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랑 단둘이 처음으로 영화관에를 와봤다 작년 12월쯤? 다니던 요리학원에서 사장님 한분이 영화관 티켓을 주셔서 아내와 아이랑 손잡고 간 게 마지막이었나?? 아이랑 단둘이 와본 적이 처음이다 일을 하느라 그러기도 했고 나는 항상 세명이서 같이 가는걸 좋아했다 아내는 집에서 종종 아이 유치원 빼먹고 단둘이 카페든, 영화든 보러 가는 게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요즘 마음이 조급해지고 싱숭생숭 너무 앞만 보고 달려온 거 같아서 아이 손을 잡고 키즈카페에 가려다가 문이 닫았길래 영화관으로 바로 턴을 한다
즉흥적인 걸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한 번쯤은 이래보는 것도 나에게는 좋은 자극이 될 것 같다. 아이가 보고 싶은 영화가 파란색 고슴도치가 나오는 영화인데, 영화관에 도착해보니 바로 볼 수 있는 건 자막이라서 더빙판인 다음 회차는 12시 20분이라 별 고민 없이 12시 20분 것을 고르고 약 2시간을 영화관 안을 돌아다니면서 시간을 보내 기로 한다.
다니던 홈플러스에는 뽑기 자판기가 전부 사라져 버렸는데 여기에는 조그만 장난감 자판기가 있다. 오랜만에 뽑기를 보는 딸의 눈이 반짝반짝거린다 500원짜리 동전 4개가 필요한데 지갑 속에는 오천 원짜리 지폐뿐이다. 직원에게 다가가 동전을 바꾸고 뽑고 싶은걸 뽑아보라고 동전을 건네준다 신중하게 뽑기를 고르는 눈빛이 강렬하다
뽑기를 보는 딸랑구
"이거 할래요."
"이거 무지개 스프링 말이에요?"
별 모양 원모 양 다양한 모양의 스프링이 들어있는 뽑기를 하나 고르고 동전을 차곡차곡 넣는다 전에는 힘이 부족해서 돌리지를 못했는데 그동안 힘이 좀 늘었는지 두 손을 사용해서 뽑기를 돌린다 달그락달그락 소리화 함께 구형 플라스틱이 대 구르르 떨어져 내려온다
"와!! 별 모양 스프링이에요."
2천 원짜리 라기에는 많이 조잡하고 조그마한 장난감이지만 아이는 좋아한다, 팝콘과 음료수를 먹으려다가 보니 영화관 내부에서는 먹을 수 없다는 종이가 눈에 띄어 근처 커피숍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렇게 밖에서 커피 마시는 것도 오랜만이었다. 집에서 아이 돌보고, 출근하고, 밥 차리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쉬운 일은 아녔구나 싶다. 더군다나 지금 정신적으로도 거의 한계에 왔다 보니 무언가 해도 공허하고 재미가 별로 없다 아이랑 뒹굴고 손잡고 안아보고 하는 시간이 그나만 좀 위안이 된다
'얼른 좀 마무리가 돼야 하는 걸까.'
오랜만에 달달한 모카를 마셨다 실직한 후로는 커피숍에서 비싼 커피가 먹기가 싫어 누가 사주지 않으면 아메리카노만 마시던가 먹고 싶었던걸 참고 집에 와서 믹스나 내려먹는 커피만 마셨었는데 모처럼 달달한 커피가 마음을 좀 풀어준다
"언제 영화 보러 가요?"
"시간이 좀 많이 남았어요 이제 한 1시간 정도?"
"네 기다릴 수 있어요."
기어코 뽑기를 두 번이나 하셨다
아이와 카페에 앉아서 탭북으로 동화책을 조금 읽어준다, 주변을 둘러본다 날도 좋아지고 이제 발열체크도 없어져서 영화관에 사람이 좀 늘어났을 줄 알았는데 카페에 앉아있는 1시간 동안 온 사람이 딸과 나 둘뿐이다 사람이 너무 없어 참 조용하다 다시 사람들이 북적이긴 할까? 예전처럼 그렇게 돌아올까 걱정이 된다 영화 시작 20분을 남기고 상영관으로 올라간다 몇몇 사람들이 들어가고 우리도 표를 보여주고 3관으로 들어가 우리 자리를 찾는다, 하필 의자가 회전 접이식이라 몸무게가 적게 나가는 아이는 자리에 앉기가 불편하다 내가 한쪽 손으로 의자 앞쪽을 눌러주며 영화를 보기 시작한다.
1편을 두 번이나 본 아이는 눈빛이 초롱초롱하다 새로운 친구들도 나오고 모험을 하는 모습이 신나고 재미있는 듯하다 영화관에 단 둘이 있어서 큰 소리로 봐도 괜찮아서 보는 종종 쟤는 누구예요? 저건 뭐 하는 거예요? 물어보면 큰 소리로 알려준다 열정적인 모습이 참 귀엽다
영화는 생각보다 오랫동안 했다 2시간 정도 중간중간 아이가 화장실을 가고 싶어 해서 일어나서 다녀온 시간 빼면 제법 집중해서 보고 온 것 같다, 물론 나는 영화보단 아이 보고 있는 게 더 재미있었지만
다 끝나고 영화관을 나오면서 딸에게 물어본다
"오늘 우리 첫 번째 데이트인데 재밌었어요?"
"네!"
"엄마랑은 영화도 보고 카페도 가고 몇 번 했었잖아요?"
"엄마는 회사 안 갔었잖아요 아빠랑도 같이 갔으면 좋았을 거예요."
잠시간의 침묵이 우리 사이에 놓인다 나는 감정을 최대한 억누르며 아이에게 말해준다
"공주님 엄마가 지금 외할머니 집에 가서 오래 안 오고 있지만 OO이 많이 사랑하는 거 알죠?"
"네."
"아빠도 공주님 많이 사랑하는 거 알아줘요."
"저도 아빠 많이 사랑해요."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이는 피곤한지 이내 잠이 들어 버린다, 곰곰이 생각한다 벌써 3개월이 다 돼가는 이 시점에서 아이조차 찾지 않는 아내를 과연 좋게 이야기해줘야 하는지, 아니면 이혼으로 치닫는 과정에서도 혹여 자기 때문에 이렇게 된 게 아닐까 자책할지 모르는 아이를 위해서 라도 너는 참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아이라고 느끼게 해줘야 하는 것 아닌지에서 말이다, 아마 후자가 맞는 거라는 생각을한다
집에 도착해서 아이를 안아 조용히 집 안으로 들어와 매트리스 위에 눕힌다 카디건을 벗기고, 양말을 벗기고 조그마한 발을 한 번 쓰다듬어 준다 아이가 자는 동안 밀린 집안일을 하기 위해 일어난다 달콤했던 커피맛처럼 꿈같던 반나절이 지나가고 다시 현실 속에 내동댕이 쳐지는 기분이지만 내 감정 때문에 너무 오랜 시간을 쳐져 있을 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