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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경논총 Feb 08. 2024

[경제] 시장의 필요악, 공매도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수습부원 김수연

[들어가며]

지난 11월 5일 금융위원회가 내년 6월까지 공매도를 한시적으로 전면 금지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3일까지만 해도 금융위원회는 공매도 전면 금지 추진은 확정된 바 없다고 발표하였지만 며칠 만에 입장을 뒤바꾸어 현재까지 불법이 보편화된 공매도 시장을 바로잡겠다는 뜻을 비쳤다. 개인과 기관·외국인 간에 상이한 담보 비율 등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인해 투자자의 결정이 왜곡되는 측면이 커 개인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라도 공매도 전면 금지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입장이다. 갑작스럽게 발표된 공매도 금지로 인해 외국인 자금 유출과 거래 위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일각에서는 이번 대책이 다가오는 내년 4월 총선을 겨냥한 포퓰리즘적 결정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기도 하였다. 금융당국이 내년 6월 말 귀추를 살펴보고 공매도 재개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상황에서 이번 공매도 규제 조치의 올바른 방향성을 논하기 위해서는 무조건적 금지보다도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의 개선이 필요한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올바른 공매도의 제도적 보완책을 논하기 앞서 공매도의 방식과 유형 및 기능, 이전 규제의 연혁에 대해 먼저 살펴보자. 


1. 공매도의 방식 및 유형 소개

[그림 1] 공매도 거래 방식

 공매도란 보유하고 있지 않은 자신을 매도하는 거래를 의미한다. 향후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증권사로부터 주식을 빌려서 매도한 뒤 실제 주가가 하락하면 같은 종목 주식을 하락한 가격으로 되사 차익을 남기는 투자기법이다. 주식 외에도 채권, 외환, 파생상품 등 자산거래가 이루어지는 모든 시장에서 가능한 기법이기는 하나 주식시장의 경우 체결일과 거래일 사이의 간격으로 인해 반드시 체결일에 실물 주식을 보유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통상 공매도는 주식에 대한 공매도를 지칭한다. 공매도 장은 투자자가 증권사로부터 주식을 빌려 하락장에서 차익을 남기면 증권사가 공매도 수수료를 얻는 구조로 되어있다. 일반적으로는 투자한 주식의 가격이 올라갈수록 이익을 얻지만, 공매도는 빌린 주식의 가격이 떨어질수록 더 큰 이익을 얻는다. 이 때 주식 가격이 음수가 될 수 없기에 공매도의 기대 수익률은 100% 미만인 반면 주식 가격의 상한선 또한 없기 때문에 기대 손실은 이론상 무한하다.

 공매도에는 크게 차입 공매도와 무차입 공매도, 두 가지 유형이 존재한다. 먼저 무차입 공매도는 주식을 소유하거나 빌리지 않은 상태에서 매도를 하고 결제일 전까지 매도한 주식을 빌려서 결제하는 방식으로 공매도 실행자와의 신뢰에 기반한 거래이다. 무차입 공매도는 공매도 수량 등에 대한 제한이 없는 투기적 거래로서 공매도한 주식을 정해진 결제일 내로 돌려주지 못하는 결제 불이행 위험을 가지고 있다. 국내 증시에서는 2000년 4월 우풍상호신용금고의 결제불이행 사건을 계기로 무차입 공매도를 금지하고 있다. 2000년 우풍신용금고가 성도이엔지의 주식 34만주를 공매도 하였으나 대주주 및 일반 주주들의 적극 매입으로 매수 가능한 주식이 모자라면서 결제 자체가 불가능해졌고 주가 역시 계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막대한 투자손실이 발생하였다. 무리한 시세차익을 얻으려했던 우풍 금고와 시세조정 세력 간 다툼으로 절반에 가까운 15만주가 결제불이행으로 이어지며 사회적으로 논란을 빚었고 해당 사건 이후 국내에서 무차입 공매도는 금지되었다.

