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대디로 산다는 것(89)

태권도 승단 시험을 봤어요

by 시우

벌써 공주님이 태권도를 다닌 지 한 달이 넘었다,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 관장님께도 두 번 정도 연락이 와서 적응도 잘하고 운동신경도 좋다고 칭찬을 많이 하신다, 유치원에 다니면서 매일 늦게 집에 들어와서 에너지도 다 못쓰고, 하고 싶은 것도 잘 못하는 것 같아서 걱정이었는데 태권도에 다닌후로는 동생이나, 언니 오빠들과도 잘 지내는 것 같다.


한편으론 걱정을 되게 많이 했었다, 외동으로 살면 이기적인 것도 있고 다른 사람들이랑 어울리는 것도 힘들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퇴근하고 아이를 데리러 가서 가만히 보고 있으면 두루 잘 어울려 놀고 있는 것 같긴 해서 참 대견하다 싶다


얼마 전에 승단 시험 알림이 와서 서류를 작성해서 제출을 했고 시험을 잘 봤는지 노란띠를 받아왔다 나도 어렸을 적에 합기도를 배웠던 사람으로 성취감이 아이에게 얼마나 좋은 영향을 끼칠지 기대가 크다, 아이보다 많은 경험을 해본 나도 여전히 배우고 무엇인가 얻는 것에 대해서 긍정적이다 재미가 있다, 물론 아이만큼 시간적인 여유가 없기 때문에 뭔가를 할 때에도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지만, 아이는 다르다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일단은 다 해보게 하고 싶다


운동도 열심히 잘하는 우리 딸


노란색 띠에 이름이 곱게 수놓아져 있고 아이는 그 뒤로 발차기 연습도 잘하고, 심지어 상식에 대한 퀴즈도 매일 푼다, 운동이 끝나고 부관장님이 그날그날 간단한 상식 퀴즈나 영어단어도 알려주시는 것을 봤다, 집에 와서 나에게도 종종 이 단어 아는지를 물어보고 노트에 배운 단어를 적어서 나에게 알려주기도 한다


"아빠 사과가 영어로 뭔 줄 알아요?"


"아니요? 영어로 뭐예요? 알려주세요."


"아이 그것도 몰라요, 애뽈."


발음도 원어민 뺨칠 정도이다. 귀여움이 하늘을 찌를 듯하지만 언제나 모르는 척 알려달라고 하면서 아이랑 대화를 이어 나간다


밥을 먹고 간단하게 음료를 만들어준다, 대학 졸업하고 카페에서 아르바이트했었을 때 배운 레시피인데, 냉동 블루베리 큰 스푼으로 3스푼~4스푼, 우유 약 150~200ml, 원래대로라면 블루베리 시럽을 20미리정도 넣고 갈아주면 달달한 블루베리 주스가 만들어진다, 우유 대신 얼음을 추가하면 블루베리 스무디가 되고, 블루베리 시럽이 따로 없어서 나는 꿀을 좀 넣어서 만들어 준다


같이 음료를 나눠 마시며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책을 한 권 읽는다, 맨날 읽어도 질리지 않는지 라푼젤 아니면 백설공주 얼마나 많이 읽었는지 책이 떨어지기 일보직전이다


첫 임시 양육비가 들어왔다, 덕분에 아이 겨울 준비하려고 도톰한 패딩 하나를 사줬다, 앞뒤로 뒤집어 입힐 수도 있고, 사이즈도 넉넉한 편이라 잘하면 내년까진 입힐 수 있을 것 같다, 아이도 좋아해서 다행이다 싶다 가격이 좀 비싸서, 내 것도 하나 사려고 요리조리 둘러보다가 같이 사기에는 부담이 너무 커서 내건 그냥 내려놓는다 다음 달에나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겠다 나야 회사에서 주로 입는 옷이 따로 있다 보니 옷이 그렇게 많이 필요하지는 않아서 막 지르지 않기로 한다 언제 어디서 또 돈 써야 할 일이 튀어나올지 모르니... 내 안에서 꿈틀대는 지름신을 진정시켜본다


아니.. 어른 옷 반토막 사이즈인데 가격은 어른 것 뺨치게 비싼 거지?


어떻게든 안정적으로 보내려고 노력해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름 조용히 삶이 굴러간다 별다른 일 없이 마음이 크게 흔들리지 않게 어떻게든 해보려고 노력한다, 준비 제출된 서면에 아내의 SNS 주소와 사진들이 올라가서 인지 요즘은 사진을 올리지 않고 본인 얼굴이 나왔던 사진들은 삭제를 했더라 종종 엄마가 올린 사진을 보고 싶어 했던 공주님 에게는 좀 아쉬운 소식이 되어버렸지만 본인이 주장했던 것들 때문에 오히려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는 걸 알았는지 더 이상의 활동은 중단이 되었다


양육비를 입금해주면서 어떤 표정이었을지가 궁금했다, 아직은 남편인 내 통장으로 보내야 해서 열이 받았을지 아니면 공주가 잘 크기를 바라면서 기도를 했을지, 아니면 장모와 화를 내면서 '저 자식에게 돈 보내줘야 해?'라고 했을지


피식 웃음이 났다, 이 와중에 아내의 표정이 궁금하다니 이제 다시 돌릴 수 있는 사이도 아닌 것 같은데 아이와의 인연이야 평생 남아있겠지만, 나와의 인연은 여기서 가 끝일 테니까 말이다 전에 변호사 사무실 실장님이 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이혼을 하더라도 상대가 다른 여자나, 남자를 만나면 질투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그만큼 정리가 안되고 이혼하는 사람들도 많다는 말이라고 하시더라 나는 그런 건 아닌데 그간 살아온 삶이 있으니 궁금한 느낌이 더 큰 것 같다 원래는 어떻게 되었어도 하지 않았을 아내의 행동에 대한 궁금증 같은 것 말이다


우리는 선택을 하면서 살아오고 있다, 그동안은 우리가 가족으로서 대화하고 한 선택들이었다면, 아내에게 이번 선택들은 성인으로서 온전히 본인이 책임져야 할 선택이 되었으리라 함무라비의 법전에 나와있는 말처럼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생각으로 살아왔었다 피해자가 가해자를 용서해야 할 게 아니라 가해자도 피해자만큼의 고통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고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다, (용서가 최고의 복수라니? 나는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내가 잘못한 게 있다면 내가 거기에 대한 책임을 지듯 아내도 그간의 선택들에 대한 책임을 지고 서로 가지고 있던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고 모든 게 정리가 다 된 후에는 조금은 홀가분해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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