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일은 10월 XX일이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많다는 크리스마스 베이비중 한 명이 바로 나다 생일은 어렸을 적에는 할머니가 잘 챙겨주셨었고, 커가면서는 생일파티나, 친구들과 같이 하는 것들에 대해서 많이 집착하지는 않는 편이었다
유치원에서 알려주신 거겠지?
하지만 요번 생일은 조금 달랐다, 아이와 단둘이 보내는 생일이기도 했고 평생 내 생일에는 빵집에서 파는 5천 원짜리 조그만 케이크에 초를 올리고 노래만 불렀던 생일이었지만 아이가 처음으로 편지도 써주었고 나를 위해서 카페에서 파는 비싼 초콜릿 케이크도 하나 샀기 때문이었다 사실 주문을 해두고 혹시나 오늘 못 받으면 패스하려고 했었는데 (실제로 전에도 몇 번 먹고 싶어서 구매를 하려고 했었는데, 번번이 사전에 예약을 안 해서 당일에 못 먹는 사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운이 좋아서였는지 매장에 재고가 있어준 덕에 바로 구입을 할 수가 있었다
나이 40이 먹도록 나는 아직도 초콜릿이 좋다, 얼마 전에 30대 40대 청년들의 당뇨이야기가 티브이를 강타했었다 보면서 흠칫하긴 했지만 그 달콤한 유혹을 어찌 벗어날 수 있을까? 매년 하는 건강검진에서 혈당치는 정상과 비정상 사이에 언제나 걸쳐져 있다 한 4~5년 전만 해도 건강검진에서 노랑 불이 들어와 본 적이 없었는데 요즘은 죄다 노랑 불이다 그럼에도 나에게 초코는 어쩌면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안정제 일지도 모르겠다
모 카페 케이크 진짜 좋아하는데 너무 비싸서 매번 참았던...
밥을 먹고 얼추 정리를 하고 케이크를 상위에 얹어 놓는다, 아이가 어디서 또 찾아서 가져왔는지 마이크를 들고 노래를 부를 준비를 한다 그 모습이 웃겨서 사진을 찍는다 초를 4개를 하기에는 아직이니 3개만 꽂고 불을 붙인다 불을 꺼야 한다고 공주님이 거실 불을 끄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조용한 거실에 아이의 노랫소리만 가득 퍼지기 시작한다, 박자도 음정도 엉망이지만 장난기 어린 그 표정에서 아빠에 대한 사랑이 듬뿍 느껴진다, 아니? 초콜릿 케이크에 대한 애정인가?
박수!!!
노래가 끝나고 본인이 케이크 앞으로 간다
"후우."
"아.. 아니 아빠 생일인데 왜 공주가 불을 꺼요??"
"불이 너무 끄고 싶었어요. ㅎㅎ"
소원을 빌 틈도 없이 초를 냉큼 불어 꺼버리는 걸 보고 어이가 없지만 저 환한 미소를 어찌 이길 수 있을까? 한 번 더 초에 불을 붙이고 노래를 한 번 더 부르고 나서야 공식 행사가 끝이 난다. 케이크를 썰어서 아이에게 한 접시 나도 한 접시를 둔다 내일 아침에는 밥 말고 케이크를 먹고 출근을 해야겠다 싶다, 너무 비싼 케이크를 산건 아닌가 싶지만 뭐 어떠냐 일 년에 한 번인데
누구 생일이지?
아이는 우유를 나는 커피를 한잔 타서 거실에 둘러앉아 티브이를 보면서 먹는다 요즘 보고 있는 천 원짜리 변호사 드라마가 재방을 계속하고 있다 오프닝이 애니메이션이고, 권선징악이 주된 내용이어서 그런지 아이도 잘 본다 (보면 안 되나?)
"공주님도 커서 변호사 될 거예요?"
"변호사 어떻게 되는데요?"
"자 따라 해 봐요. 이의 있습니다!"
"이이 있습니다?"
한번 더를 외치자 큰소리로 이야기를 한다 목소리가 윗집까지 다 들릴 정도로, 귀를 막자 아이가 또 킥킥하고 웃는다 아이를 안아본다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이의 있습니다.'를 반복한다
"변호사 되려면 공부 많이 해야 할 텐데? 그냥 공주님 하고 싶은 거 해요 아빠 눈치 보지 말고요."
"하고 싶은 게 뭔데요?"
"그냥 모든 것, 공부든 노는 것이든 네가 할 수 있는 모든 것."
아직은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 하겠지만 언젠가는 이해를 하겠지? 아이와 초코 딸기 케이크 한 조각씩을 나눠먹는다 초코의 달콤함과, 딸기의 새콤함이 입안 가득 퍼진다 인생의 맛도 이 초콜릿 케이크처럼 달달하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