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기일 후에 어머니가 써주신 편지입니다, 친어머니는 아니지만 10여 년을 알고 지냈고, 이제는 아버지와 재혼하셔서 어머니가 되셨죠, 오죽 답답하셨으면 그리 하셨을까 라는 생각도 들고 이혼이라는 게 부부 만의 문제로 끝나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OOO군의 새엄마 OOO이라고 합니다
그간 아이의 새엄마이기도 했고, 아이가 스스로 잘 알아서 하는 아이였기에 따로 나서지 않았고 집안 어른으로서 아이들의 싸움에 부모가 나서서 까지 할 필요 없이 성인인 두 사람이 잘 해결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아 관여하고 있지 않았습니다만
OOO의 어머니가 낸 사실 확인서를 보면서 화를 참을 수가 없어서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처음 아이들이 이혼을 하겠다고 하였을 때 저는 제 아들을 나무라면서 네가 좀 더 참고 보듬을 줄 알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야단을 친적이 있었지만, 한편으론 애가 오죽했으면 이혼하겠다는 이야기까지 할까 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아이가 군대를 전역하고 나서부터 엄마가 되기 전까지 이모로써 알고 지낸 세월 동안 OOO군은 제 몫을 하려고 노력하는 아이였습니다, 손이 많이 가지도 않았고 스스로 하려는 아이였고 본인이 지키지 못할 약속은 입 밖으로 꺼내지도 않는 아이였습니다 제가 낳은 아들은 아니지만 정말 속 깊은 아이였어요
아이가 결혼을 하겠다고 며느리를 데리고 왔을 때 아무것도 없이 그냥 둘이서 시작해서 모아가겠다고 이야기를 해서 대견하게 생각했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며느리가 집으로 찾아와 집을 해주지 않으면 결혼하지 않겠다고 하여 작은 집을 구하는데 돈을 보태 주어 집을 구하게 해 주었습니다. 요즘 시대에 어느 부모가 집을 해주고 결혼을 시키나요, 그렇게 집을 구해주고 상견례를 했을 때에도 아이의 장모라는 사람한테 고맙다는 말 한번 듣지 못하였습니다. 예물 예단도 못하겠다고 하여 제가 아이의 고모들에게 옷 한 벌씩 해주고 아이들에게 한복도 맞춰주었습니다.
결혼한다고 아들은 집해다 받치고, 며느리란 아이는 리모델링이니, 혼수 조금 해와 들어왔는데 얼마 들었냐 한번 물어본 적 없습니다, OOOO만원 들고 왔다고 아들이 말하는데 그 금액에 대해서 실제로 확인해 본 적도 없습니다. 아들이 벌이가 적었지만, 그래도 꾸준히 끈기 있게 하는 걸 알고 있었기에 혹여 부족한 게 있을까 에어컨이며 공기청정기, 그릇, 살림살이도 며느리에게 맡기지 않고 다 해주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며늘 아이는 한번 고맙단 소리 안 했습니다, OO이가 태어나고 자주 가고 싶었는데 아들 녀석이 오면 잔소리한다고, 지 마누라 편을 들어 많이 서운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아내를 많이 좋아해서 그런 거겠지 하고 참았고, 명절이며 아빠 생일에도 와서 밥 한번 먹고 가라는 말이, 내 친아들도 아닌데 며느리에게 오라 가라 시어미짓 한다고 할까 봐 꾹 참고 너희들 오고 싶을 때 오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장모라는 사람이 저희가 재혼 가정인걸 알았고, 아들에게 시어미가 몇 명이어서 시집살이시키는 것 아니냐는 말을 한 것을 알고 있었기에 더 며느리 눈치를 보았습니다 결혼 전부터 가끔 집에 와서 밥도 먹었고 결혼할 때 아들 녀석 도와서 같이 일 할 것처럼 이야기하던 아이였는데 본인이 필요한 거 챙길 때에는 옛날에는 남자가 집해 오고 어쩌고 하고 본인이 불리할 때는 일을 하긴 해야 하는데 하기 싫어요 내뱉는걸 한 대 쥐어박고 싶기도 했었지만 아들의 행복이 더 우선이었기에 참고 또 참았습니다
