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대디로 산다는 것(86)

어머니의 편지

by 시우

2차 기일 후에 어머니가 써주신 편지입니다, 친어머니는 아니지만 10여 년을 알고 지냈고, 이제는 아버지와 재혼하셔서 어머니가 되셨죠, 오죽 답답하셨으면 그리 하셨을까 라는 생각도 들고 이혼이라는 게 부부 만의 문제로 끝나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OOO군의 새엄마 OOO이라고 합니다


그간 아이의 새엄마이기도 했고, 아이가 스스로 잘 알아서 하는 아이였기에 따로 나서지 않았고 집안 어른으로서 아이들의 싸움에 부모가 나서서 까지 할 필요 없이 성인인 두 사람이 잘 해결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아 관여하고 있지 않았습니다만


OOO의 어머니가 낸 사실 확인서를 보면서 화를 참을 수가 없어서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처음 아이들이 이혼을 하겠다고 하였을 때 저는 제 아들을 나무라면서 네가 좀 더 참고 보듬을 줄 알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야단을 친적이 있었지만, 한편으론 애가 오죽했으면 이혼하겠다는 이야기까지 할까 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아이가 군대를 전역하고 나서부터 엄마가 되기 전까지 이모로써 알고 지낸 세월 동안 OOO군은 제 몫을 하려고 노력하는 아이였습니다, 손이 많이 가지도 않았고 스스로 하려는 아이였고 본인이 지키지 못할 약속은 입 밖으로 꺼내지도 않는 아이였습니다 제가 낳은 아들은 아니지만 정말 속 깊은 아이였어요


아이가 결혼을 하겠다고 며느리를 데리고 왔을 때 아무것도 없이 그냥 둘이서 시작해서 모아가겠다고 이야기를 해서 대견하게 생각했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며느리가 집으로 찾아와 집을 해주지 않으면 결혼하지 않겠다고 하여 작은 집을 구하는데 돈을 보태 주어 집을 구하게 해 주었습니다. 요즘 시대에 어느 부모가 집을 해주고 결혼을 시키나요, 그렇게 집을 구해주고 상견례를 했을 때에도 아이의 장모라는 사람한테 고맙다는 말 한번 듣지 못하였습니다. 예물 예단도 못하겠다고 하여 제가 아이의 고모들에게 옷 한 벌씩 해주고 아이들에게 한복도 맞춰주었습니다.

결혼한다고 아들은 집해다 받치고, 며느리란 아이는 리모델링이니, 혼수 조금 해와 들어왔는데 얼마 들었냐 한번 물어본 적 없습니다, OOOO만원 들고 왔다고 아들이 말하는데 그 금액에 대해서 실제로 확인해 본 적도 없습니다. 아들이 벌이가 적었지만, 그래도 꾸준히 끈기 있게 하는 걸 알고 있었기에 혹여 부족한 게 있을까 에어컨이며 공기청정기, 그릇, 살림살이도 며느리에게 맡기지 않고 다 해주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며늘 아이는 한번 고맙단 소리 안 했습니다, OO이가 태어나고 자주 가고 싶었는데 아들 녀석이 오면 잔소리한다고, 지 마누라 편을 들어 많이 서운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아내를 많이 좋아해서 그런 거겠지 하고 참았고, 명절이며 아빠 생일에도 와서 밥 한번 먹고 가라는 말이, 내 친아들도 아닌데 며느리에게 오라 가라 시어미짓 한다고 할까 봐 꾹 참고 너희들 오고 싶을 때 오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장모라는 사람이 저희가 재혼 가정인걸 알았고, 아들에게 시어미가 몇 명이어서 시집살이시키는 것 아니냐는 말을 한 것을 알고 있었기에 더 며느리 눈치를 보았습니다 결혼 전부터 가끔 집에 와서 밥도 먹었고 결혼할 때 아들 녀석 도와서 같이 일 할 것처럼 이야기하던 아이였는데 본인이 필요한 거 챙길 때에는 옛날에는 남자가 집해 오고 어쩌고 하고 본인이 불리할 때는 일을 하긴 해야 하는데 하기 싫어요 내뱉는걸 한 대 쥐어박고 싶기도 했었지만 아들의 행복이 더 우선이었기에 참고 또 참았습니다


