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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경논총 Feb 08. 2024

[경제] 우주경제

편집부원 이수희


“최초”를 향한 레이스의 종착지는 달

지구와 우주 사이의 경계선, 카르만 선(Karman Line)을 뚫은 최초의 인공물체는 나치 독일의 V2 로켓이었다. 제 2차세계대전이 진행되는 동안 연합국은 독일의 과학기술에 큰 위기감을 느꼈다. 독일 패망이 임박하자 각국의 첩보 기관들은 독일의 과학·기술자들을 포섭하기 위해 움직였다. 인공위성과 미사일, 그리고 로켓은 한 세트이다. 로켓 상단에 위성을 장착하면 인공위성, 탄두를 장착하면 미사일이 된다. 국가안보를 위해 미국은 로켓 기술의 주도권을 차지해야만 했다. 로켓 및 우주 기술 개발 속도에 불을 붙인 건 위협적인 경쟁자, 소련이었다. 실제로 소련은 미국보다 많은 2천2백여 명의 독일 과학기술자를 데려갔다. 시간이 흐를수록 미소 우주 경쟁(Space Race)은 안보 그 이상의 중요성을 지니게 되었다. 두 나라는 첫 위성부터 달 위의 첫 인간까지, 우주의 모든 “최초”를 향해달렸다. 후속 계획은 중요하지 않았다. 우주와 관련된 모든 목표가 그 자체로 국가 자존심과 각 체제가 가지는 정당성의 기반이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어떤 체제가 더 우수하고 뛰어난 결과를 내어놓는가, 그것이 중요했다. 우주 경쟁에서 한 박자씩 밀리던 미국은 결국 “아폴로 프로젝트”로 “한 인간에게는 작은 발걸음이었지만, 인류에게는 커다란 도약”이었던 유인 달 착륙에 성공하며 이 경쟁의 승자가 된다. 하지만 소련이 더는 이 우주 경쟁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미국의 우주도 조금씩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우주는 더 이상 유용한 정치적 도구가 아니었다. 정치적 정당성을 잃고 달이라는 (너무) 거대한 목표를 이미 ‘이루어 버린’ 미 항공우주국, NASA는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한동안 혼란과 침체에 빠지게 된다.


뉴스페이스의 빅뱅

기술 혁신은 S자 모양의 곡선을 따라 발전한다. 도입기에는 기술의 발전 속도가 더디다. 해당 기술의 가치가 인정되고 시장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치열해진 경쟁 속에서 기술이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는 단계가 성장기다. 기술은 한계점에 이르고 곡선이 완만해지는 성숙기에 다다른다. 이 S-곡선은 혁신수용 곡선과 연결된다. 혁신수용 곡선은 사회구성원들을 ‘혁신 성향’에 따라 5가지 범주로 나누고 이를 종 모양의 곡선으로 나타내며 혁신이 수용되는 과정을 설명한다.


[그림 1. The Revised Technology Adoption Life Cycle]

 이때, “초기 수요층(Early Adopters)”에서 “조기 다수 수용층(Early Majority)”으로 넘어가는 단계 사이에 협곡을 뜻하는 캐즘 (Chasm)이 존재할 수 있다. 캐즘은 높은 비용, 강한 규제, 문화적 관성, 기술의 미완성 등으로부터 비롯되는 정체 구간인데 이를 “crossing the chasm” 문제라고 한다. 많은 혁신이 이 단계에서 좌절된다. 캐즘을 넘는 순간 본격적인 시장이 탄생하고 더 많은 참여자 사이에서 혁신이 증가하며 기술은 지

수함수의 성장 곡선을 그린다. 즉, S자 곡선의 성장기에 진입한다.

 2000년대 초반까지 우주 산업도 캐즘에 빠져있었다. 우주 산업의 캐즘은 다양한 원인에서 비롯됐지만 커다란 문제 중 하나는 나사가 몇십 년간 따른 “원가 가산 (cost-plus)” 계약 방식이었다. 원가 가산 계약이란 정부가 구체적인 사양을 제시하면 업체들이 원가를 책정해 입찰하고, 이후 발생한 원가에 원가의 일정 비율이나 고정된 이윤을 가산한 금액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업체들의 원가 책정 기준은 비밀이었다. 또한 극소수의 대형 방산기업들은 일부러 시간을 끌고 작업을 늘리며 더 많은 돈을 지원받았다. 비용을 줄이고 효율을 높일 동기가 없었고 당연히 혁신도 없었다.