 선매도 후차입 방식의 무차입 공매도와 달리, 차입 공매도는 매도하고자 하는 주식을 먼저 차입한 뒤에 매도하는 선차입 후매도 방식이다. 차입 공매도는 투자자와 거래방식에 따라 대주거래와 대차거래로 구분된다. 대주거래는 개인투자자가 증권금융회사(주로 증권사)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신용으로 차입하는 거래로 증권사가 개인 고객에게 매도 주식을 대여해주는 방식이다. 대주거래를 하기 위해 개인투자자는 주식평가액의 120%에 해당하는 금액을 담보금으로 제공해야 하며, 최소 90일 내로 차입한 주식을 상환하여한다. 대차거래는 기관 또는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예탁결제원이 운영하는 주식대차시스템이나 한국증권금융 등의 중개기관을 통해 공매도 목적으로 주식을 차입하는 거래로 증권사가 자산운용사나 투자자문사에 주식을 빌려주는 방식이다. 통상적인 대차거래는 거래액 단위 자체가 큰 만큼 시장 혼란을 막기 위해 법인세법에 의한 기관투자자와 외국인투자등록증을 발급받은 외국법인 또는 자본시장법에 따른 전문투자자 일부로만 거래참가 대상을 한정하고 있다. 그러나 대주거래와 달리 담보금도 차입증권 금액의 105%만을 제공하면 되며 상환 기한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주식 차입 단계에서 개인은 기관보다 신용도와 자금력 등에서 열위에 있고, 현실적으로 증권사가 개인의 소량 공매도 수요에 맞춰 공매도 물량을 원활히 제공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있기에 개인투자자들은 시장에서의 공매도 비중이 매우 낮을 수밖에 없다. 이른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지

점이 바로 여기다.

 더군다나 현재 금지되어 있는 무차입 공매도의 많은 불법 사례들이 적발되고 있다. 차입 공매도거래가 수기로 입력되어 대차가능한 주식수가 전산에 반영 되어있지 않은 현 증권시스템의 약점을 이용해 투자기관들은 차입가능 수량보다 더 많은 주식을 빌려 매도하는 불법 무차입 공매도를 행하고 있다. 특히나 기관과 외국투자자의 경우 증거금과 상환 기간 제한이 없기 때문에 수많은 글로벌 헤지펀드 및 IB들의 투자 타겟이 된 실정이다. 개인투자자와 기관 및 외국인투자자 간의 공매도 제약 및 참여비중 차이와 불법적으로 시행되는 무차입 공매도로 보아 이번 공매도 금지 규제의 당위성이 어느 정도 성립함을 볼 수 있다.


2. 공매도의 순기능과 역기능

 그렇다면 이러한 공매도는 시장에서 왜 필요한 것일까? 복잡한 방식으로 시장에 혼란만 가중시킬 것 같은 공매도는 순기능과 역기능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공매도는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위험관리를 위한 헤지 수단을 제공하는 등의 순기능을 지닌다.

 먼저 일반 거래와 달리 공매도는 선매도 후매수 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매도와 매수 거래 활성화를 촉진시키고 거래가능성을 높이는 결과를 이끌어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효과가 있다. 이는 매도호가와 매수호가 간의 간격을 감소시키는데 도움이 되고 시장참가자는 이에 따라 거래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된다. 공매도는 상승장에서 매도수요를 창출하고 하락장에서 매수수요를 창출해 시장의 유동성 확대에 기여한다.

 두 번째로 공매도는 부정적 정보를 주가에 빠르게 반영하여 주가 버블 형성을 방지하고 효율적 시장의 달성을 돕는 시장의 가격발견효과를 가진다. 회사의 부정적 정보는 주가의 하락을 유도하기 때문에 공매도를 적극 활용하는 펀드는 회계부정을 잡아내 시장의 건전성을 제고하고 책임 있는 경영을 유도할 수 있다. 시장의 부정적 정보가 신속하게 가격에 반영되어 가격형성의 신속성과 효율성이 제고되는 것이다. 주가의 상승을 생각하는 투자자는 주식을 매수해 가격을 올리는 식으로 시장에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반면, 하락을 예상하는 투자자들은 소유하고 있던 주식을 이미 팔아서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없기 때문에 공매도가 없다면 이러한 의견을 반영시킬 방법이 없고 결국 시장 버블이 발생한다. 따라서 공매도는 주가 하락의 의사를 효율적으로 반영시켜 개별 기업의 주가를 합리적인 수준으로 조정하고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줄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공매도는 다양한 금융투자상품의 거래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회피하는 위험관리 기능을 지니고 있다. 공매도를 활용해 수익을 내는 투자상품으로는 대표적으로 롱숏펀드가 있다. 롱숏펀드는 매수(long)와 매도(short)전략을 동시에 활용하는 방법으로 롱은 현재 저평가되어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을 사들이고 숏은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주식을 공매도하는 전략을 취한다. 변동성이 큰 장세 상황에서 숏 포지션은 일종의 보험 역할을 하기에 공매도는 고수익보다도 롱 전략의 실패 상황을 대비하는 위험 회피 수단으로서 역할을 한다. 따라서 공매도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경우 롱숏, 차익 거래 등 차입 공매도를 활용한 다양한 투자전략의 사용이 불가능해짐에 따라 투자자들의 시장참여가 줄고 유동성이 감소되어 시장의 중장기적 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이처럼 시장의 왜곡을 해소하는 순기능과 동시에 공매도는 채무불이행 위험, 의도적인 루머 양산, 불법 공매도 성행 등의 역기능을 가지고 있다.