세상살이를 하면서 안 힘든 사람이 어디겠습니까? 저도 젊은 시절 밖에서 일을 해보았고 엄마로서 집안일을 하며 애들을 키웠지만 내가 힘들다고 아이를 버리고 집을 나가본 일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며늘 아이는 수시로 가출을 하고 꾸준히 일도 하지 못했고, 그렇다고 집안 살림에 능한 아이도 아녔습니다, 며느리가 가출하고 아들 혼자 아이를 키우는걸 장작 8개월의 시간 동안 보고 있지만, 참 대단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일하느라 힘들어도 제시간에 언제나 일어나 아이 유치원에 등원을 시키고, 원에 늦게 남게 될까 봐 직장을 구할 때도 아이의 시간에 맞추기 위해서 노력을 많이 했어요, 그리고 저희들은 잘 모르는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것들을 찾아보며 젊은 아이답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한식조리사 자격증도 땄다는 말에 그래도 네가 네 아빠보다 낫구나란 생각도 했었습니다 그리고 이미 은퇴한 아빠나 제 손을 빌리지 않고 키우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반면에 며늘 아이란 애는 어떤가요? 가출을 해 연락 한번 없이 애 한번 찾지 않고 이혼소송이 채 마무리되지도 않았는데 아이 옆에 있어주려 하지 않는 게 엄마인가요? 놀러 간 SNS를 자랑삼듯이 올리고, 남편을 비하하는 듯한 문구를 적어놓는 게 당연한 건가요?

요즘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아들만 아빠만이 집안의 가장이고 책임을 져야 하는 시대입니까? 가정을 이끌면서 아빠가 집안의 중심이고 기둥이었던 시절은 이제 다 지나갔고 이제는 부부가 동등한 위치에서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며 모든 걸 같이 책임져야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며늘 아이가 아들은 일하고 본인은 공무원 시험 준비한다고 할 때에 공인중개사 시험 보겠다고 공부한다고 했을 때 응원도 해주고 잘되면 좋겠다고 해주었지만, 몇 번의 고배를 마시면서도 미련을 떨치지 못하고, 직장을 다녀도 금방 관두어 버리는 모습을 보면서 저게 노력이라는 건지, 아들에게는 그냥 일 할 애가 아닌가 보다라는 말로 달래 보았지만 아들 입장에선 그게 참 서운했을 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인간 사이에서 해야 할 어느 정도의 도리는 가슴속에 언제나 가지고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남자가 집을 해오는 게, 부모가 한 이혼이 아들의 흠이 되는 게 당연시되지 않아야지요 하지도 않은 시집살이를 핑계로 배우자의 부모를 욕되게 만드는 게 나이 60이 다 된 어른이 해야 할 짓입니까? 그간 자기 딸을 먹여 살린 딸의 남편이 자기 딸에게 같이 벌어서 잘 좀 살아보자고 이야기한 게 그렇게 잘못 한건 가요? 일이라도 같이 해주면서 그런 소리 했었으면 이해라도 했겠습니다. 같이 살아온 기간 동안 며늘 아이 본인이 아들 주었다고 올려놓은 몇 개월의 월급만 이야기하고, 동거도 하지 않고 월세 가져다 받치고 전셋집 구해다 주면서 여자 친구라고 있는 것 자아실현시켜주겠다고 도와준 아들을, 연애할 때부터 지금까지 책임져준 액수를 합하면 그 발끝만치도 못될 그 금액 가지고 자기는 최선을 다했소, 노력했는데 저놈이 문제라고 하는 걸 보면서 어미 된 사람으로서 어찌 참을 수가 있겠습니까? 낳은 정도 있다지만 저는 다 큰 아들 키 운정도 깊고 아이에게 이제라도 좀 힘이 되어주고 싶어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제발 올바른 판결 내려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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