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대디로 산다는 것(83)

연휴 독감 주사와 물난리

by 시우

칼럼, 기고 요청이 들어왔어요, 다양한 경험이 되리라 생각하고 도전해 보려고 합니다, 실수로 저에게 권유를 하신 건지, 아니면 진짜로 바라셔서 요청을 하신 건지 아직도 어안이 벙벙하기도 하고 거짓말인가 해서, 재단 홈페이지에도 들어가 봤는데 진짜더라고요? 문의 사항을 몇 개 메일로 보내드렸는데 답이 없으셔서, 아직도 긴가 민가 하고 있습니다. 제 글을 봐주시는 구독자 분들에게도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좋은 글 쓸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 혹시 기고, 칼럼이 취소가 되면 준비했던 것들을 여기에 올리도록 할게요 그리고 칼럼이 기재가 된다면 칼럼 주소를 브런치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아이에게 줄 김밥을 싸 보려고 토요일 일요일에 연습을 좀 했는데, 공주님이 너무 크다고 불평을 하셔서 연습을 더 해야지 싶다, 한식 조리사 자격증이 부끄럽지 않게 레시피도 인터넷으로 찾아보며 하겠다고 나 자신에게 다짐한다 지난주부터 월요일 연휴가 하루씩 더 있어서 밀린 집안일을 하느라 고생을 좀 했다, 주말에 밖을 좀 나가려고 했는데 아이 독감주사도 맞히고(10/5일부터 만 14세 미만 어린이들은 독감 예방접종이 무료이다) 나도 맞으려고 했다가, 가격이 너무 비싸서 건강관리협회나, 산업보건협회같이 비용이 좀 저렴한 곳을 알아보고 가기로 했다(글을 쓰는 이 시점에는 이미 맞고 왔고, 동네 병원보다 가격이 1만 원 정도 저렴하니, 맞아야 하는 어른들은 얼른 가서 맞도록 하자, 코로나 재유행도 예견되어있고 날씨가 오락가락하는 것이 힘든 겨울이 될 거 같다)


"왜 아빠는 주사 안 맞아요?"


"아니... 아빠도 맞을 거예요."


"OO이랑 같이 맞기로 했잖아요."


"가격이 좀 비싸서요, 아빠도 다른 데서 맞고 와서 주사 맞은 자국 보여줄게요."


주사를 맞기 싫어 눈물을 그렁그렁 보이는 아이의 입에 땅콩빵 몇 개를 넣어주고 달래서 주사를 맞힌다,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는 나도 직원 복지 형태로 주사를 맞혀줬었는데, 여기는 그런 게 없다, 혹여나 서로 감기에 걸리면 옮겨서 같이 아플까 봐 이번에는 따로 돈을 내고 맞으려고 했다, 주사를 맞히고 부작용이 나타날까 봐 병원에 10여분을 앉아있다가 아이를 업고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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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지역 행사에 놀러 가서


이제는 제법 무거워져서, 어느새 이렇게 컸나 싶다 더 크면 이젠 업어준다고 해도 달라붙지 않을 텐데 지금이라도 많이 업어주고 안아주고 해야겠다


월요일 쉬는 날에는, 간이 욕조를 드디어 부숴주셨다, 혼자 씻는 연습 하느라 들어가 있던 화장실에서 간이 욕조에 물을 끝까지 채우시는 바람에 폴대가 부러지고 천이 찢어지며 닫혀있던 욕실 밖으로 물이 넘쳐흐르며 집안에 홍수를 불러일으켰다, 내가 나가기 전에 '공주님 물 너무 많이 받으면 욕조 고장 나요 물 그만 받아요. 물 넘치면 미끄러져서 다칠 수도 있어요.'라고 까지 했었는데 말을 안 들어서 생긴 일에 혼날까 봐 눈물을 글썽여 차마 혼내지 못하고 '다음번에는 아빠가 했던 말 잘 기억해요. 아빠가 물을 너무 많이 넣으면 욕조가 고장 날 거라고 나가기 전에 분명히 말했죠? 다음번에는 이러면 안돼요? 안 다쳤어요?'라고 좋게 이야기를 하고 얼른 홍수가 된 방바닥을 닦기 시작했다


옳지 않은 것에 대한 훈육이 필요한데 이걸 과연 옳지 않은 거라고 봐야 할지? 나는 생각이 너무 많은 것 같다, 아이니까 이 정도는 하기 힘들겠지 와, 아니 이 정도는 이제 할 줄 알아야 하지 않나? 가 언제나 맞붙고 있다 아이가 알아들을 수 있을 때까지 반복하는 게 좋은 교육이라고 하는데, 매번 좋게 말하지 못하는 내가 아빠로서 자질이 부족한가 싶을 때가 종종 있다


"공주님! 이거 왜 그랬어요, 이거 전에도 이야기했는데 이렇게 하면 어떻게 된다고 했었죠? 왜 하면 안 된다고 했었죠?"


"다친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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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동물원에서 찍은사진 올해도 가서 단풍구경이라도 해야 할텐데


가끔 이렇게 대답하는 걸 보면 알고 있음에도 한다는 이야기 인대 호기심이 행동을 유발하는 것에 대해서 너무 억제하지 않는 게 좋은 걸지 아닐지를 정확히 판단을 못하겠다, 당장 나만 해도 뭔가를 해보는 경험이 인생에서 경험치가 많이 쌓이지, 누군가에게 듣기만 해서는 정확히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다치지 않고 경험을 하면 좋겠지만, 인생살이에서 몸인 든 마음이든 다치지 않는 경험이 많지 않다는걸 알고, 경험 없이 얻는 삶의 지혜는 오래가지 못하는 것 같긴 하더라


어느 정도 밸런스가 맞게 아이를 키우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아이에 대해서 알려고 할수록 내 부족함만 느껴지는 것 같다


아이 머리를 잘 말려주고 오랜만에 거실에 이불을 깔고 같이 누워 티브이를 본다, 어린이용 샴푸 냄새가 살살 올라온다 몸에선 꼬들꼬들 아이 몸에서만 나는 냄새가 왜 이렇게 좋은지 품에 안고 오늘 하는 드라마를 한편 보면서 이것저것 물어본다


"OO 이는 유치원 잘 다니고 있어요? 태권도도 먼저 다녔는데 잘해요?"


"네 그런데 저도 잘해요."


"이제 3주밖에 안되었는데 벌써 잘해요?"


"네!"


"공주님 대단 하네, 내일부터 또 4일 유치원 가야 해요 힘내서 잘 다녀올 수 있죠? 아빠도 회사 열심히 다녀올게요 또 토요일 일요일 되면 같이 쉬어요."


"파이팅!"


"네 파이팅!"


밤은 깊어간다, 어느 순간 품에서 벗어나 자기 베개를 베고 자는 아이 몸 위에 이불을 한 겹 덮어준다 자다가 또 더우면 발로 차리라 싶어 얼른 조용히 일어나 보일러 온도를 살짝 올려둔다, 베란다 쪽에서 가을바람 소리가 희미하게 들린다 남자는 가을을 탄다더니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다른 사람들도 이럴까 싶다 열심히 살아온 거 같긴 한대 돌아서서 보면 남아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것 같은 마음이 요즘 부쩍 든다 살면서 뒤돌아보고 살기 싫어서 열심히 살았는데 별수 없이 돌아봐야 할 때가 와 돌아보니 정작 내 몸도 마음도 여유가 없이 살았다는 걸 깨달아 버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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