 먼저 공매도는 정해진 결제일까지 주식을 갚지 못하게 되는 채무불이행의 리스크를 지닌다. 하락장에서의 차익을 기대했던 것과 달리 공매도 후 예상과 다른 상승장이 발생했을 때 해당 주식을 매수하여 갚아야 하는데 상승장으로 인한 매수 물량 부족으로 결제불이행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채무불이행 문제를 겪은 대표적 사례로는 앞서 언급한 2000년 우풍상호신용금고 사건과 2021년 게임스탑 주가 폭등 사건이 있다. 게임스탑은

비디오 게임과 콘솔 등 게임 관련 제품을 파는 소매 업체로 오프라인 게임 유통이라는 산업 특성상 전망이 좋지 못했다. 2020년 말부터 시트론리서치와 멜빈캐피털 등 유명 헤지펀드들은 당사의 주가 하락을 예상해 대규모 공매도를 진행하였고, 개인투자자들은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대형 헤지펀드들의 공매도 포지션에 대항하고자 게임스탑 주식을 집단 매수하기 시작하였다. 그 결과 전례없는 주가 폭등으로 공매도 세력은 빌린 가격보다 비싼 가격에 주식을 사서 갚아야 하는 상황에 처했고 손실액이 너무 커져 빌린 주식을 다시 매수해 돌려줄 수 없게 된 멜빈캐피탈 등의 일부 헤지펀드들은 결제불이행으로 인한 파산에 이르게 되었다.

 두 번째로 공매도는 의도적으로 루머를 유포한 뒤 공매도를 진행해 차익을 얻는 이른바 ‘루머트리지’ 문제를지닌다. 루머트리지(Rumortrage)란 소문이라는 뜻의 ‘rumor’와 차익거래라는 뜻의 ‘arbitrage’의 합성어로 악성 소식을 퍼뜨려 주가 하락을 유도하고 실제 주가가 내린 후 싼 가격에 상환해 차익을 얻는 행위를 말한다.

국내에서는 제약, 바이오산업 관련 업종이 타 업종에 비해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정보가 많고 악의적

소문이 빨리 퍼지기 쉬워 공매도 세력의 타깃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대표적인 루머트리지 피해 사례로는 한미약품 사례가 있다. 한미약품은 2016년 기술 수출 계약이라는 호재성 공시를 발표한 다음날 임상시험 부작용으로 인한 신약 개발 중단이라는 악재성 공시를 내게 되었는데 그 사이에 악재에 대한 루머가 내부자들 사이에 퍼지면서 해당일 한미약품 전체 공매도 거래의 절반이 악재성 공시 전에 이뤄지게 된다. 일반 투자자들이 전혀 알 수없는 내부정보가 유출되면서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로 인해 큰 피해를 입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실제 시장에서 성행하는 불법 공매도를 제도적으로 막지 못한다는 문제점이 존재한다. 일반 주식 거래와 달리 공매도 과정은 전산화 되어있지 않고 수기로 입력하는 식으로 거래가 진행되다 보니 이 과정에서 실재하지 않는 주식을 매도하는 무차입 공매도가 일어나는 경우가 빈번하다. 삼성증권 유령주식 사태가 그 대표적인 사례로 2018년 삼성증권이 직원들에게 1주당 1000원이 아닌 1000주를 실수로 배당하였고 그 과정