 2001년, 이 불합리한 관행에 반기를 드는 한 기업가가 등장한다. Paypal을 매각한 직후 일론 머스크는 화성에 꽃을 보내 화성에서 생명체가 자라는 사진을 찍고 싶어 했다. 이 프로젝트에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한 로켓을 구매하기 위해 날아간 러시아에서 머스크는 터무니없는 가격 제시와 비웃음을 받는다. 그렇게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그는 직접 화성에 로켓을 보낼 기업, 스페이스X의 설립을 결심한다. NASA 내부적으로도 훨씬 합리적이고 건강한 경쟁을 가능하게 할 새로운 방식, “고정 가격 (price-fixing)” 계약 시스템을 도입

한다. 경쟁은 비용을 절감하고 효율성을 증대시키며 혁신을 유도한다. 이 경쟁의 참여자 중 하나가 스페이스X였다.

 새로운 시스템하에서 NASA 프로젝트를 따낸 스페이스X는 항공우주산업의 관행과는 근본적인 차이를 보였다. 첫 번째는 가격 투명성이다. 스페이스X는 그간 베일에 감춰져 있던 로켓 프로젝트 전반의 비용을 공개하였다. 이로써 소형 기업 및 스타트업이 비용을 계산하고, 현실적인 사업 계획안을 작성하여 이에 기반한 투자를 받을 수 있게 하였다. 두 번째는 비용 절감이다. 스페이스X는 2015년 팰컨9 로켓의 1단 추진체를 재사용하는 기술 개발에 성공하며 발사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었다. 우주 산업 확장성에 있어 경제적 관건은 발사 비용을 로켓의 탑재량으로 나눈 화물 1kg당 비용이다. NASA의 기존 왕복우주선, 스페이스 셔틀의 1kg당 비용은 최소 6만 달러였다(실제로는 12만 5천 달러가 소요됐다). 하지만 Falcon 9의 경우 1kg당 2천720달러의 비용이 든다. Falcon 9의 기술은 단순 비용 개선이 아닌 혁신이었다. 우주 산업의 닫혀있던 문이 열리고 진입장벽이 획기적으로 낮아지며 민간 투자가 우주 산업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국가가 주도하는 ‘올드스페이스’의 끝, 시장이 주도하는 ‘뉴스페이스’의 빅뱅이었다.


우주경제의 현 위치

CNBC는 우주를 “월 스트리트가 예상하는 다음 조(兆) 달러 단위 산업”이라 불렀으며 뱅크 오브 아메리카는 “우주 경제가 향후 10년간 3배 이상 성장하며 1.4조 달러 시장이 될 것”이라 예측한다. 모건 스탠리는 우주 기반 사업에서 최초의 ‘조만장자’가 등장할 것이라 기대한다. 이 커다란 숫자들을 끌어모으는 우주 경제의 동력은 무엇일까? 그리고 그 잠재력은 어디까지일까?

 우주경제를 살펴보기 위해 그 정의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이번 글은 OECD와 호주 정부의 기준을 따른다. 우주 산업은 제조, 운영을 담당하는 ‘업스트림’과 우주 기술과 연구를 직접적으로 활용하는 ‘다운스트림’으로 구성되어 우주 과학기술에 직접적으로 연결된 영역을 의미한다. 우주 경제는 우주 산업과 더불어 우주기술을 이용하여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타 산업까지 포함하는 더욱 총체적인 개념으로 이 글에서 쓰인다.


[그림 2. 우주 경제 구성]

 현재 우주경제 가치의 90%는 위성 산업으로부터 나온다. 흥미를 돋우는 달, 소행성, 우주기지 등의 유망 사업은 대략 1%만을 차지한다. 그 나머지의 작은 비율이 발사체 산업이다.