세상살이를 하면서 안 힘든 사람이 어디겠습니까? 저도 젊은 시절 밖에서 일을 해보았고 엄마로서 집안일을 하며 애들을 키웠지만 내가 힘들다고 아이를 버리고 집을 나가본 일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며늘 아이는 수시로 가출을 하고 꾸준히 일도 하지 못했고, 그렇다고 집안 살림에 능한 아이도 아녔습니다, 며느리가 가출하고 아들 혼자 아이를 키우는걸 장작 8개월의 시간 동안 보고 있지만, 참 대단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일하느라 힘들어도 제시간에 언제나 일어나 아이 유치원에 등원을 시키고, 원에 늦게 남게 될까 봐 직장을 구할 때도 아이의 시간에 맞추기 위해서 노력을 많이 했어요, 그리고 저희들은 잘 모르는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것들을 찾아보며 젊은 아이답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한식조리사 자격증도 땄다는 말에 그래도 네가 네 아빠보다 낫구나란 생각도 했었습니다 그리고 이미 은퇴한 아빠나 제 손을 빌리지 않고 키우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반면에 며늘 아이란 애는 어떤가요? 가출을 해 연락 한번 없이 애 한번 찾지 않고 이혼소송이 채 마무리되지도 않았는데 아이 옆에 있어주려 하지 않는 게 엄마인가요? 놀러 간 SNS를 자랑삼듯이 올리고, 남편을 비하하는 듯한 문구를 적어놓는 게 당연한 건가요?
요즘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아들만 아빠만이 집안의 가장이고 책임을 져야 하는 시대입니까? 가정을 이끌면서 아빠가 집안의 중심이고 기둥이었던 시절은 이제 다 지나갔고 이제는 부부가 동등한 위치에서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며 모든 걸 같이 책임져야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며늘 아이가 아들은 일하고 본인은 공무원 시험 준비한다고 할 때에 공인중개사 시험 보겠다고 공부한다고 했을 때 응원도 해주고 잘되면 좋겠다고 해주었지만, 몇 번의 고배를 마시면서도 미련을 떨치지 못하고, 직장을 다녀도 금방 관두어 버리는 모습을 보면서 저게 노력이라는 건지, 아들에게는 그냥 일 할 애가 아닌가 보다라는 말로 달래 보았지만 아들 입장에선 그게 참 서운했을 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인간 사이에서 해야 할 어느 정도의 도리는 가슴속에 언제나 가지고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남자가 집을 해오는 게, 부모가 한 이혼이 아들의 흠이 되는 게 당연시되지 않아야지요 하지도 않은 시집살이를 핑계로 배우자의 부모를 욕되게 만드는 게 나이 60이 다 된 어른이 해야 할 짓입니까? 그간 자기 딸을 먹여 살린 딸의 남편이 자기 딸에게 같이 벌어서 잘 좀 살아보자고 이야기한 게 그렇게 잘못 한건 가요? 일이라도 같이 해주면서 그런 소리 했었으면 이해라도 했겠습니다. 같이 살아온 기간 동안 며늘 아이 본인이 아들 주었다고 올려놓은 몇 개월의 월급만 이야기하고, 동거도 하지 않고 월세 가져다 받치고 전셋집 구해다 주면서 여자 친구라고 있는 것 자아실현시켜주겠다고 도와준 아들을, 연애할 때부터 지금까지 책임져준 액수를 합하면 그 발끝만치도 못될 그 금액 가지고 자기는 최선을 다했소, 노력했는데 저놈이 문제라고 하는 걸 보면서 어미 된 사람으로서 어찌 참을 수가 있겠습니까? 낳은 정도 있다지만 저는 다 큰 아들 키 운정도 깊고 아이에게 이제라도 좀 힘이 되어주고 싶어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