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한 꿈
여느 때와 같이 카톡을 주고받던 어느 날
화면 상단에 브런치스토리 팝업 전시, 작가의 여정이라는 배너가 눈에 들어왔다.
호기심에 클릭한 나는 꽤나 흥미로운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작가의 여정. 즉 작가가 되는 과정, 글을 쓰는 과정에 대한 전시를 성수에서 한다는 것이었다. 비용 또한 무료였다.
고민할 필요도 없이 문을 여는 10월 3일에 예약을 했다.
10월 3일 오후 7시경 팝업 스토어에 도착했다.
지도상으로 위치를 확인한 나는 입구의 여부를 확인하기도 전에 눈에 들어온 문으로 다짜고짜 들어갔다
덕분에 입구가 아닌 출구로 들어갔고 앞쪽에 있는 문으로 와주시면 된다는 안내를 받고 머쓱해하며 인사를 드린 뒤 출구로 들어온 나는 다시 출구로 나갔다.
통유리로 된 전시회 안에는 탁자에 앉은 채 글을 쓰는 사람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에는 올바른 입구에 도착했다. 입구에서 예약 여부를 확인한 뒤 나는 전시회로 들어갈 수 있었다.
처음 들어갔을 때 받은 질문은 “혹시 브런치 작가이신가요?”였다. 당시 나는 브런치 작가가 아니었기에 작가는 아니고 브런치스토리 계정만 있다고 말씀을 드렸다. 내게 책자를 건네시며 추가로 말씀하시길 작가가 아닌 사람은 이곳에서 인턴 작가로서 활동할 기회를 드리고 이후 10월 27일까지 3개의 글을 공개적으로 발행하면 정식 작가로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린다는 말씀을 덧붙이셨다.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2년 전 그리고 최근까지 작가 심사에 통과하지 못한 나에게 작가로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건 너무나도 좋은 기회였다.
그리고 나를 놀라게 한 다른 한 가지. 전시회장에서 흘러나오는 피아노 선율. 그 곡은 류이치 사카모토의 Aqua였다. 평상시 류이치 사카모토의 곡을 자주 듣고 연주에 있어서도 류이치 사카모토의 곡만큼은 자신 있었던 나에게 전시회장에서 흘러나온 Aqua가 너무나 반가웠으며 마치 전시회장이 어서 오라며 나를 환영하는 느낌을 받았다.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눈길과 발길이 가는 곳으로 내 몸을 맡겼다. 내 발길이 멈춘 공간은 많은 작가님들께서 실제로 글을 작성할 때 썼던 도구들과 전시회를 찾은 사람들이 글을 쓸 수 있게 도와줄 몇 가지 질문들이 적힌 작은 종이들이 진열된 곳이었다.
나는 질문이 적힌 작은 종이들을 주섬주섬 챙긴 뒤 옆 칸으로 넘어갔다. 그곳에는 통유리 너머로 보였던 탁자가 있었고 사람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적어내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30일간의 글감이라는, 30개의 서로 다른 단어가 자리하고 있었다. 커다란 판에 달력 형식을 띤 채 각각의 칸에는 단어가 나열돼 있고 단어 밑에는 글쓰기에 도움을 줄 간단한 문장이 적혀있고 그러한 칸이 총 30개가 있었다.
나는 30개의 단어 중 ‘미래’를 골랐다. 매일매일 꿈을 꾸는 나에게 ‘미래’는 떼어낼 수 없는 단어이자 나의 일상이었기 때문이다.
‘미래’가 적힌 종이와 앞서 가져온 작가님들이 던져준 질문이 적힌 종이, 맨 처음 받은 워크북을 탁자에 놓고 앉았다.
다양한 필기구들. 적기에 적합해 보이는 건 연필과 볼펜이었다.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연필을 이곳이 아니라면 사용하지 않을 것 같은 기분에 잘 다듬어진 연필 한 자루를 쥐었다.
무엇을 적을까
주섬주섬 가져온 질문 종이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하나하나 깊게 생각하며 적기에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것 같았다. 고민 끝에 직전에 가져온 ‘미래’에 관해 적기로 했다
미래와 함께 곁들여진 문장은 이러했다
‘내가 소망하는 미래의 모습에 대해 써보세요.’
소망하는 미래? 미래의 거리는 어디까지일까, 내일도 미래일까
나는 떠오르는 생각들을 적었다.
Day 28 미래
‘내가 소망하는 미래의 모습에 대해 써보세요.’
어쩌면 미래가 아닌 꾸준히 원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나의 공간, 내 가족, 친구들. 나는 그들과 함께하며 오늘을, 내일을, 미래의 시간을 채우고자 하는 바람이다.
때로는 함께가 아닌 그들과 거리를 둔 채 돌연 사라지곤 하지만 내 지인들은 알 것이다. 익숙하고 가끔씩 발생하는 이벤트라며 나를 믿어줄 것이다. 아무렇지 않게 돌아와 다시 그들과 함께할 것이다.
순환이자, 바람이자, 영원히 타야 하는 나만의 롤러코스터.
책 표지도 적어볼까
꿈속의 여정
꿈속으로의 여정
꿈속으로의 여정이 조금 더 낫겠다.
‘브런치북 소개 작성하기’
‘앞장에 적은 키워드를 참고해 나만의 브런치북을 소개해보세요. 독자에게 어떤 경험을 나눠줄 수 있을지 상상하며 적어보세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지금 쓴 문장들이 나중을 위한 초안이 될 거예요.’
꿈꾸는 상상과 마주하는 현실의 공존. 충돌이라는 표현이 더욱 적합할까요. 기대가 크면 실망 또한 크다고 하지만 어째서인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상상하고 기대를 합니다. 덕분에 상상한 모든 것을 이룬 것은 아니지만 몇 가지는 직접 현실에서 마주하곤 했습니다. 꿈을 갖고 꿈을 향해 나아간다는 것만큼 ‘낭만'이라는 표현과 적합한 것은 없다고 느낍니다.
꿈을 가진 사람의 여정.
꿈을 꾸는 사람의 이야기.
어쩌면 저만이 아닌 모두가 마음 한편에 꿈을 간직하고 있지 않을까요. 저의 꿈을 그리고 여러분의 꿈을 마주하고 싶습니다.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흘렀다.
8시에 근접한 시간. 작성한 워크북을 갖고 처음 잘못 들어갔던 곳에 다시 도착했다. 앞서 나를 정문으로 들어오시라며 안내해 주셨던 분이 기다리고 있었다며 장난 섞인 말씀을 건네주셨다. 나도 웃으며 대답드렸고 적은 글을 보여드렸다. 내 글씨체를 좋아해 주셨다. 감사하게도.
간단한 이야기를 나누고 사진을 찍으러 구석으로 향했다. 놓인 아이패드로 셀프로 촬영하면 찍힌 사진을 작가 카드에 넣어주시나 보다. 어찌나 표정이 어색하던지 멋쩍은 웃음도 아니고 억지웃음에 더욱 가까울까. 이것마저도 하나의 추억이 될 것이란 생각에 즐거웠다.
나는 또 하나의 작은 꿈을 이뤘다.
작가로서의 첫걸음을 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