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렸다
너는 가만히 창을 열고 나가
천천히 자리에 눕고 있는
산을 향한다
무거워진 등마루 아래
순백의 주단의 깔리고
걸음걸음
맨발에 닿는 서늘한 선명함에
주저할 사이도 없이
너의 고백은
고목(古木) 사이 흩날리는
눈에 섞인다
저만치
자리에 누운 산의 발끝에
너를 품은 눈무덤 쌓인다
언젠가 봄이 오면
꽃이 되어 피어나리라
내가 되어 흘러오리라
그날처럼
오늘도 눈이 내렸다
쓸쓸히 눕고 있는 산을 덮는다
나는 봄을 기다릴 수 없어
눈 나리는 산으로 나아가
너를 마중한다
너의 순결한 고백이
하얗게 쌓이고 쌓여
저만치서
깊은 무덤이 되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