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전 베란다에 있는 온도계가 30도를 갑자기 훌쩍 넘어선다, 어제까지만 해도 바람이 쌀쌀하고 추웠는데? 하늘을 보니 햇볕도 쨍쨍하고 바람도 거의 불지 않는다 더 추워지기 전에 나가 놀라는 하늘의 뜻이라고 생각을 하고 엎드려서 티브이를 보는 딸랑구를 안아 든다
"공주님 우리 바닷가 갈까요?"
"추워요 집에 있을래요."
"아니 이 온도계 봐요 30도가 넘었어요, 날씨도 좋고 우리 갯벌이나 한번 보고 옵시다."
가기 싫다고 징징대는 아이를 화장실로 밀어놓고 입고 갈 옷을 뺀다, 혹시 더우면 벗기기 쉽게 가벼운 옷을 여러 겹 입힌다 바닷 햇살에 살이라도 탈까 봐 아이용 선크림을 가득 발라주고 모자까지 챙겨 바다가로 출발한다, 물때표를 본다 도착해도 한두 시간은 갯벌에서 놀다 올 수 있으리라
따듯한 물을 보온병에 담고, 컵라면 두 개를 챙기고, 음료수와 물을 아이스박스에 담고 트렁크에 실어본다, 과자 몇 개를 집어서 가방에 챙겨놓고 핸드폰 보조배터리도 챙긴다 가서 혹여 사진을 찍다가 배터리가 부족할까 봐 가방 한구석에 잘 챙겨 넣는다
바닷물이 다 빠져서 길이 만들어졌어요
"아이고 오늘은 아빠랑 놀러 가?"
"네 바닷가 가요."
"날씨 좋은데 잘 놀다 오고 더 추워지면 못가."
우연히 마주친 앞집 할머니가 반갑게 인사를 해주신다 고개를 꾸벅하고 아이를 자동차에 태운다 신이 난 아이는 안전벨트를 꼭 매고 자동차에서 아이가 좋아하는 디즈니 랜드 만화들의 OST가 흘러나오면서 바다를 향해 출발을 한다
집에서 바다까지는 한 시간에 조금 못 걸린다, 내가 자주 가는 곳은 물이 깊지도 않은 편이고 사람들이 잘 모르는 곳이라 언제 가도 한산했었는데, 그곳에 무슨 리조트라도 생기려는지 몇 년 전부터 조금씩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근처에는 핑크 뮬리도 예쁘게 피어서 사람들이 사진을 찍으러 오는 명소도 있었다
바다에 도착한다 갯벌이 넓게 펼쳐져 있는데 사람들이 장화를 신고 뻘을 돌아다니며 물웅덩이를 살핀다 낚시를 하시는 분도 보이고, 뭔가를 캐는 분들도 보여서 아이랑 같이 얼른 모자를 눌러쓰고 후다닥 뛰어간다, 펄위에 신기하게도 시멘트로 길이 만들어져 있다 사람들이 많이 와서 그런 건지 섬까지 썰물 때 길을 만들려고 하는 건지 아이와 펄 위에 있는 조개 같은걸 주워본다
아빠! 이거 봐요 조개에요
아마 대부분은 비어있는 것이고 간혹 있는 게 있을 것이다 어차피 가져가서 먹을 것도 아니고 깡통에 조금씩 모아 본다 신발은 펄이 묻어서 더러워 진지 오래지만 아이는 오랜만에 자연 체험에 신이 나고 나도 그 모습을 보면서 사진을 신나게 찍는다
시간은 너무나도 빨리 흘러버린다, 물이 들어올 시간이 되어서 하나 둘 물 밖으로 나오는 모습이 보인다 나도 아이 손을 잡고 천천히 차로 돌아온다 트렁크 문을 열고 거기에 걸터앉아 컵라면에 물을 받아 아이랑 하나씩 나눠 먹는다
"역시 밖에서 먹는 컵라면이 짱이지?"
"으음~ 진짜 맛있어요."
이제는 제법 젓가락질도 잘한다 매울까 봐 옆에 물도 한 컵 따라주고 아이 앞에 서서 햇볕을 가려준다
"아빠 앉지 왜 앞에 서있어요?"
"OO이 햇빛 때문에 눈부실까 봐요."
"괜찮은데 옆에 앉아서 같이 먹어요."
고개를 저으며 아이를 바라본다 아래 이빨이 하나 더 빠져서 너무 안쓰럽다, 어른이가 자라는 속도가 그렇게 빠르지는 않아서 먼저 빠진 앞니도 다 채워지지가 않았다, 아이를 찬찬히 머리부터 발끝까지 꼼꼼히 살펴본다, 사진은 담을 수 없는 아이의 모습이 머릿속에 남는다, 언젠가 나이가 들어 기억이 희미해져 온전히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오늘 이 날은 추억으로 영원히 남아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