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구현이라기보단 마녀사냥놀이
최근 한 아이돌 그룹의 실력이 화제가 되고 있다. 좋은 쪽이 아니라 나쁜 쪽으로. 사람들은 그 그룹이 코첼라에 선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우려를 표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 우려가 현실이 돼버린 것이다. 그래서 현재, 사람들은 그들의 퍼포먼스 중 가장 형편없는 부분들만 모아 편집해 놓은 영상들을 보면서 한 마음 한 뜻으로 비난하고 있다. 아마 이런 현상은 한동안 계속될 것 같다. 한 번 불이 지펴지면 아무 문제없었던 과거 그들의 행동과 발언이 모두 재점화되어 비난의 땔감으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비교적 최근 있었던 한 연예인의 환승논란 역시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 흔치 않은 이슈가 발생하자 사람들은 또 해당 연예인의 과거 온갖 행적을 다 끄집어내서 언급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팬 사랑의 증거라고 여겨졌던 영상은 싹수없는 성격을 보여주는 영상이 되고, 개념 있는 행동이었던 것들은 개념 있는 척하는 행동이 되었다. 사람들이 브레이크가 고장 난 8톤 트럭처럼 멈추지 않으니, 인터넷은 순식간에 온갖 추측과 가설로 넘쳐났다. 물론, 해당 연예인의 외모에 대한 조롱도 빠지지 않았다.
사람들은 하나의 이슈에서 뜯어먹을 거리가 떨어지면 또 다른 이슈를 찾아 떠난다. 마치 뭔가 물어뜯을 빌미를 찾아 돌아다니는 피라니아 떼처럼. 항상 트집 잡을 껀덕지를 찾아다니다가 누군가 미끼 하나 물기만 하면 이때다 하고 달려드는 것 같다. 그렇게 한 번 잡은 상대는 만족할 때까지 놔주지 않는다. 그때까지, 그들은 잡은 상대의 과거 행동과 말 하나하나 도마 위에 올리고선 갖은양념을 쳐댄다. 그래서 문제가 없던 것도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고, 의미가 없던 것도 불순한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그게 자업자득이라고 말한다. 실력이 없는데 가수로 성공한 사람들, 외모가 안되는데 배우로 성공한 사람들을 향한 정의 구현이라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러기엔 비난하는 그들의 모습이 너무 신나 보인다. 그래서 나는 이건 놀이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아주 잔인하면서 무책임한, 산발적이면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지는, 현대인의 마녀사냥놀이라고.
"가진 무기가 공포밖에 없다" - 듄 2 中
무기란, '일을 하거나 이루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나 도구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란 뜻을 가진다. 따라서 무기는 총이나 칼 같은 물질적인 것뿐만 아니라 공포, 신념, 정의, 도덕, 가치 같은 비물질적인 것도 포함될 수 있다. 오늘날 마녀사냥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무기도 비물질적인 것들이다. 이들은 정의와 가치를 표방하는 무기를 휘두르며 사람들을 공격하는 데서 즐거움과 거짓된 우월감을 얻는다. 이런 걸 무기로 쓰는 사람들을 한심해해야 하는 걸까, 아니면 이런 것밖에 무기로 쓸 수 없는 사람들을 불쌍해해야 하는 걸까? 어
커뮤니티에선 이게 정상인가요? 나만 화나는 건가요? 나만 불편한 건가요? 라면서 화를 내는 일에 동참해 주길 바라는 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심지어 사람들의 분노를 의도한 주작글까지도 종종 보인다. 그러다 연예인의 논란이 새롭게 터지면 사람들은 그곳으로 빠르게 달려가서 비난에 동참한다. 그렇게 달려가 비난하는 그들의 모습은 어쩐지 신이 나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