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님에게
쪼골쪼골한 얼굴과 손이 너무 작아서 만지면 부서질까 멀리서만 봤었는데 이제는 어느새 아빠 허리춤만큼 커져 아빠에게 뛰어와 안길 때마다 팔이 부러질 것 같은 만큼 무거워졌구나
그때도 예쁘긴 했었지만 요즘 그때 사진이랑 지금이랑 비교하면 지금이 훨씬 예쁘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첫 돌까지는 아프지도 않고 잘 자라줘서 고마웠었다, 좀 더 크고 나서 가끔씩 아파서 열이 심하면 밤새 자지도 못하고 너를 달래고 병원에 입원하면 엄마와 교대로 병원에 있던 적도 있었지
아직도 아빠의 사진첩엔 네가 머리에 해열 패치를 붙이고 족발뼈를 들고 뜯고 있는 사진이 저장되어 있어 가끔 보면서 웃는단다 엄마가 시골에서 가져온 달걀을 아빠가 제대로 씻지 못해서 네가 고열에 시달렸을 때 얼마나 미안했는지 너랑 병원에 일주일 넘게 입원해 있으면서 저녁마다 네 머리맡에서 미안하다고를 얼마나 많이 말했는지 모르겠다 그 뒤로는 달걀 후라이를 해줄 때 마다 얼마나 깨끗이 씻고 얼마나 잘 익혀서 너에게 주는지 모르겠다
또 처음 어린이집을 다니게 되었을 때 오리엔테이션에 아빠 혼자 남자 어른이었고 다른 집 친구들은 다들 엄마랑만 왔는데 아빠 혼자 달랑 거기 껴있었을 때 내성정인 아빠가 얼마나 쑥스러워 했었는지 너는 모를 거야
너랑 손잡고 저녁마다 동내 산책을 가면서 아빠에게는 짧지만 너에게는 길 것 같은 그 길을 걸으며 네가 좀만더 천천히 커줬으면 싶은 적도 많다, 하지만 흘러가는 시간을 잡을 수 없는 것처럼 내가 너의 시간을 잡고 있을 수는 없겠지, 이제는 제법 책도 잘 읽고 씩씩하게 혼자 옷도 잘 갈아입고 먹을 것도 잘 먹어주고, 아빠가 해준 요리가 항상 맛있다고 해줘서 아빠는 행복하단다, 비록 엄마와의 다툼을 아직 해결하지 못해서 잘못 없는 너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는 게 참으로 미안하다 네가 무슨 잘못이 있겠니, 다 생각이 짧고 인내심이 부족한 아빠와 엄마 탓이라고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도 그렇게 생각해서 네 마음이 좀 가벼워졌으면 좋겠다 네가 짊어져야 할 삶의 무게는 네 인생으로도 충분 하니 아빠의 죄와 짐은 아빠가 지고 갈 것이고 네 삶의 역경은 아빠에게 조금 맡겨도 아빠는 기쁜 마음으로 같이 지고가 줄 거야
고작 일곱 살의 나이에 이런 힘든 상황을 주게 한 것에 대해 아빠는 어떻게 더 너에게 사과를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어떻게 해서든 네가 스스로 책임질수 있는 나이가 될 때까진 온 힘을 다해서 너를 책임지기 위해 살아갈 거라는 거야 물론 너의 엄마도 니가 그렇게 크기까지 책임을 지게 만드는 게 아빠가 할 일인 거 같다
아빠는 천주교 신자이지만, 아직 용서하는 방법은 배우지 못한 것 같다, 그냥 놔두라는 사람도 있었지만 결국에 책임을 져보지 못한 사람은 본인의 잘못을 느끼지 못하기에 더 늦기 전에 책임감에 대해서 알려주는 게 잘못한 길로 가려고 하는 사람들에 대한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소중한 딸도 삶을 살아가면서 책임지는 법에 대해서 알아 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조그만 것에도 기뻐하고 행복할 줄 알았으면 좋겠다
삶을 살아가면서 항상 행복하고 웃을 수만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아빠도 부모가 되어보니 자식의 행복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한때는 결혼에 회의적 이였던 아빠도 네 엄마를 만나고 사랑을 알게 되었고 너를 만나서 책임이라는 것에 대해서 더 잘 알게 되었지만 아직도 삶이라는 이 길 위에서 아는 게 별로 없는 평범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종종 깨닫는단다, 이제 같이 이 길 위에서 손을 잡고 갈,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에 서로 힘내서 밀어주고 당겨주며 각자의 길을 걷기 시작할 때까지 힘 내보자
사랑한다 우리 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