그럼에도 모든 것의 기반, 발사체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태동기를 살펴보면, 신용카드 결제 시스템, 물류 운송 체계 등 사업에 필요한 토대가 이미 구축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만약 이런 물류시스템을 처음부터 직접 개발해야 했다면 아마존 같은 스타트업은 시작될 수 없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인터넷 또한 용도는 다르더라도 근본적인 체계가 구축되어 있었기에 아주 빠른 속도로 확산할 수 있었다. 베조스는 이러한 기반 체계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다음과 같은 본인의 신념을 밝힌다. “이것이 바로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체계를 구축하고 화물을 우주에 수송하기 위해 난 나에게 있는 자원을 아낌없이 활용할 것이다. 그로써 오늘날 우리가 인터넷에 무한한 관심을 보이는 것처럼 향후 차세대 기업들이 태양계에서 사업을 이끌어 가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것을 실현하려면 우주에 도착하는 비용을 현저히 낮춰야만 한다.” 앞서 살펴본 Falcon 9이 이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였지만, 스페이스X의 현재 주력 프로젝트이자 미래라고 일컬어지는 Starship과 비교하면 미약한 수준이다.


[그림 3. 1kg당 비용 비교표]

 Falcon 9의 놀라운 재사용 기술은 부분 재사용인 것에 반해 Starship은 완전한 재사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용량 측면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Falcon 9이 145m3의 용적을 지니는 반면 Starship의 용적은 1,100m3으로 1회에 100톤을 운반할 수 있다. 이는 Falcon 9보다 1,000% 향상된 성능이다. Falcon 9 로켓의 좌석 하나는 현재 7천500만 달러이다. 머스크는 Starship의 발사 비용이 총 1천만 달러 미만일 것이라 자신한다. Starship이 성공한다면 우주 경제는 새로운 단계로 넘어갈 것이다. Starship과 같은 차세대 로켓은 언젠가 그저 무거운 물건을 이동시키기 위한 산업 장비 중 하나가 될지도 모른다.


현재 우주경제의 리더, 위성산업

 현재 우주경제의 90% 이상을 차지하며 가장 강력한 동력인 위성산업은 생각보다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분야이다. 이 산업을 이해하기 위해선 큰 노력과 상상력이 필요하지 않다. 우리가 매일 들여다보는 스마트폰에 이미 이 기술의 모든 것이 탑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미국 IT 사이트 Tech Republic에선 GPS 기술을 허블우주망원경, 국제우주정거장, 보이저호와 함께 IT 업계의 7대 불가사의로 뽑았다. 그 명성에 비해 다소 신비감이 부족할 정도로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GPS는 사실 대중과 상호작용한 역사가 그리 길지 않다. 2005년 출시된 구글맵과 그로부터 3년 뒤 GPS가 탑재된 아이폰3G의 등장으로 GPS와 대중이 본격적으로 연결되며 현재와 같은 GPS 생태계가 시작됐다. GPS는 현대 생활의 필수적인 부분이 되었으며 가장 기본적인 내비게이션부터 전 세계의 통신, 자원관리, 물류, 그리고 안전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한 영국 정보 보고서는 GPS가 작동을 멈추면 농어업·건축업·측량업에서만 하루 10억 달러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또한 GPS는 정확한 시간이 필요한 시스템에도 필수 불가결한 기술이다. GPS는 인공위성들에 탑재된 원자시계에 기반하는데 시계가 1/1000초만 빗나가도 위치 측정 오류 범위는 300km까지 넓어진다. 그렇기에 GPS는 정확한 시간 정보를 얻는 데도 이용된다. 은행 거래, 클라우드 컴퓨팅, 전력망, 주식거래 모두 시간 동기화가 필수적인 분야이다. 그렉 밀너(Greg Milner)는 책 ‘핀포인트: GPS는 어떻게 세상을 바꾸고 있는가(Pinpoint: How GPS is Changing Our World)?’에서 GPS의 가치를 묻는 말에 대해 “산소의 가치는 얼마인가요?”라고 대답한다.