에서 일부 직원들이 해당 주식을 매도하여 주가가 하락하였다. 고의가 아닌 전산 상의 실수로 행해진 사례이기는 하나 이를 통해 한국거래소의 감시 시스템 부족과 무차입 공매도 금지의 제도적 한계가 드러나게 되었다. 법적으로 차입 공매도만 허용한다고 해도 실무적으로 얼마든지 무차입 공매도가 가능한 것을 보였기 때문에 증권 시장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것이다. 금융감독원의 불법 공매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제재 건수는 올해 8월까지 45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며 올해 10월에 적발된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국내 불법 공매도 규모는 560억 원에 이른다. 이와 같은 순기능 및 역기능을 고려한다면 시장에서 공매도는 필요악의 역할을 한다고 이해할 수 있다.


3. 한국 내 공매도 규제의 연혁과 그 배경

<공매도의 도입과 공매도 규제 강화>

 우리나라에서 주식 공매도 제도는 1969년 개인투자자가 금융회사가 보유한 주식을 대주 형태로 빌려서 거래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처음 도입되었다. 신용대주에 대한 제약이 많았고 개인투자자에게만 대주가 가능했기 때문에 제도적으로 허용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진입장벽이 높아 실제 공매도 거래는 부진하였다. 공매도 거래는 1996년 기간 관 주식 대차가 허용되고 금융회사들의 공매도 참여가 증가하면서 본격적으로 활기를 띠기 시작한다. 공매도는 19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다시 한번 변화를 맞이하는데 위기 대응과정에서 국내 자본시장 제도가 정비되고 특히나 대외개방도가 확대되었다. 코스닥 종목에 대한 기관 간 주식 대차거래 허용되며 주식의 대차범위가 넓어지고 외국인의 대차거래 참여가 허용되어 외국인투자자들의 참여가 증가하였다. 국내에서 공매도에 대한 규제는 2000년 우풍상호신용금고 결제불이행 사건을 계기로 강화되었다. 금융당국은 무차입공매도를 전면 금지하였고, 주식 거래 시 공매도 여부를 표시하는 제도 및 인위적인 주가 하

락을 방지하는 업틱룰을 도입하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공매도 규제>

2008년 9월에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세계 주식시장의 공매도 규제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금융위기와 같은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공매도가 시장의 불안심리를 자극해 주가 폭락을 부추길 가능성이 있기에 미국을 포함한 세계 많은 국가들은 주식에 대한 공매도를 한시적으로 금지하는 조치를 취하였다. 우리나라 금융당국은 2008년 10월 1일부터 8개월의 기간 동안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전체 상장종목에 대해 공매도 거래를 금지해 시장을 안정화하였다. 이후 2011년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우려로 글로벌 주식시장에서 대규모 주가 폭락 사태가 발생하였을 때도 공매도 거래 금지조치가 2011년 8월 10일부터 3개월가량 다시 시행되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12년 국내 공매도 규제는 시장투명성 개선에 초점을 맞추어 공매도 포지션 및 발행주식총수 대비 비율에 대해 보고하는 공매도 보고제도가 새롭게 도입되었고 2016년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보고의무를 위반한 투자자에 대해서는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기존 공시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였다.


<코로나 경제위기 이후의 공매도 규제>

2020년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국내 주식시장은 많은 변화를 겪었다.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주가가 급락하자 금융당국은 2020년 3월 상장주식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였고 이후 주식시장 반등과 함께 주가 변동성이 완화되자 2021년 5월부터 일부 종목을 제외하고 다시 공매도를 재개하였다. 금융당국은 팬데믹 시기에 공매도 규제 체계를 강화하였는데 불공정거래 기획조사 보충, 불법 공매도 행위 처벌 강화, 대차계약 내역 보관의무 부과 및 대차거래 실시간 모니터링 강화 등의 조치를 취하였다. 특히나 불법 공매도의 경우 2020년 자본시장법 개정 이전까지는 과태료만 부과할 수 있었다면 이후로는 형사처벌 및 과징금부과가 가능해진 점이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4. 올바른 공매도 규제 방향에 대한 논의

