다 아침마다 머리 빗어 주면서 꼬인 머리카락을 피느라 고생이었는데 이걸 쓰고 나서는 잘 빗겨지는 것 같다 진작에 살걸 어머니가 오셔서 이야기 안 해주셨으면 아침마다 울고불고 싸울 뻔했다. 다 씻기고 나와서 바디로션을 발라준다 혼자 발라보라고 하는데 아직 디테일하게 잘 바르지는 못하는지 다리 뒤쪽이나 팔 안쪽은 잘 안 발려져 있어서 손이 한 번 더 가야 한다 꼼꼼히 발라주고 키 크라고 관절 마사지를 좀 해준다 또래 아이치곤 키가 큰 편이지만 더 크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요즘은 키 크는 주사니 뭐니 맞혀주는 부모들도 있다는데 내 상황이 여유롭지 못해 해 줄 수 있는 부분도 못해주면 가슴이 많이 아플 것 같다

옷을 입히고 거실에 앉아서 머리를 말려준다 '애애앵' 5년도 넘은 드라이기는 튼튼하기 그지없어 고장도 나지 않고 잘 쓰고 있다 뜨거운 바람은 잘 나오는데 바람이 좀 더 쌨으면 좋겠다, 이러면 안되는데 얼른 고장이 나서 좀더 바람이 쎈 드라이기로 바꾸고 싶다, 아이 피부가 안 좋아질까 봐 자연풍으로 오래오래 천천히 말려준다 아이가 눈을 감고 내 손길에 따라 고개를 까닥거린다 머리를 말려주면서 이것저것 물어본다


'유치원에서 오늘 뭐 먹었어요?'


'새로 배운 거 있어요?'


'친구들이랑 뭐 하고 놀았어요?'


귀찮을 만도 한데 하나하나 천천히 말해준다, 종종 단어가 생각이 안 나서 멈추면 내가 또 옆에서 이런저런 단어를 이야기하면서 맞추는 재미도 솔솔 하다 머리를 다 말리고 나면 이제 다음날 유치원 갈 준비를 한다 가방을 챙기며 수첩과, 손수건을 한 장 넣고 내일 입을 옷을 신중하게 골라 놓고 양말을 빼두고 다 끝이 나면 아빠를 부른다


"아빠 다 끝났어요."


"동화책 읽고 싶은 거 한 권 빼서 오세요."


그러면 거실에 있는 책장에서 동화책 한 권을 빼온다 오늘은 백설 공주인가 보다 벽에 기대고 앉아 한 글자 한 글자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글을 읽어준다 받침이 없는 글자는 잘 따라오는데 받침 있는 글자는 아이에게 아직 어려운 듯하다 키득키득 같이 웃으며 글씨를 읽어주고 물어보며를 반복하며 30여분 정도 읽어주면 하루 일과가 끝이 난다

가만히 눕히고 이불을 덮어주고 옆에 누워서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나는 몸에 열이 없어서 아이가 안겨서 자면 더워서 잠을 잘 못 자는데 아이는 내 몸이 시원하니 자다가도 와서 안기는 통에 잠에서 자주 깬다 아내도 그랬다 몸에 열이 많은 편이라 겨울에는 추위를 많이 타서 항상 두꺼운 이불을 덮고 잤었는데(우린 각자 이불 한 개씩 덮고 잤었다) 이맘때쯤 날이 더워지기 시작하면 자다가 잘 안겼다 그럼 나는 또 더워서 깨서 아내를 팔베개해주고 이불을 걷어차고 잤었지

불을 끈다, 아이가 잘 때까지 옆에 있는다 눈을 감고 뒤척이는 아이를 뒤에서 안아주면 아이 몸에 발라줬던 로션 냄새와 아이 특유의 냄새가 기분 좋게 섞여 올라온다 오늘 하루도 별일 없이 지나감에 감사하며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더 행복한 하루가 되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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