 스타링크로 대표되는 위성통신 시장은 위성통신 기술 성능이 개선되고 비용이 감소함에 따라 본격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위성통신은 궤도 위의 통신 위성을 통해 인터넷, 음성, 데이터 등 무선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이다. 스타링크는 거대한 위성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2018년 이후 약 3,000개의 위성을 발사하였으며 2027년까지 1만2,000기의 저궤도 위성을 발사할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지표면과 굉장히 가깝고 그

숫자가 큰 만큼, 마치 은하철도 999처럼 일렬로 늘어선 반짝이는 별(처럼 보이는 인공위성)들이 맑은 밤하늘에서 목격되기도 한다.

 무선통신 서비스는 지상망을 중심으로 개발되어 왔다. 지상 이동 통신망은 위성통신보다 더 저렴하고 빠르다는 장점이 있지만 인구 밀도가 높은 지역에서만 서비스가 원활하게 제공된다. 반면 위성 통신은 그곳이 바다 한가운데든, 산꼭대기든, 원유 시추 현장이든 상관없이 모든 곳에서 지속적인 연결성을 보장한다. 또한, 초고속, 초저지연 무선통신이 필요한 하드웨어의 성장에 꼭 필요한 기술이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자율주행,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AR/VR, IoT가 있다. 이 하드웨어들은 언제, 어디서나 무선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오늘날 지상 이동망에 연결된 인구는 60%에 불과하며 심지어 선진국에서도 연결성이 부재한 경우가 있다. 현재 유럽 고속도로의 40%에서는 연결 상태가 불안정하거나 아예 되지 않는다. 따라서 자율주행 및 다양한 모빌리티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하고자 하는 포르쉐를 비롯한 자동차 기업들이 이 산업에 투자하고 있다. 다양하고 전 지구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기술인만큼 위성통신은 시장성이 매우 높다. 그렇기에 스페이스X의 대부분의 시장 가치는 로켓 발사 사업이 아니라 이 스타링크 위성의 장기적 잠재력에서 비롯된다.


상상 속의 세계, 떠오르는 우주 산업 분야

 우주 발사 비용이 크게 낮아지며 우주 경제는 이제 더 머나먼 곳으로 시선을 옮기고 있다. 가장 큰 주목을 받는 유망 산업들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자.


자원과 에너지는 우주 탐사의 강력한 동기 중 하나이다. 전기 자동차를 비롯하여 많은 첨단 전자제품이 점점 더 희귀해지는 원소를 필요로 하고 있다. NASA는 지난 10월 13일 프시케 탐사선을 발사했다. 이 탐사선은 소행성 프시케를 향해 6년간 항해한다. 16프시케는 지금까지 발견된 가장 크고 무거운 금속질(M형) 소행성이다. 소행성의 자원을 채굴하려는 아이디어는 오래전에 나왔지만 민간 기업들은 도전과 실패를 반복하고 있다. 그럼에도 소행성 채굴에 대한 도전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소행성에 매장된 희귀 금속의 양이 엄청날 것으로 추정하기 때문이다. 16 프시케에는 철과 니켈뿐만 아니라 금과 백금도 매장되어 있을 것으로 추측되는데 그 추산 가치가 무려 1,000경 달러에 이른다. 참고로 작년 전 세계 GDP가 약 100조 달러이다. 하지만 5억 km 밖에 있는 이 소행성의 자원을 모두 채굴할 수 없을뿐더러 지구에 매장된 광물자원 가치도 이론상 총 1 해 달러에 달한다. 따라서 프시케의 1,000경 달러를 그 숫자 그대로 받아들여선 안 되겠지만 여전히 엄청난 가치임은 확실하다. 반도체, 태양전지, 배터리에 필요한 희토류도 소행성에는 지구의 몇천에서 몇만 배가 매장된 것으로 파악되었다. 소행성 채굴과 제조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 있지만 지구 표면에서 희토류 원소와 같은 주요 자원이 고갈됨에 따라 외계 채굴의 경제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달에 착륙한 마지막 유인 우주선 아폴로 17호가 달을 떠난 지 50년 만에 달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달을 둘러싸고 궤도 정거장, 착륙선, 탐사선, 달 표면의 기지 건설 등 여러 상업적 활동이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단연 가장 큰 관심과 기대를 받는 건 NASA의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이다. 아폴로의 쌍둥이 누이이자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의 이름을 단 이 프로젝트는 2025년까지 인류를 다시 한번 달로 보낸다는 NASA의 계획이다. 이번 계획의 최종 목표는 달의 남극 지역에 거주 기지를 건설하는 것이다. 또한 이 프로젝트는 유럽 일본 호주 한국 등이 공동으로 참여하는데 이를 미국 주도의 새로운 우주 연합체로 보기도 한다. 아르테미스 계획을 진전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정부 간 국제 조약 아르테미스 약정은 평화적 목적의 달·화성·혜성·소행성 탐사 및 이용에 관해 지켜야 할 원칙을 담고있다. NASA는 유엔 ‘우주조약’(1967)을 근거로 삼고 있지만 해당 약정에 서명하는 것이 미국 주도의 새로운 우주 질서에 동의한다고 해석될 수 있다. 러시아는 기존 형식에 대해 “너무 미국 중심적”이라고 밝혔다. 이렇듯 우주 공간에 대해 국가 간의 그리고 국가와 기업 간의 법적·제도적 갈등이 조금씩 일어나고 있다.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는 이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시다.


