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스스로를 인정하는 마음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용접사로 일하던 어느 날, 사회불안장애로 고통받는 청년들의 모임에 특별회원으로 초청받아 강연을 갔다. 강연이 끝난 후 술자리에서 두 살 많은 형이 나에게 말했다.
“남호야, 내가 볼 때 네게는 한 가지 단점이 있어. 그건 바로 네 자신에게 감동하지 못한다는 거야.”
“감동…이요?”
“그래. 네가 타인의 평가를 너무 의식하는 것 같아. 물론 남의 평가도 중요하지만, 우선 스스로를 인정하는 마음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너는 사회불안장애를 극복해서 이미 이 모임에서는 신화적인 인물로 평가받고 있어.
이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야.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그 고통을 이해하기란 불가능하지. 그런데 너는 그 어려움을 극복하고 자기계발을 위해 많은 독서와 체험을 해왔잖아. 그래서 강의 능력도 뛰어난 거야. 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스스로에게 감동할 때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열정이 부족해 보일 때가 있어.”
형에게 이런 조언을 받았을 때, 나는 처음에는 당황과 혼란을 느꼈다. 나의 노력이 단순히 외부의 평가를 의식한 것이었나 싶어 마음이 복잡해졌다. 동시에, 형의 말이 진심에서 우러나온 것이라는 것을 이해하면서도, 감동이 결여된 자신을 발견한 것에 대해 자괴감이 들었다.
스스로가 생각해 온 자신감과 자부심이 허상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졌고, 감동과 열정의 결핍에 대한 의문이 마음속에서 불안하게 떠올랐다. 결국, 형의 조언이 나의 내면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어 진정한 강점과 약점을 직시하게 만들었다.
고심의 몇 달이 지난 후, 나는 용역사 일을 과감히 그만두고 신생 대형 스피치 학원에 전화를 걸어 채용에 대해 문의를 했다.
“저는 이남호라고 합니다. 스피치 강사를 구하시죠? 제가 도움을 드릴 수 있습니다. 저는 사회불안장애를 극복했기 때문에 발표 불안증과 사회불안장애가 심한 사람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당시 이 학원은 막 오픈을 해서 많은 강사를 필요로 했다. 전화를 끊고 2시간 정도 흐르자, 정말 연락이 와서 미팅 날짜를 잡았다.
당일이 되었다. 그날 아침, 나는 긴장과 기대가 교차하는 복잡한 심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몇 달 간의 준비와 고민이 결실을 맺을 순간이었기에 마음이 몹시 설렜다. 동시에, 새로운 도전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불안감도 컸다. 이 학원에서의 기회가 나에게 맞는 것인지, 내가 잘 준비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마음을 가다듬고 결심을 굳혔다. 이사장과의 면담과 시범 강의는 내게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 순간을 잘 준비하고 최선을 다하기로 마음먹었다.
이사장과의 면담 후 30분 동안 시범 강의를 진행하며, 그동안의 준비와 노력을 최대한 보여주기로 했다. 이 순간이 나의 경로를 결정짓는 중요한 시점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나는 모든 집중력을 발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