1969년 도입 이후로 여러 경제 위기에 발맞추어 크고 작은 변화가 있었던 공매도 규제에 대한 실증분석 결과는 공매도 규제가 실제 경제학적 이론들이 예측하는 방향과 대체로 일관됨을 보여준다. 자본시장연구원의 2023년 실증분석 결과에 따르면 공매도 전면금지 이후 가격효율성은 일관되게 저하되는 것으로, 변동성과 극단수익률 발생빈도는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15 특히나 수익률이 양의 경우인 변동성과 극단적 양의 수익률의 발생빈도가 증가해 공매도 금지로 인해 주가의 과대평가가 해소되지 않고 있음을 추정할 수 있었다. 또한 공매도 부분 재개 이후 관련 종목에서 변동성과 극단적 수익률 발생빈도가 감소하고 거래회전율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증분석의 결과를 종합적으로 판단해보자면 공매도 금지는 가격효율성을 떨어뜨리고 변동성을 확대시키며 시장거래를 위축시킨다. 즉 공매도의 시장에서의 순기능을 부인할 수 없으며 올바른 공매도 규제는 무조건적인 금지와 같은 극단적인 접근보다도 그 순기능은 유지하면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함을 알 수 있다. 보다 건전한 공매도 거래 제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공매도의 형평성과 공정성을 제고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개인과 기관 간의 기울어진 운동장이 해소되어야 한다. 그동안 대주 상환기간 연장, 담보비율 인하 등의 제도개선 노력에 따라 차입조건 차이가 좁혀 지기는 했으나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남아있다.


[그림2] 대차 및 대주 제도 개선 발표안

 금융당국은 지난 11월 16일 개인대주와 기관·외국인 대차의 상환기간과 담보비율을 각각 90일+연장, 105% 이상으로 맞추어 개인에게 더 유리한 조건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전히 기관의 상환기간이 연장을 통해 무기한으로 길어질 수 있고 담보비율의 일원화는 오히려 자본시장의 속성에 배치되며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문턱을 낮춤으로써 오히려 공매도로 피해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다.절대적으로 개인과 기관 투자자들의 거래 조건을 같게 하는 것보다도 시장의 원활한 작동을 보장하면서 적절한 수준에서 개인투자자들의 기울어진 운동장 문제를 완화하는 방향성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또한 불법 무차입 공매도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책이 필요하다. 공매도 잔고 관리가 미흡해 무차입 공매도가 관행화됐다는 판단 하에 현재 금융당국은 공매도 거래를 하는 모든 기관 투자자가 자체적으로 매도가능 잔고를 전산 관리할 수 있는 공매도 전산시스템 검토에 착수한 상태다. 실시간 전산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공매도 거래 시스템과 증권 거래소 시스템을 모두 연결하고 대차거래가 어떤 목적으로 어떻게 일어나는지 정확하게 파악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기술적 어려움과 비용 문제가 존재한다. 시스템 구축까지 많은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사전적으로 방지하는 시스템과 더불어 사후적으로 실물 잔고 및 장기 미결제 공매도 잔고를 조사하여 사후 적발이 쉽도록 시스템을 보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전산시스템을 통해 불법 공매도를 적발하는 것도 좋지만 결국 가장 효과적인 규제 방안은 불법 거래행위에 대한 적발 및 처벌 활동 강화이다. 2020년 자본시장법 개정에 따라 2021년부터 강화된 불법 공매도 처벌법이 시행되고 관련 조사기법 및 역량이 계속 강화되고는 있으나 여전히 처벌 수위가 낮다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새로운 불법 공매도 처벌 규정으로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부당이득액의 3~5배의 벌금 부과가 가능해도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그 처벌 수위가 낮은 편에 속한다. 미국의 경우 불법 공매도가 적발된 경우 500만 달러(약 60억 원) 이하의 벌금이나 20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고, 프랑스는 법인에 영업정지를 포함한 행정처분을 내리고 1억 유로(약 1,300억 원)나 부당이득액의 10배까지를 벌금으로 부과할 수 있다. 특히나 국내 증시는 외국인의 불법 공매도가 근절되지 않는 문제가 심각한데 이는 주요 선진국 대비 불법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처벌이 약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불법 공매도로 얻는 이득보다도 강력한 처벌을 시행해 외국기관 및 투자자의 불법 공매도를 근절할 필요가 있다.


