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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물 Mar 09. 2024

넌 좋은 사람인데 왜 그렇게 행동해?

좋은 사람이 나쁜 행동을 하는 이유






할머니의 장례식장에서 보험금을 놓고 싸우던 가족들의 모습을 기억한다. 그리고 할머니의 발인 때에 세상이 무너진 듯 목 놓아 우는 가족들의 모습도 기억한다. 모두가 한 치의 거짓 없는 진실이었다. 보험금을 가지고 싶은 마음과 할머니를 애도하는 마음 둘 다. 그땐 어려서 그 간극이 어려웠다. 일관성 없어 보이는 행동이 한 사람에게서 나온다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그런데 살다 보니 그게 아니었다. 그런 상황은 꽤나 흔히 볼 수 있었다.  저 멀리 뛰어오는 사람을 위해 엘리베이터 열림버튼을 누르는 다정함은 그 사람의 성격이 아니라 그날의 기분과 변덕에 달려있었다. 항상 다정했던 사람도 모든 게 엉망인 하루를 보내고 나면 편의점 알바에 작은 실수에도 송곳처럼 날카롭게 반응할 수도 있다. 항상 심술맞고 깐깐하던 사람도 선선하고 맑은 날씨에 기분이 좋아져서 주변사람의 치명적 실수를 온화하게 넘길 수도 있다.  그러니까 결국 한 사람을 하나의 단어로 고정하려고 한다면 그 시도는 언제나 실패할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서로에게 일관된 모습을 기대하지만 그런 사람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은 단면이 아니다. 심지어 양면적이지도 않다. 비유한다면, 사람은 프리즘에 가깝다. 보는 각도나 방향에 따라 제약 없이 빛을 내는 그 프리즘말이다. 사람도 개인의 성향과 나이, 그때의 상황과, 그날의 기분과, 마주한 상대에 따라 조금씩 모양이 바뀐다. 심지어 동일한 모습을 보이더라도 상대에 따라 해석이 달라진다. 그러니 일관된 사람은 우리 상상이 빚어낸 가상의 인물이다. 





우리가 이렇게 가상의 일면적 인물을 만들어내는 이유는 우리의 성향이 그렇기 때문이다. 우린 고정되고 예측 가능하며 규칙적인 걸 좋아한다. 심지어 무작위를 받아들이지 못해서 무작위적 사건 사이에서도 규칙이 있다고 착각한다. 도박사의 오류가 그 예 중 하나이다. 즉, 우린 변덕이라는 태생적 특징과 일관성을 선호하는 성향 사이 불일치 사이에서 혼란을 겪는다. 사람에 의한 기대와 실망은 상대방에서 나온 게 아니라 이 불일치 속에서 나오게 된다. 그러니 좋은 사람이 왜 나쁜 행동을 하는지, 나쁜 사람이 왜 좋은 행동을 하는지, 의뭉스레 생각할 필요가 없다. 제 멋대로 건 기대이니 그때가 언제든 실망으로 전복되는 건 당연하다. 





어렸던 때엔 몰라서 혼란스러웠다. 내게 좋은 어른이라 생각했던 친척들이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이는 게. 내게 좋은 사람이었던 이들이 다른 사람들에겐 나쁜 사람이라 손가락질받는 이유가. 결국 사람이라서 그랬던 거였다. 그래서 나는 때로 불안하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내가 의도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실망감을 주는 행동을 하게 될까 봐. 멋대로 기대하고 실망하는 게 사람이라면,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만큼은 최대한 일관된 행동을 보여주고 싶다. 멋대로 한 기대가 실망으로 깨지는 일이 없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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