 우주 기지는 본격적인 우주여행을 위한 필수적인 시설로 거론된다. 지구의 강한 중력에서 벗어난 우주선이 재정비를 거치고 다시 먼 우주로 출발할 ‘전진기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인간이 달까지 가는 데만 거대한 발사체가 필요하고 또 거기에 담긴 연료의 대부분은 지구의 중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쓰인다. 달이나 화성 또는 우주공간의 중간 기지에서 연료와 물자를 보급할 수 있다면 훨씬 더 먼 우주로 여행이 가능할 것이다. 우주 기지를 산업기지로 사용하는 시나리오도 있다. 진공상태 및 저중력 영역인 궤도에 공장을 짓는 것은 특정 제조 공정에 몇 가지 이점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중력의 영향에서 벗어나면 대류, 침강 등의 현상 없이 더욱 정밀하게 물질의 입자를 제어하고 결정 구조를 설계할 수 있기에 의약품 연구와 제조를 더 효과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이미 몇몇 제약 회사들은 국제 우주 정거장에서 연구 개발을 하고 있으며 이곳에서 특수 광섬유 케이블도 제조되고 있다. 또한, 우주에서 채굴한 원자재를 우주에서 생산한다면 환경 피해를 줄일 수도 있다는 장점이 있다. NASA는 현지의 자원으로 현지에서 제조하는 방식을 미래 탐사의 필수 요건으로 간주한다.


 교통사고는 지구만의 문제가 아니다. 2010년 74개에 불과하던 인공위성이 현재 4천여 개로 늘어났다. 인터넷망 구축을 위한 스페이스X의 군집위성 4만 4천 대를 비롯해 약 40만 개의 저궤도 위성이 승인된 상태이기에 이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더 안타까운 소식은 현재 작동 중인 인공위성은 이 혼잡함에 오직 1퍼센트만을 기여한다는 점이다. 버려진 위성과 로켓, 충돌과 무기 실험으로 발생한 잔해로 이루어

진 우주 쓰레기가 가장 큰 문제이다. 이에 따라 충돌을 피하고 궤도 내의 활동들의 관리하는 기술의 필요성이 늘고 있다. 이러한 필요에 따라 궤도 위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관측하며 충돌 위험을 예측하고 회피 경로를 알려주는 플랫폼 등의 스타트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림 4. 스타링크 저궤도 네트워크]