나가며

 주가가 폭락하는 위기 국면에서는 모든 나라가 공매도를 금지한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 2020년 코로나 경제위기 때 한시적으로 공매도를 금지하였다. 하지만 이번 공매도 금지조치는 이와 같은 심각한 경제위기 상황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기에 더욱 이례적이다. 내년 총선을 의식한 정치적 조치로 볼 수도 있겠지만 그와 관계없이 현재까지 시장에서 수많은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무분별한 공매도로 개인투자자들이 피해를 본 것도 변함없는 사실이기에 보다 건전한 주식시장 형성을 위한 공매도의 근본적인 제도 손질은 불가피한 선택으로 볼 수 있다.

 시장에서 공매도는 순기능과 역기능을 함께 지니는 분명한 필요악이다. 공매도는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 매도와 매수 거래를 촉진시키고 주가 하락과 연관된 정보를 시장에 반영해 버블 형성을 막고 적정 가격을 형성한다. 각종 투자전략의 위험회피수단으로써 투자자들의 수익을 보장하고 시장 참여를 독려하기도 한다. 동시에 공매도는 정해진 기일까지 빌린 주식을 갚지 못하는 채무불이행 리스크를 언제나 가지고 있으며, 악의적인 루머 및 정보 유출로 주가하락을 유도하고 무차입 공매도 형태로 시장에서 불법적으로 행해지며 많은 개인투자자들에게 손해를 입히고 있다. 시장에 미치는 악영향도 분명 존재하기는 하나 공매도의 긍정적인 역할 또한 부정할 수 없기에 바람직한 공매도 규제는 결국 어떻게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제도를 유지할 수 있을지에 달려있다.

 공매도 규제 체계는 완성형이기보다는 현재진행형이다. 국내에서 공매도가 도입된 이후로 네 번째로 금지 조치를 발표한 현재 정부와 금융당국은 차입 기준 일원화, 공매도 전산시스템 구축, 불법공매도 조사 역량 강화 등의 제도적 보완책들을 논의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여전히 공매도의 형평성과 관련된 논란이 제기되고 비용과 기술 등 여러 현실적 문제들과 마주하고 있으며 강력한 제재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제도 개선 과정에서 공매도 자체가 비난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공매도는 주가하락이 예상될 때 활용할 수 있는 지극히 정상적인 거래방식이다. 당국은 시장을 위축시키는 소모적인 논의가 아닌 합리적인 공매도 제도의 발전 방향을 모색해 투자자를 보호하고 효율적인 시장을 조성하고자 노력해야 할 것이다.


참고자료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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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기사

강종만, “주식 공매도란 무엇이고 어떤 기능을 하나요”, 조선비즈, 2011-07-22.

김유정, “한미약품 사건에 개미만 적발...공매도 증권사는 ‘조용’”, 조선비즈, 2017-05-24.

김태환, “개미부터 기업까지 공매도에 울상...’루머트리지’ 근절책 필요”, 이코노믹데일리, 2021-01-29.

곽승훈, “’게임스톱’ 주가 폭등 사태가 던지는 교훈”, 동아비즈니스리뷰, 2023-06-01.

박상돈, “불법공매도 처벌 ‘과태료’...외국은 ‘징역 20년·영업정지’”, 연합뉴스, 2020-03-16.

박수현, 서진욱, 정혜윤, “갈길 먼 공매도 개선안...보완할 부분과 개선할 요인은”, 머니투데이, 2023-11-19.

유희곤, “공매도 기관-개인 상환기간·담보비율 통일···기관 전산시스템 마련 의무도 부과”, 경향신문, 2023-11-16.

추동훈, “공매도가 당최 뭐래요?”, 매일경제, 2021-01-17.

금융위원회, “공매도 제도개선 방향”, 2023-11-16.

금융위원회, “내년 상반기까지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고, 전향적인 공매도 제도개선을 추진합니다.”, 2023-11-05.

금융감독원, “불법공매도 조사현황 및 향후 대응방안”, 2023-11-16.

IBK기업은행, “‘공매도’가 무슨 뜻? 알기 쉽게 설명해드립니다!”, 2021-02-25.


그림 및 도표

[그림1] IBK기업은행, “‘공매도’가 무슨 뜻? 알기 쉽게 설명해드립니다!”, 2021-02-25.

[그림2] 금융위원회, “공매도 제도개선 방향”, 2023-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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