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핑크색 블링블링한 자전거가 집에 도착했다, 인터넷으로 구매한 거라 일부를 조립을 해야 해서 설명서를 찬찬히 훑어보면서 한 시간 정도 걸려서 조립을 마무리한다 옆에서 아이가 도구랑 쓰레기를 정리를 해준다 어찌나 기특한지 투명 비닐봉지에는 비닐만 담고, 노끈이나 테이프 같은 건 휴지통에 가져다 넣으라고 이야기해주니 그 뒤로는 알아서 척척 도와주는 게 너무 예쁘다
조립을 하면서 내가 자전거를 언제 처음 배웠었는지 생각을 해본다, 서울에서 살 때 한 다섯? 여섯 살 쯤이었나? 서울에 여의도 광장 앞에서 자전거랑 롤러스케이트를 대여해 줬던 적이 있는데 그때 처음 자전거를 타본 기억이 난다, 할머니 아버지와 함께 가서 돗자리를 펴고 앉아서 나는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고 어른들은 앉아서 뭔가 하셨고 재밌었던 건지는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드문드문 기억이 난다
딸랑구는 일곱 살이 첫 자전거 경험일 것이다, 그동안 자전거 타고 싶다고 많이 그랬었는데 사실 요즘 자전거를 탈만한 데가 많지가 않다, 좁은 골목골목이 위험하기도 하고 아파트는 주차장에 차들이 어찌나 많이 돌아다니던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차에 자전거를 실어서 나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아이들이 놀기에는 공간이 많이 넓지가 않다
아침을 든든하게 먹고 헬멧과 무릎보호대를 착용을 시킨다, 어느새 좀 컸는지 핼맷 끈이 짧고, 무릎 보호대 고무줄이 짱짱하게 다리를 조인다, 적당하게 조절을 하고 자전거를 들고 집 앞으로 나왔다 뒤쪽 주차장이 그나마 차가 적어서 뒤에서 쫓아 가면서 자전거를 태운다
"아빠 놓으면 안 돼요?"
"안 놓아요 그리고 네발 자전거라 안 넘어져요 돌아갈 때만 천천히 돌리세요."
아직 힘이 부족해서 그런지 오르막길에선 엉덩이를 밀어줘야 움직인다 코너를 돌 때에는 너무 급히 돌아서 넘어질 듯 위 태위태 하지만 그래도 신나게 밟는 느낌이 좋은지 꺄르륵 거리며 한참을 자전거를 탄다 날이 따듯해져서 따라만 가는데도 등에 땀이 주룩주룩 난다, 헬맷까지 쓴 아이가 더울까 봐 가방에 잇던 물을 꺼내 건네준다
"정말 재미있어요."
"친구들도 같이 타면 더 재밌을 텐데 친구들이 별로 없네요?"
내가 어렸을 적만 해도 아파트 단지에도 아이들끼리 돌아다니거나 놀이터에선 그래도 대여섯 명씩은 항상 있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썰렁하다 다들 어디서 노는 건지? 지인의 이야기에 따르면 학교 학년마다 반이 3개를 넘기기가 힘들다고 그러는데 진짜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구나 싶기도 하다
아이랑 좀 쉬려고 놀이터 앞에 정자에 앉아서 물을 마신다 근처에 또래 아이 둘이 아빠와 같이 놀이터로 와서 논다 다른 아빠와 눈이 마주치자 어색한 인사를 하고 아이들은 또 아이들끼리 몰려가서 노는 모습이 신기하다 처음 봤는데 어쩜 저렇게 쉽게 친해지고 같이 놀 수 있는지 날도 더운데 좀 쉬어가면 놀았으면 좋겠지만 아이는 땀을 뻘뻘 흘려가면 잡기 놀이를 한다
'꺄르르륵'
'잡지 마아!'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놀이터에 가득하다, 하늘은 푸르고 녹색 잎들이 바람에 살랑 거린다, 정자 아래에 가만히 앉아 있자 시원한 바람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며 간지럽힌다, 상담 선생님이 주변 좀 둘러보고 가라는 이야기가 이런 뜻인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꿈속에서 들리는 것처럼 멍하게 들려온다. 달려오는 아이를 한번 안아주자 다시 또 놀아야 한다고 후다닥 내려서 다시 놀이터로 달려간다
가끔 아빠가 위태해 보이는 건지 눈에 안 보이면 찾게 되는 건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와서 나를 한번 신경 써주는 게 신기하다 가슴속에 꺼질 듯 말 듯 위태한 불꽃을 저 아이가 지켜주는 기분이다 연애가 끝날 때도 마음을 정리하는데 연애했던 시간만큼은 필요하다는데, 이혼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아니 오히려 아이가 있어서 더 오래 걸릴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도 온전히 놓을 수 있을 때까지 많이 기억하고 아파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