 2013~2022년 사이 이 유망 산업들에 27억 달러가 투자됐으며, 이 투자의 41%가 2021년에 이루어졌다. 이는 이 산업에 대한 투자와 관심이 최근에 크게 증가했음을 나타낸다. 투자의 대다수가 시드 투자와 시리즈 A 단계에 집중된, 매우 초기 단계의 산업이다. 커다란 공백은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시선을 끄는 야심 찬 계획과 꿈이 이 공백에 밑그림을 그려나가고 있다. 하지만 그만큼 리스크는 클 수밖에 없으며 근거가 부족한 허황된 이야기가 사람들을 홀릴 수도 있음에 주의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새로운 산업들은 뉴스페이스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현대과학의 시작은 무지에 대한 인정이었다. 15세기 유럽인들은 그들이 알지 못하는 미지의 영역이 이 지구에 남아있음을 인정하고 빈 공간이 가득한 세계지도를 그렸다. 이 채워지지 못한 세계지도는 그들로 하여금 새로운 땅과 바다를 향해 나아가게 하였다. 1492년,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며 유럽인들은 세계를 무대로 하는 새로운 단위의 정치적·경제적 힘을 얻었다. 그렇게 지금까지 제로섬 게임의 반복이던 인류 역사에 새로운 힘, 즉 성장에 대한 믿음이 꽃피기 시작한다. 지배층은 더 많은 경제적, 군사적, 의학적힘을 가지기 위해 과학에 자원을 제공하였고, 과학은 더 많은 자원을 얻을 수 있는 새로운힘을 찾아내어 지배층에게 선사하였다. [정치·경제적 힘 → 자원 → 과학연구→새로운 정치·경제적 힘 ] 이 강력한 순환의 고리는 제국주의 시대를 거쳐 자본주의 시대까지 이어지고 있다. 인류는 또다시 비어있는 지도를 제작하고 있다. 이 지도의 배경은 우주이다. 과학기술은 분명 이 지도를 채워나갈 강력한 도구이지만 이 지도를 이해하기엔 부족한 도구이다. 과학기술은 결코 독립적이지 않다. 그것은 정치경제와 매우 복잡하고 강력하게 얽혀있다. 그렇기에 우주 경제에 얽혀있는 복잡한 이해관계와 전체적인 구조를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제야 비로소 이 우주 경제가 어떤 모습과 목적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지, 그 속에서 우리는 어떤 기회를 포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미있는 논의를 시작할 수있을 것이다. 우주경제와 그 가능성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 이 글이 작은 실마리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번 글을 마친다.


참고자료

문헌

Geoffrey A. Moore, 『Crossing the Chasm: Marketing and Selling Disruptive Products to Mainstream Customers』, Perfectbound,1991.

Chad Anderson, 『The Space Economy: Capitalize on the Greatest Business Opportunity of Our Lifetime』, Wiley, 2023.

Peter M. Schneider, 『우주를 향한 골드러시』, Sam & Parkers, 2021.

OECD, 『OECD Handbook on Measuring the Space Economy, 2nd Edition』, 2022.

Northern Territory Government, 『Territory Space Industry 2020: Market analysis』, 2019.


신문기사

Michael Sheetz, “An Investor’s Guide to Space, Wall Street’s Next Trillion-Dollar Industry,” CNBC, 2019-11-09.

Mary Meehan, “Trends For 2022: Change the Way You Look at Change,” Forbes, 2021-12-21.

Rupert Neate, “SpaceX Could Make Elon Musk World’s First Trillionaire, Says Morgan Stanley,” The Guardian, 2021-10-20.

BBC News 코리아, “GPS: 어느날 갑자기 모든 GPS가 작동을 멈춘다면 어떻게 될까?”, 2019-11-24.

Dana Goward, “The billion-dollar-a-day GPS mistake?”, GPS World, 2022-05-25.

김지나, “[Tech 스토리], 우주 인터넷 시대 개막, 저궤도 위성통신이란”, 뉴스핌, 2023-07-30.

BCG, “위성통신(SatCom), 산업재 산업의 차세대 개척지”, 2023-02-02.

김태희, “소행성 탐사는 지구 밖 ‘보물섬’을 향한 여정”, 동아사이언스, 2023-10-08

이철민, “세계경제 10만배 가치, 보물섬같은 행성에 간다”, Cosmos Times, 2023-02-19

한국건설기술연구원, “[KICT 칼럼] 우주 ‘전진기지’ 어떻게 지을까 ... ‘랑그랑주점’의 비밀”, 2020-07-06.


그림 및 도표

[그림 1] Mithun Sridharan, “Crossing the chasm-technology adoption lifecycle”, Think Insights, 2017-08-01.

[그림 2] 본인 제작.

[그림 3] Bruno Venditti, “The cost of space flight before and after SpaceX”, visual capitalist, 2022-01-27.

[그림 4] Michael Kan, “SpaceX wants to add more powerful satellites to gen 1 starlink constell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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